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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랄까Season 3.5 - [2화]

권정선재 2009. 3. 13. 23:46



기적이랄까 season 3.5


2화. 범과 혜미. 최악의 궁합?




“너 좀 떨어져라.”

“왜?”

혜미가 눈을 깜빡거린다.


“어휴.”

범이 울상을 짓는다.


“아, 날씨 너무 춥다.”

그러거나 말거라, 혜미는 더 열심히 파고든다.


“나혜미.”

“왜?”

“어유.”

범은 고개를 젓는다.


“하여간 내가 이윤호를.”

“윤호야 말로 나의 은인이지.”

혜미가 싱긋 웃으며 자신의 볼을 범이의 옷에 부빈다.


“뭐, 뭐야?”

“우리 낭군님 냄새 좋다.”

“아이 씨.”

범이 팔을 빼내려고 하지만 불가능하다.




“하아.”

멀리서 그 모습을 보던 민호가 고개를 젓는다.


“불쌍한 범이.”

“뭐하냐?”

“저거 봐.”

찬성도 그 둘을 본다.


“우와, 나혜미 쟤 아직도 붙어 있는 거야?”

“평생 붙을 거 같다.”

“그래?”

찬성도 불쌍하다는 듯 바라본다.


“혜미 쟤가 원래 다니던 학교 애들이 그러는데, 쟤가 그렇게 찰거머리래. 웬만해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던데.”

“그럴 거 같다.”

민호는 범이가 불쌍하기만 하다.


“어떻게 하지?”

“뭘 어떡해?”

“우리가 도와주자.”

“웃기네.”

찬성이 손을 흔든다.


“난 무조건 싫어.”

“왜?”

“내가 미쳤냐?”

찬성이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휴.”

민호는 안쓰럽다.




“제발 응?”

“그래.”

얼마나 범이 졸랐을까 겨우 혜미가 떨어진다.


“자, 이제 충분하지?”

그러더니 다시 메달린다.


“너 왜 이러냐?”

“네가 좋으니까.”

“휴.”

범은 고개를 젓는다. 이제는 도저히 방법을 모르겠다.


“휴.”


“왜 그렇게 한숨을 쉴까?”

“너 때문이다 너 때문!”

하지만 범의 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혜미다.


“아이 씨.”

“헤헤.”




“아무도 없지?”

민호의 집으로 가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집을 나서는 범. 혜미가 혹시라도 붙을까봐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뭐해?”

“혜미 있나 보려고.”

잠깐 이 목소리는?

“나?”

“!”

범은 있는 힘껏 뛴다. 하지만, 나혜미를 이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안녕하세요?”

“아유 또 왔니?”

문희의 구박에도 불구하고, 혜미는 싱긋 웃으며 집으로 들어선다.


“할머니, 쥬스 좀 주세요.”

“아유 저걸.”

문희가 신경질을 내며 부엌으로 들어간다. 그러면서도 주스를 따르는 문희다.




“민호야.”

“범아!”

범의 얼굴에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것을 보고, 민호가 슬픈 표정을 짓는다.


“많이 피곤하구나?”

“응.”

다행히 혜미는 문희가 만들어준 무엇을 먹고 있는 지, 아니면 민호가 정말 벌레 보듯이 자신을 싫어해서인 지, 방으로는 들어오지 않는다.


“나 진짜 싫어.”

“알아.”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러게 말이야.”

하지만 민호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


“그런데 혜미는 네 어디가 좋데?”

“그러게 말이야.”

범은 고개를 젓는다.


“나는 윤호보다 키도 작고, 못 생겼는 데 말이야.”

“누가 그래?”

“응?”

“너 잘 생겼어.”

“민호야.”

“범아.”

“낭군님!”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린다.


“바람 피는 건 안 되어요.”

“뭐?”

“민호야, 앞으로 내 신랑 건드리지 마.”

“민호야!”

“범아!”


그 모습을 보며 찬성이 고개를 젓는다.


“윤호가 왜 그렇게 치를 떨었는 지 알 것 같다.”

“뭐?”

민호가 노려보자 범이 입을 다문다.


“나혜미 나쁜 계집애.”

민호의 눈이 이글 거린다.




“너 도대체 왜 그러냐?”

“뭐가?”

“나랑 민호랑 있는 것도 그렇게 불만이냐?”

“어.”

“뭐?”

“두 사람 너무 친해보여.”

혜미가 인상을 찌푸린다.


“혹시 사귀는 거 아니야?”

“네가 무슨 상관이냐?”

“왜 상관이 없어?”

“뭐?”

“내가 네 색신데.”

혜미가 귀엽게 눈을 깜빡 거린다.


“너 하나도 안 귀엽거든.”

혜미는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


“너는 왜 그렇게 나를 싫어하냐?”

“애초에 네가 나를 좋아했던 것도 아니잖아.”

“뭐, 그렇긴 하지만.”

“하지만 뭐?”

“지금은 네가 좋아.”

“휴.”

혜미가 다시 팔에 메달리자 범이 싫은 표정을 짓는다.


“너는 내가 이렇게 싫다는 데도 좋냐?”

“나는 거친 남자가 좋더라.”

“에?”

“날 더 거칠게 다뤄줘.”

“뭐야?”

범이 있는 힘껏 혜미를 떼어내지만 역부족이다.




“그렇게 혜미에게서 범이를 떼어내고 싶냐?”

“당연하지.”

찬성이 고개를 숙인다.


“내게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한 데 말이야.”

“응?”

민호가 고개를 든다.


“그게 무슨 방법인데?”

“이게 말이야. 효과가 있을 지는 잘 모르겠어.”

“일단 모든 방법은 다 시도해봐야지.”

“그렇겠지?”

찬성이 장난스런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여기에 투자비가 좀 들어.”

“얼마나?”

찬성이 손가락 다섯 개를 핀다.


“알았어.”

민호는 군말 않고 오만 원을 꺼낸다. 찬성의 눈이 동그래진다.


“아, 아니야.”

“뭐가?”

“오천 원인데, 뭐 준다면 고맙게 받을게.”

“!”

민호가 찬성의 말을 완전히 이해했을 때, 이미 찬성은 저 멀리 달아난 뒤였다.


“내가 완벽하게 처리해줄게.”

“너 완벽하게 처리 못하면, 두 배로 갚아라.”

“오케이.”

찬성이 멀어지는 걸 보며 민호가 한숨을 쉰다.


“잘 할까?”

민호가 침대에 눕는다.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민호의 머리로는 도저히 모르겠다.


“뭐 결과만 좋으면 되니까.”

하루빨리 범과 놀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하아.”




“나 화장실 좀 가자.”

“빨리 와야 해.”

범이 고개를 저으며 화장실로 들어간다.


“휴우.”

이제야 겨우 혜미를 떼어내다니 정말 질린다.


“!”

그 순간 범의 눈에 화장실 창문이 보인다.




“얘가 왜 이렇게 안 나와? 변빈가?”

혜미가 시계를 본다, 어느 덧 삼십 분이나 흘러 있다.


“에라 모르겠다.”

그러더니 성큼성큼 남자 화장실로 들어간다.


“뭐, 뭐야?”

“아가씨!”

“죄송합니다.”

혜미가 눈을 가린다.


“범아! 어딨어? 범아!”

하지만 범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설마?”

혜미가 창문을 본다. 누군가가 밟은 자국이 있다.


“김 범!”

혜미가 다부지게도 주먹을 쥔다.


“잡히면 죽었어!”

혜미가 재빨리 밖으로 뛰어간다.




“휴.”

범이 고개를 젓는다.


“겨우 도망쳤네.”

“김 범!”


그 순간 어딘가에서 들리는 목소리.

“서, 설마?”

범은 고개를 돌렸다.


“!”

혜미가 뛰어오고 있다.


“젠장.”

도대체 이번에는 또 어떻게 안 걸까?

“미치겠네.”

정말 대단한 여자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