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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4 - [여덟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5. 10. 03:27

 

 

 

추억에 살다.

 

 

Season 4

 

여덟 번째 이야기

 

 

 

삼촌 오늘 많이 늦으시네?

 

그러게요.

 

윤호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학교 칼 같이 퇴근하시는대.

 

오늘 무슨 일 있나?

 

글쎄요?

 

윤호가 휴대 전화를 들었다.

 

전화 좀 해 볼게요.

 

그래.

 

 

 

내가 왜 야자 담당이 되어 버렸냐고?

 

결국 꼴찌라는 이유로 학년 야간 자율 학습 감독 까지 맡아 버리게 되어 버린, 민용이었다.

 

Rrrrr Rrrrr

 

엄마야.

 

민용은 황급히 휴대 전화를 열었다.

 

, 여보세요?

 

-나 윤호.

 

.

 

민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한 곳으로 옮겼다.

 

?

 

-삼촌이 늦어서.

 

감독이야.

 

-감독?

 

수화기 건너편 윤호는 의아한 듯한 목소리였다.

 

-삼촌 그거 귀찮다고 안 하잖아?

 

그렇게 되었어.

 

민용이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왜 늦는 지 물어보려고 전화 했던 거야?

 

-.

 

그럼 끊어.

 

-별 일 없는 거지?

 

그래.

 

-끊을게.

 

.

 

전화가 끊겼다.

 

후우.

 

민용은 창 밖을 내다 보았다.

 

달이 밝네.

 

이런 날 자신은 야자 감독이라니.

 

하아, 처량 하구나.

 

민용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외국 나가면 좋아요?

 

글쎼?

 

카메라를 닦던 성현이 카메라를 내려 놓았다.

 

왜 그런 건 물어?

 

그냥요.

 

윤호가 머리를 긁적였다.

 

궁금해서요.

 

흐음.

 

성현이 미간을 모았다.

 

좋은 일도 있고 나쁜 것도 있지.

 

흐음.

 

윤호가 한쪽 볼을 부풀렸다.

 

좋은 건 뭐고 나쁜 건 뭐예요?

 

글쎄?

 

성현이 윤호를 바라봤다.

 

좋은 건 재미있다는 거.

 

재미있다고요?

 

.

 

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태까지 내가 살아온 풍경과는 다르잖아.

 

.

 

그러니까 재미있지.

 

성현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색다르잖아.

 

색다르다라.

 

그 동안 접하지 않은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가는 거 의외로 재미있고 뿌듯한 일이거든.

 

뿌듯해요?

 

.

 

성현이 바보같아 보일 정도로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하나 내 인맥이 늘어가는 거잖아.

 

.

 

그래서 뿌듯해.

 

.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쁜 점은요?

 

외로워.

 

“…….

 

성현의 표정에 윤호가 잠시 멈칫했다.

 

외롭다고요?

 

.

 

많이 외로워.

 

왜요?

 

윤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친구들이 있다면서요.

 

그래도 다르지.

 

뭐가요?

 

말이 다르잖아.

 

성현이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친구이기에는 다른 거야.

 

그런 가요?

 

.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언어라는 게 사람을 가르는 법이니까.

 

.

 

윤호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그런데 왜 묻는 거야?

 

저도 한 번 나가고 싶어서요.

 

좋지.

 

성현은 밝은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한 살이라도 어릴 적에 나가 보는 건 좋은 거야.

 

그런 건가요?

 

.

 

성현이 미소를 지었다.

 

좋은 거야.

 

그렇군요.

 

윤호가 미간을 모았다.

 

 

 

윤호 왔다 갔다.

 

윤호가요?

 

해미가 문희를 바라봤다.

 

그냥 갔어요.

 

그래.

 

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민호 온다니까 그냥 가던데?

 

흐음.

 

문희가 미간을 모았다.

 

녀석이 왜 그러지?

 

해미가 핸드폰을 꺼내 들자 문희가 해미를 말렸다.

 

?

 

전화 해 봐야죠.

 

됐어.

 

문희가 고개를 저었다.

 

윤호도 고민이 있을 텐데.

 

하아.

 

해미가 한숨을 토해냈다.

 

윤호가 어리광 너무 많이 부리는 것 같아요.

 

애잖아.

 

아니요.

 

해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제 윤호 다 컸잖아요.

 

아니다.

 

문희는 해미의 눈을 바라봤다.

 

너도 아니라고 생각을 하잖아?

 

“……”

 

해미가 입을 꼭 다물었다.

 

민호 와도 윤호에게 정 떼지 마.

 

.

 

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보.

 

-.

 

해미는 울상을 지었다.

 

언제 한국으로 올 거야?

 

-곧 가야지.

 

준하의 목소리에 걱정이 가득했다.

 

-왜 그래?

 

아니.

 

해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윤호가 너무 많이 속을 썩여.

 

-윤호가?

 

.

 

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닌 거 당신도 알지?

 

-그럼.

 

그런데 윤호는 서운한 가 봐.

 

-나 참.

 

수화기에서 준하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

 

-내가 곧 갈게.

 

아니야.

 

해미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괜히 자기 귀찮게 했다. 안 와도 돼.

 

-?

 

사랑해.

 

-, 나도 사랑해.

 

끊을게.

 

-, 여보.

 

해미가 전화기를 끊었다.

 

후우.

 

해미가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