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Season 4
열아홉 번째 이야기
“왜 나간 거야?”
“솔직히 너 부담 스러워.”
신지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나를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알겠는데?”
“그렇다고. 우리 두 사람 다시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렇게 자꾸 말을 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
“신지야.”
“내 입장도 있잖아.”
신지가 성현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나도 조금은 생각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무슨 입장?”
성현이 고개를 흔들었다.
“너는 이제 어디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
“후우.”
신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는 아무 것도 몰라.”
“내가 뭘?”
성현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뭘 모르고 있다는 거야?”
“너는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까.”
신지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이미 아이가 있는 엄마에게 이 모든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너는 지금 모르고 있는 거야.”
“하.”
성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슬픈 눈으로 신지를 바라봤다.
“또 그 소리. 너는 이제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더 이상 그 사람에게 너를 자꾸 얽매이지 마.”
“하아.”
신지가 고개를 숙였다.
“이게 너와 나의 한계인 거니?”
“신지야.”
“그런 거니?”
신지가 고개를 들었다.
“정말, 정말 이게 우리의 끝인 걸까?”
“…….”
성현이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다 같이 와?”
“이 앞에서 만났어요.”
민용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엄마!”
“아유, 민용아.”
역시나 민용을 반기는 것은 문희다.
“많이 춥지.”
“이제 여름이야.”
민용이 미소를 지으며 문희를 꼭 안았다.
“우리 배 고픈데.”
“그래, 그래.”
네 사람은 식탁으로 향했다.
“그래 유학은 안 힘들고?”
“네.”
민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범이 너는?”
“저도요.”
범이 씩 웃었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건강하시네요.”
“아, 그럼.”
순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밥을 먹었다.
“그나저나 계속 온 거냐?”
“아니요.”
민호가 고개를 저었다.
“잠시 다니러 온 거예요.”
“그래?”
문희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제 집이 좀 덜 쓸쓸해지려거니 했는데.”
“네?”
민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너희 모르는 구나?”
문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민용이랑 윤호 나가 살지 않니.”
“정말이요?”
“그래.”
민호가 윤호를 바라봤다.
“왜 이야기 안 했어?”
“필요한가?”
윤호가 입에 불고기를 가져가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삼촌은 또 왜?”
“삼촌은 내가 보냈어.”
해미가 담담한 어조로 말을 했다.
“윤호 감시할 사람은 있어야지.”
“나 참.”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형수, 남들이 들으면 내가 형수 말 듣는 지 아네요.”
“맞잖아요.”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나 참.”
민용이 미간을 찌푸렸다.
“형수는 왜 늘 멋대로 생각을 합니까?”
“내가 언제요?”
“지금 말입니다.”
민용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아, 그만 해!”
결국 역정을 내는 순재다.
“오랜만에 가족들 모인 밥상에서 뭐하는 짓들이야?”
“후우.”
해미가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
“그나저나 윤호야.”
“네.”
“너 이번에 유학 갈 생각 없냐?”
“!”
“네?”
“아버님.”
“여보.”
“다들 시끄러.”
순재가 윤호를 바라봤다.
“너도 나가고 싶어 하지 않았냐?”
“아, 아니.”
윤호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자리 좀 잡았고요.”
“그래?”
순재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괜찮은 기회였는데 말이다.”
“무슨 기회요?”
“일본으로 갈 기회 말이다.”
순재가 연신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나 아는 놈이 일본 제과 협회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말이다.”
“아.”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대단한 양반이라고 하더라고.”
“흐음.”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생각 해 볼게요.”
“그래라.”
순재가 그제야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정말 이 집 파실 거예요?”
“그래.”
윤호의 물음에 순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냥이요.”
윤호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추억이니까요.”
“추억은.”
순재가 고개를 저었다.
“추억은 어제 아니냐? 이제 오늘에 살아야지.”
“어이고.”
민용이 혀를 내둘렀다.
“아버지도 문자 쓰시네.”
“뭐, 이 놈아?”
‘딱’
결국 순재에게 한 대 맞는 민용이다.
“저 놈은 싸가지가.”
“왜 때려요.”
민용이 머리를 문질렀다.
“맞을 만 하니까 맞는 거지.”
순재가 입을 실룩였다.
“하여간 저 놈의 자식은.”
“아유. 여보!”
문희가 소리를 백 질렀다.
“왜 자꾸 민용이 머리를 때려요.”
“할망구는 시끄러워.”
“풋.”
순간 범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냐?”
“이제 돌아온 것 같아서요.”
“맞아.”
민호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이제 온 것 같아.”
“푸하하.”
“킥.”
“파하하.”
모든 가족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게 가족인 것 같아요.”
윤호가 싱긋 웃었다.
“가족.”
“그래.”
순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이지.”
“가족.”
민용이 미소를 지었다.
“가족이네요.”
가족 위로 따뜻한 빛이 비추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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