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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7 - [열다섯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9. 8. 20:59

 

 

 

추억에 살다.

 

 

Season 7

 

열다섯 번째 이야기

 

 

 

어차피, 우리 두 사람 이제 곧 결혼을 하게 될 거니까, 어차피 알게 될 거 아니겠어? 안 그래?

 

그렇지.

 

신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좀 그렇잖아.

 

뭐가?

 

성현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가 이상한 건데?

 

그냥.

 

신지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나 그래도 아직 그 집에 어색한 사이잖아.

 

하아.

 

성현이 한숨을 토해냈다.

 

너 그거 평생 갈 수도 있어.

 

알아.

 

신지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어째서?

 

성현이 따지 듯 물었다.

 

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건데?

 

성현아.

 

너 이제 내 사람이야.

 

성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신지를 바라봤다.

 

너 이제 내 사람이니까,

 

, 성현아.

 

너 자꾸 다른 건 생각하지 마.

 

성현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신지를 안았다.

 

그냥 네가 행복하고 그런 것만 생각하면 좋아.

 

고마워.

 

 

 

준아.

 

형아.

 

준이 쪼르르 달려와서, 윤호에게 안겼다.

 

우리 준이 많이 컸네.

 

,

 

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었다.

 

민이는.

 

저기.

 

그래.

 

윤호가 준이를 안고 민이에게 갔다.

 

준아.

 

.

 

엄마 보고 싶지?

 

엄마?

 

조용.

 

.

 

윤호가 재빨리 입에 검지를 가져가자, 준이 역시 목소리를 낮췄다.

 

엄마가 여기에 왔어?

 

.

 

윤호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준이를 바라봤다.

 

엄마 보고 싶어?

 

.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러면 가자.

 

할무이 한테는?

 

비밀.

 

윤호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렇게 해줄 수 있지?

 

.

 

 

 

저기 윤호다.

 

신지가 문을 열고 차 밖으로 나섰다.

 

, 준아.

 

엄마!

 

준이 달려가서 신지의 품에 안겼다.

 

준아.

 

엄마.

 

준이의 눈에 잔뜩 눈물이 고였다.

 

그래 우리 준이.

 

누나. 여기 민이.

 

어머, 민아.

 

다행히도 민이는 낮게 코를 골면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엄마 이제 우리 집에서 같이 사는 거야?

 

, 아니.

 

신지가 입을 가리고 고개를 저었다.

 

엄마는 준이랑 같이 살 수가 없어.

 

어째서?

 

이제 이 아저씨랑 같이 살 거거든.

 

차에서 내린 성현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준이에게 말을 했다.

 

아저씨가 우리 엄마 뺏는 거예요?

 

글쎄?

 

성현이 고개를 저으며 무릎을 굽혀 준이의 눈높이에 얼추맞췄다.

 

준아, 준이 엄마랑 아저씨는 이제 함께 살기로 한 거야. 그래서, 준이가 원하면 엄마랑 살 수도 있어. 대신 준이는 엄마랑 아빠랑 사는 게 아니라 엄마랑 아저씨랑 살게 되는 거야.

 

.

 

준이 알기는 아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아빠는 어떻게 되는 거야?

 

아빠는 아빠 혼자서 잘 사는 거지.

 

신지가 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준이는 아빠랑 살고 싶어? 엄마랑 살고 싶어?

 

모르겠어.

 

준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신지를 올려다봤다.

 

준이는 엄마랑 살고 싶기도 하고, 아빠랑 살고 싶기도 해.

 

그건 안 돼.

 

신지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왜 안 돼?

 

후우.

 

신지가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더 이상 엄마랑 아빠가 서로를 좋아하지 않아.

 

?

 

준이 슬픈 눈망울로 신지를 바라봤다.

 

서로 미워하는 거야?

 

아니, 미워하는 건 아니야.

 

그럼?

 

이제 더 이상 좋아하지 않기만 하는 거야.

 

그게 뭐야?

 

준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그런 게 있어.

 

 

 

애미야 준이 어디 갔냐?

 

, 그게.

 

해미가 미간을 모았다.

 

윤호는?

 

후우.

 

해미가 한숨을 토해냈다.

 

아래에 있어요.

 

왜 밑에 있는 거야?

 

문희가 따지 듯 물었다.

 

도대체 윤호가 왜 애들을 데리고…….!

 

순간 문희의 얼굴이 굳었다.

 

, 지금 준이 애미랑 있는 거냐?

 

어머니.

 

어이고, 어떻게 그러냐?

 

문희가 해미를 노려봤다.

 

너는 왜 자꾸 준이 애미 편만 드는 거야?

 

어머니, 제가 지금 동서 편을 드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러면?

 

문희가 해미를 바라봤다.

 

지금 무얼 하는 게야?

 

아기 얼굴이 보고 싶대요.

 

그럼 올라오면 되잖아?

 

하아.

 

해미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동서 이번에 새로 결혼을 한대요.

 

, 뭐야?

 

문희의 눈이 커다래졌다.

 

, 누구랑 결혼을 해?

 

윤호 여태까지 데리고 있어준 그 사람이랑요.

 

, 뭐야?

 

문희가 이마를 짚으며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게 지금 정말이냐?

 

제가 왜 어머님께 거짓말을 하겠어요.

 

해미가 슬픈 눈으로 문희를 바라봤다.

 

이제 동서 놓아주세요.

 

어떻게, 어떻게 제 자식을 두고 그래?

 

재혼한다고 해서, 준이랑 민이 못 보는 게 아니잖아요.

 

왜 아니야?

 

문희의 표정이 사나워졌다.

 

절대로 못 보게 할 게다.

 

어머니.

 

내 마음이야!

 

문희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내 자식 버리고 행복할 줄 알아?

 

이혼은 삼촌이 하자고 한 거였어요.

 

그래도!

 

문희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래도 그러면 안 되는 것이지.

 

어머님.

 

 

 

누나, 이제 올라가야 할 것 같아요.

 

그래.

 

신지가 겨우 미소를 지었다.

 

준아.

 

?

 

엄마 다음에 다시 올게.

 

.

 

준이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이 울지 마. 알았지?

 

, 알았어.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차에 올라탔다.

 

준아, 다음에는 엄마가 더 오래 놀아줄게.

 

약속한 거다?

 

약속한 거야.

 

안녕!

 

준이도 안녕.

 

성현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천천히, 신지의 차가 준이와 민이에게서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