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Season 7
열일곱 번째 이야기
“그러니까, 준이 애미가 돌아왔다고?”
“그렇대두요.”
문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윤호 그건, 지 애미랑 둘이 짜고서 준이랑 민이를 준이 애미에게 보여주고 올라왔다니까요.”
“나 참.”
순재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올라와서 보고 가지.”
“어떻게 그러겠수?”
문희가 순재를 바라봤다.
“그런 식으로 애들 버리고 갔는데.”
“애를 버리고 가기는?”
순재의 목소리가 살짝 거칠어 졌다.
“당신은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네?”
문희가 눈을 깜빡였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언제 준이 애미가 애들을 버렸어?”
“여보.”
“우리가 뺴앗은 거야.”
순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애 전화 번호 있어?”
“그건 왜 찾아요?”
“있어? 없어?”
순재가 살짝 역정을 냈다.
“그냥 말을 해.”
“어, 없어요.”
“그래?”
순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미 지금 어디 가 있어?”
“옥상 가 있을 걸요?”
“그래?”
“어디 가요?”
“옥상.”
“여보!”
문희는 투덜거리며, 과일을 모두 다 먹기 시작했다.
“애미야.”
“어머? 아버님.”
옥상에서 책을 읽고 있던 해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옥상까지는 왜 오셨어요?”
“준이 애미 전화 번호 아냐?”
“동서요?”
“그래.”
순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준이 애미 번호 있니?”
“없는데요?”
해미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왜 필요하세요?”
“할 말이 있구나.”
“그래요?”
해미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윤호에게 있을 거예요.”
“윤호?”
“네”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 이탈리아에서 함께 보냈으니까 말이에요.”
“흐음.”
순재가 미간을 모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려가 보마.”
“제가 알아봐 드릴까요?”
“아니다.”
순재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해야지.”
“네.”
순재가 나가자 해미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나저나 동서 번호는 왜 찾으시지?”
그리고 다시 책에 집중하는 해미다.
“그래 그래서 독립을 하겠다고?”
“네.”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랑 학교도 멀구요.”
“나 참.”
주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더 쉬라고 했잖아.”
“아빠.”
민정이 눈웃음을 치며 주현을 바라봤다.
“저 이제 어린 아이 아닌데 계속 집에서 놀고만 있기도 되게 민망하잖아요. 그리고 더 놀다가는 선생님으로써의 그러한 감각들도 전부 다 잃어버리고 말 거예요. 그럼 아무 것도 못 해요.”
“흐음.”
주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집에 있다가 시집이나 가지.”
‘아빠!”
민정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요즘은 그런 게 트렌드가 아니라고요.”
“흐음.”
주현이 민정을 바라봤다.
“그래, 그래서 어떻게 해달라고?”
“돈을 빌려주세요.”
“그냥 주마.”
주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그 정도도 못 해줄까 봐.”
“아니에요.”
“응?”
주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라니?”
“그건 독립이 아니잖아요.”
민정이 싱긋 웃었다.
“그러니까 돈을 빌려주세요.”
“하여간.”
“그렇게 하세요.”
과일을 내오며 정수가 민정의 편을 들었다.
“요즘에 이렇게 딸을 집 안에서 키우는 게 어디 있어요?”
“어디 있긴?”
주현이 정수를 바라봤다.
“내가 그래.”
“아빠.”
민정이 주현의 옆에 앉았다.
“집하고 학교 딱 중간에 집을 구할 게요.”
“흐음.”
“아빠.”
“여보.”
“그래. 그럼.”
“헤헤.”
민정이 주현의 팔짱을 꼈다.
“아빠 정말 완벽하게 최고인 거 아시죠?”
“입에 발린 소리 하지 마.”
“쿡.”
민정이 낮게 웃었다.
“엄마, 그럼 전 이만 잘게요.”
“아유? 과일 안 먹고?”
“네.”
민정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데이트 있거든요.”
“너 요즘 외출이 잦다?”
“말 했잖아요.”
민정이 싱긋 웃었다.
“이민용 씨하고 다시 만난다니까요.”
“그 사람을 말이냐?”
주현이 미간을 모았다.
“이번에는 진심인 거야?”
“저희 둘 늘 진심이었어요.”
“흐음, 내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던데.”
주현의 말에 민정이 가만히 주현을 바라봤다.
“아빠가 보시기에 뭐가 아닌 것 같았는데요? 네?”
“그 사람 너만 사랑하지 않아. 그런 사람이 아니야.”
“여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정수가 주현을 바라봤다.
“지금 그게 무슨?”
“그래 보여.”
주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눈에 너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더라.”
“아빠가 잘못 보신 것일 거예요.”
“그러면 좋겠지만.”
“그럼 저 잘게요.”
‘그래라.”
민정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하아.”
마음이 아팠다.
“그 사람도 내가 아닐까?”
그 순간 윤호의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윤호야.”
눈물이 맺혔다.
“나 어떡하니?”
다시라도 윤호가 고백을 해줬으면, 그랬으면. 민정은 간절히 바랐다.
“신지 누나 전화번호요?”
“그래.”
순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왜?”
“필요해서.”
순재가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 꼬치꼬치 묻는 게냐?”
“신지 누나 혼내실 건 아니죠?”
“내가 걔를 왜 혼내?”
“정말이죠?”
“그래.”
“흐음.”
윤호가 휴대 전화를 꺼냈다.
“여기요.”
“흐음.”
번호를 받고 순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런 거 하시면 안 되요.”
“그래.”
순재의 뒷 모습을 보며 윤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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