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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7 - [열아홉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9. 22. 18:40

 

 

 

추억에 살다.

 

 

Season 7

 

열아홉 번째 이야기

 

 

 

오래 기다렸냐?

 

아니요.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약속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요.

 

그래.

 

순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앉았다.

 

그래서 저를 부르신 이유가?

 

뭐가 그렇게 급해?

 

순재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

 

.

 

웨이트리스가 다가왔다.

 

여기 커피 두 잔,

 

, 저기.

 

신지가 황급히 순재의 말에 끼어들었다.

 

저는 커피 대신에 오렌지 주스로 좀 가져다 주세요.

 

?

 

순재가 고개를 갸웃하며 신지를 바라봤다.

 

애미 너 커피 잘 마시고 그랬지 않냐?

 

마시면 안 될 일이 생겨서요.

 

신지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커피 좀 줄이고, 그렇게 해보려고요.

 

그래?

 

순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미야.

 

.

 

어제 준이랑 민이 보고 갔다며?

 

!

 

순간 신지의 눈이 흔들렸다. 이래서 부른 걸까? 갑자기 애들을 데리고 나갔다는 이유로 혼내려고?

 

내가 혼낼 것 같으냐?

 

, 아니요.

 

아니긴.

 

순재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구나.

 

?

 

신지가 순재를 바라봤다.

 

, 무슨?

 

내가 부족해서 그래.

 

순재가 고개를 숙였다.

 

우리 민용이 용서해 주겠느냐?

 

, 아버님.

 

다시 살아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순재의 목소리가 가늘게 흔들렸다.

 

다만, 그 아이를 용서해달라는 것이야.

 

오빠 저에게 용서 받을 거 하나도 없어요.

 

신지가 고개를 저었다.

 

저희 둘 충분히 서로 합의한 거예요.

 

아가.

 

.

 

그 아이 그렇게 감싸주지 않아도 된다.

 

아버님.

 

그 아이가 얼마나 잔인하고, 얼마나 바보 같은 아이인 지에 대해서는 나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괜찮아요. 저는, 저는 정말로 괜찮으니까 더 이상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아버님.

 

아가.

 

.

 

순재가 신지를 바라봤다.

 

준이랑 민이 보고 싶지?

 

?

 

신지가 눈을 깜빡였다.

 

, 무슨?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보거라.

 

?

 

신지가 순재를 동그란 눈으로 바라봤다.

 

,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님.

 

그 아이들 네 아이지 않니?

 

순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네가 보고 싶을 때 봐야지.

아버님.

 

신지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정말 그래도 되는 거예요?

 

그럼.

 

순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민용이 그 자식 때문에 아가 너 혼자서만 아파할 필요 없지 않니? 나는 네가 조금 더 미소를 짓기 바란다.

 

아버님, 정말 감사해요.

 

신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진짜로, 진짜로 감사해요.

 

아니다.

 

순재가 신지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진작, 내가 너에게 이런 말 했어야 하는 거였잖니. 그 동안 네 마음 몰라줘서 정말 미안하다.

 

아니에요.

 

신지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저도 그 동안 고집 많이 부렸는 걸요.

 

아가.

 

.

 

우리 민용이는 정말 안 되는 거지?

 

!

 

신지의 눈이 흔들렸다.

 

, 아버님.

 

안다.

 

순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묻는 거야.

 

죄송해요.

 

아니다.

 

순재가 고개를 저었다.

 

그 녀석 다시는 받아주지 마.

 

?

 

그 녀석도 한 번 아파 봐야 겠지.

 

순재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는 먼저 일어나 보마.

 

, 들어가세요.

 

아가.

 

?

 

계속 아가라도 불러도 되는 거지?

 

!

 

잠시 멈칫하던 신지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 괜찮아요.

 

신지가 밝게 웃었다.

 

괜찮은 게 아니라, 아버님, 꼭 그렇게 불러주세요!

 

그래.

 

순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 그럼 난 이만 가마.

 

, 아버님.

 

 

 

정말이야?

 

.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때나 괜찮대.

 

다행이네.

 

.

 

신지가 성현을 바라봤다.

 

성현아.

 

?

 

나 요즘 너무 좋아.

 

그래?

 

너무 좋아.

 

신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내가 바라는 거 뭐든 다 되고 있잖아.

 

.

 

성현이 낮게 웃으며 신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신지야.

 

?

 

사랑해.

 

나도 사랑해.

 

성현의 입술이 부드럽게 신지의 입술로 다가왔다. 살짝 떨리는 신지의 입술이 성현의 방문에 스르르 문을 열었다.

 

, 하읏.

 

순간 성현의 손이 신지의 허리를 쓸어내리자, 신지의 입에서 가느다라게 부끄러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 싫어.

 

?

 

성현이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왜 싫어?

 

, 부끄럽잖아.

 

뭐가 부끄러워.

 

성현이 신지의 고개에 얼굴을 묻었다.

 

, 신지 냄새 좋다.

 

.

 

신지야, 영원토록 사랑할게.

 

나도 너 영원토록 사랑할 거야.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너무나도 사랑해.

 

사랑해.

 

두 사람이 뜨겁게 입술을 맞추었다.

 

 

 

당신 준이 애미 만나고 왔다면서요?

 

그래.

 

모자를 벗으며 순재가 대꾸했다.

 

?

 

무슨 말 하고 왔어요?

 

준이랑 민이 보고 싶으면 늘 보라고.

 

?

 

문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그게 무슨 말이에요?

 

무슨 말이긴.

 

순재가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 아이가 준이 엄마 아니야?

 

그래도, 애들 버리고 간 거잖아요.

 

그 아이 그래도 준이 민이 엄마인 거 변하지 않아.

 

순재의 눈빛은 진지했다.

 

아무튼 그렇게 하기로 했어.

 

나 참.

 

문희가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당신은 늘 그렇게 당신 마음대로만 해요.

 

뭐야?

 

순재가 역정을 냈다.

 

그럼 어미에게서 제 새끼를 떼 놓아? 어떻게 그래?

 

여태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순재의 눈빛은 진지했다.

 

이제 더 그러지 않을 거야.

 

하아.

 

그러니까 당신도 그만 둬.

 

정말.

 

문희가 고개를 젓고는 부엌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