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의 판타지
오! 나의 공주님
마지막 이야기
“괴수가 되는 인어들의 특징은, 어떤 특정한 인어에 대해서 어떠한 감정을 폭발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은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해동은.”
“그대겠지요.”
성오가 은해를 내려다 봤다.
“그대는 두렵지 않나요?”
“두려워요.”
은해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두렵다고 하더라도, 그건 부정할 수도, 그리고 피해갈 수도 없는 거예요.”
“어째서요?”
성오가 따지 듯 물었다.
“어째서 피해갈 수가 없다는 거예요? 어째서 그것에 대해서 도망을 갈 수가 없다는 거예요?”
“괴수가 된 인어는.”
은해가 슬픈 미소를 지었다.
“절대,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전에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아요. 그렇게 천천히 자신의 생명을 소멸해가면서 모든 것을 파괴하고, 그렇게 자신도 파괴하고, 그렇게 끝이 나죠.”
“기다리면 되잖아요.”
성오가 떨리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굳이 마주할 필요, 그런 거 없잖아요.”
“마주해야만 해요.”
은해가 가만히 성오의 손을 잡았다.
“나는 이 인어들의 장로회장의 딸이에요. 이 인어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는 거 더 이상 바라지 않아요. 나로 인해서, 이미 너무나도 많은 분란이 일어나고 있어요. 내가 원한 건 아니지만, 더 이상은 싫어요.”
“그럼 나도 가요.”
성오가 은해의 손을 꽉 잡았다.
“내가 옆에 있을게요.”
“아니요.”
은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위험할 거예요.”
“괜찮아요.”
성오가 씩 웃었다.
“그대가 있잖아요.”
“하.”
은해가 가늘게 탄식했다.
“정말, 왜 그러는 거예요?”
“사랑하니까.”
성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하지만 무언가 가득 담겨 있는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하아.”
은해는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도록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자네의 아들이고, 아들이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야. 지금 한국의 인어들이 살 수 있느냐, 아니면 모두 끝이 나버리고 마느냐. 그러한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야.”
“이미 끝일 걸세.”
해동 부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했다.
“이미 이 근처의 인간들은 들었을 거야.”
“아무 일도 아닐 거라고 생각할 걸세.”
은해 부는 이를 악 물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자네의 아들을, 자네의 불쌍한 아들을 막을 수 있게, 그렇게 해주게나.”
“내 아들은 불쌍해. 그러니까 절대로, 절대로 이번에는 당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란 말이네.”
그러나 해동 부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내 아들 이미 자네의 딸에게 한 번 버림을 받았어. 이미 너무나도 아픈 아이라는 말이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자네의 행동이 용서받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성질은 아니야. 아니라고.”
“아무튼 나는 상관 하지 않아.”
해동 부가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긴장 되는 군요?”
“네.”
은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을 해서, 이 상황에서 긴장이 안 된다는 사람이 더 거짓말일 거예요. 어떻게 이러한 상황에 긴장이 되지 않을 수가 있어요. 혹시, 정말로 일이 잘못된다면, 내가 죽을 수 있는데 말이에요.”
“걱정 말아요.”
성오가 손에 힘을 주었다.
“내가 있을 거니까.”
“다행이에요.”
“!”
해동의 발이 굳었다.
“해동아.”
은해였다.
“은해야.”
해동의 눈이 흔들렸다.
“도대체 왜?”
“그러지 마.”
은해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 너 너답지 않아. 이러는 너, 정말로 해동이 네가 아닌 것만 같단 말이야. 그러니, 그러니 그만 해.”
“비켜.”
해동이 이를 악 물었다.
“나 너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제발.”
은해가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 네가 나쁜 존재가 되기를 원하지 않아. 나 정말, 정말 네가 나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응?”
“하아.”
해동이 깊게 한숨을 토해냈다.
“나는 너를 죽일 지도 몰라.”
“상관 없어.”
은해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나를 죽여서, 너의 그 모든 것이 끝이 날 수 있다면, 나 그냥 나의 목숨을 바칠래.”
“너에게 분노하는 것이 아니야.”
“뭐, 뭐라고?”
은해의 눈동자가 가만히 흔들렸다.
“성오, 은해를 지켜.”
“?”
순간 해동이 달겨들었고, 성오는 은해를 끌어들였다.
“?”
해동은 더욱 달려갔다.
“어,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은해가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해동이 달려가고 있는 곳은, 곰곰히 생각을 하던 은해의 얼굴이 굳었다.
“장로회!”
은해가 성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만 해요.”
“네.”
성오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해동 부의 얼굴이 굳었다.
“해, 해동아.”
“더 이상 그 누구도 다치게 두지 않아요.”
해동이 이를 드러냈다.
“아버지라는 존재 더 이상 용서하지 않아요.”
“!”
해동 부의 눈이 흔들렸다.
“네, 네 이 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 것인지는 알고나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네.”
해동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은해를 아프게 할 사람입니다.”
“!”
해동 부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아들을 바라봤다.
“그, 그게 무슨?”
“나는 절대로 은해가 아프게 두지 않을 겁니다. 은해는 나의 심장보다 더욱 뜨거운 사람입니다. 내 심장보다 더 뜨거운 사람을 그렇게 쉽게 아프게 둘 자신 저에게는 없습니다. 없다고요.”
“그래서 무얼 어쩌겠다고!”
부친이 고함을 질렀다.
“무얼 어찌 하겠다는 것이냐!”
“당신을 없앨 것입니다.”
“!”
해동 부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뭐, 뭐라고?”
“사랑에 모든 걸 바칠 겁니다.”
해동이 이를 꽉 물었다.
“내 비늘을 먹어도 두 사람이 모든 것이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거라면 충분합니다. 내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걸로 충분해요.”
“아, 아들아.”
해동 부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네 아버지야.”
“죄송합니다.”
해동은 한 손으로 자신의 부친을 쥐었다. 그리고,
“꺄악!”
“어머나!”
“이런.”
모든 인어가 얼굴을 구겼다.
“크아아아악!”
해동이 깊게 포효했다.
“비늘이다.”
은해의 눈이 슬프게 빛이 났다.
“이건?”
“그래.”
늙은 여성 장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 역시나, 혼혈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결론이었겠지. 너희 두 사람 모두 멀쩡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먹어야만 한다. 그래야지만, 두 사람 서로가 사랑을 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해도 없어.”
은해와 성오가 서로를 바라봤다.
“성오 씨?”
“나는 은해 씨가 하자는 대로 할 거예요.”
성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나는 늘 그렇게 살기로 결심을 했으니까.”
“후우.”
은해가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어떤 결론을 내려도 후회는 없어요?”
“네.”
성오가 밝게 미소를 지었다.
“후회하지 않아요.”
“좋아요.”
은해도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은해가 입을 열고 성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여름날 인어와 인간을 위험에 빠뜨리려는 일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여름 날의 판타지 : 오! 나의 공주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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