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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누구도 영웅은 되지 못 했다.'

권정선재 2010. 5. 17. 01:13

 

누구도 영웅은 되지 못 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왜 명작인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명작이라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살펴볼 것은 바로 명작이란 무엇인가의 문제이다. 과연 명작의 기준이란 무엇인가? 명작은 그 기준이 모호할뿐더러 명작이라는 것 자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애매하다. 그러나 누구나 명작에 대한 근거들을 찾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명작이란 그 시대를 잘 반영한 책, 재미있는 책, 그리고 많이 팔린 책이라고 생각을 한다.

작가는 배경을 어느 시기로 잡건 그 속에는 어쩔 수 없이 현실이 반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것은 원하던 원치 않던 현실의 비판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미를 무시할 수는 없다. 아무리 그 시대상을 잘 반영했다고 하더라도 재미가 없어서 사람들이 읽지 못 한다면 그것은 명작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잘 팔려야 명작이라는 기준도 여기와 이어지는 부분인데,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사람들이 그 책의 존재를 알지 못 한다면 그 책은 명작의 반열에 오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책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충분한 생각도 할 수 있을 모든 여지가 있어야지만 명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바탕을 둘 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명작으로 볼 수 있다. 소설은 1987세계의 문학여름 호에 발표되었는데 이 당시 한국에서는 1월 서울대생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6월 민주항쟁이 있었으며, 이에 따른 노태우의 6.29선언 등 새로움이 태동을 하고자 하나 그것이 무시를 받는 시기였다. 그것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엄석대와 거기에 대항을 하나 결국에는 순응을 하고 마는 의 관계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편소설인 이 작품은 읽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것은 분량이 적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재미가 있기에 그러할 것이다. ‘의 관점에서 엄석대를 살펴보는 이 소설은 재미있다. 책을 읽으면 저절로 머리로 영상이 떠오르는 느낌이 나면서 쉽게 빠져들게 된다. 함께 분노를 하고 그 억울함에 분노를 표하고 나면 이야기의 작가가 이끄는 결말로 저절로 가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오늘날에도 매년 6월이 되면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들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고 있는 소위 말하는 잘 팔리는 책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버전과 성인을 위한 버전 등 다양한 판이 현재 국내에 출시가 되어 있으며,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번역이 되었으며, 적지 않은 판매 부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것들을 살펴볼 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충분히 명작이라고 거론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된다.

 

 

그들이 영웅이 아닌 이유

 

 

1. 엄석대

 

엄석대는 다른 아이들보다 두셋은 많은 나이이며, 4학년 때 중학생과 싸워 이긴 적이 있을 만큼 날래고 대담한 아이다. 아이들이 바치는 음식을 맛나게 먹고 그러한 생활을 즐긴다. 아이들끼리 싸우기라도 하면 마치 선생님이 하는 것처럼 아이들을 진정시키는 역할도 그의 몫이며, 청소 검사와 같은 선생님들의 영역 역시 그의 몫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주인공과의 대결 중 담임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꼬리를 내리기도 한다.

 

[“어서 일어나! 가서 물 떠오지 못 해?”

그는 힘으로라도 나를 굴복시키려고 마음을 굳힌 듯했다. 금세라도 큰 주먹을 내지를 것 같은 그 무서운 기세에 그제서야 덜컥 겁이 난 나는 얼른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 심부름만은 할 수 없어 잠깐 멈칫거리고 있는데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좋아, 그럼 먼저 담임선생님께 물어보고 떠 주지. 급장이면 한 반 아이라도 물을 떠다 바쳐야 하는지 말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성큼성큼 걸었다. 그가 담임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눈치를 알아차리가 걸어 본 승부였다. 내 스스로도 놀랄 만한 효과가 있었다.

!”

내가 몇 발자국 떼 놓기도 전에 석대가 빽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이어 으르렁거리듯 덧붙였다.

알았어, 그만 둬. 너 같은 새끼 물 안 먹어도 돼.”]

 

그는 분명히 영웅이었으나 오롯이 자신이 힘을 가진 영웅이 될 수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가지고 있는 권력이 그에게서 스스로 나온 것으로는 한정되었으며, 담임선생님이 내려준 몇 가지 직책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싸움을 잘 하고 키도 큰 그였지만 담임선생님의 무한한 지지가 업었다면 그러한 자리에 오르지 못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담임선생님이 사라지고나자 그는 그의 날개를 잃고 급격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같은 이유로 그는 점점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석대는 공부를 잘 하는 아이로 소문이 나 있지만 사실은 아이들과 시험지를 바꿔치기 하는 방법을 이용해서 그 자리를 유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은 그가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를 중독시키고 만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그 자리의 중독이 그를 스스로 파멸의 길에 다다르게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영웅의 자리에 머물지 못 하는 것은 한 번의 몰락과 함께 스스로를 포기한 것이다. 아이들의 자발적 투표에서 그는 자신의 득표가 나오지 않을 것을 알고 뛰쳐나가고 만다. 거기서 끝까지 싸울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그는 영웅으로 남지 못했다.

 

2. 한병태

 

서울에서 전학을 온 한병태는 전형적인 엄친아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때 내게는 나름으로 내세울 만한 게 몇 있었다. 첫째는 공부-일등은 그리 자주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그 별난 서울의 일류 학교에서도 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었다. (중략) 또 나는 그림에도 남다른 솜씨가 있었다. 역시 전국의 어린이 미술대회를 휩쓸었다 할 정도는 아니었어도, 서울시 규모의 대회에서 몇 번이나 특선을 따낼 만했다.]

 

아버지의 위치는 군청 다음 가는 자리였으며, 라디오가 있고 시계는 기둥시계까지 셋이나 되는 넉넉함이 있는 집이었다. 적어도 가정 형편에 있어서는 꿀릴 것이 없는 아이였다.

또한 서울에서 자라 온 그는 새로 전학 온 반 아이들의 원래 있던 것을 바꾸거나 다르게 보려고 하지 않는 태도와는 상반되게 자신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말을 할 수 있으며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이 되면 바꾸려고 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변화를 하려고 하는 의지를 가지고 행동을 하였으나 그로 인해서 영웅으로까지는 변모를 하지 못 한다. 결국 권력을 가진 엄석대에게 굴복을 하고 마는 것이다.

 

[샘솟는 내 눈물로 이내 뿌옇게 흐려진 그 얼굴 쪽에서 다시 그런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짐작컨대 그는 내 눈물의 본질을 꿰뚫어보았음에 틀림이 없다. 거기서 이제는 결코 뒤집힐 리 없는 자신의 승리를 확인하고 나를 그 외롭고 고단한 싸움에서 풀어 준 것이었다. 그러나 내게는 그 너그러움이 오직 감격스러울 뿐이었다. 이튿날 나는 그 감격을 아끼던 샤프펜슬로 그에게 나타냈다…….]

 

일본 드라마 중에서 [여왕의 교실]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 속의 여주인공은 담임의 횡포에 무너질 뻔하였으나 끝까지 거기에 부딪히고 진실을 알아가며 스스로를 찾으며 자신의 삶에서 영웅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러나 한병태는 끝까지 자신이 진실이라는 것을 믿지 못 하며 스스로가 생각하는 정의에 어긋나며 불의인 엄석대의 편에 서고 만다. 맨 끝에 모든 아이들이 엄석대의 비리를 폭로하는 순간에도 그는 비겁함 혹은 오기라는 이름으로 그의 비리를 폭로하지 않는다.

 

[특히 그들이 남 앞에 나서서 설쳐 대면 설쳐 댈수록, 내가 굳이 석대를 고발하려 들면 꺼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날 끝내 입을 다문 것은 아마도 그런 아이들에 대한 반발로 오기가 생긴 때문이었다. 내 눈에는 그 애들이 석대가 쓰러진 걸 보고서야 덤벼들어 등을 밟아대는 교활하고도 비열한 변절자로밖에 비쳐지지 않았다.]

 

비록 그는 그 타당한 이유를 찾고자 하지만 진실을 끝내 밝히지 못 하고 자신에게 변명을 만들면서 자신의 이유를 합당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결국 그는 영웅이 되지 못 한다.

 

 

3. 새 담임선생님

 

새 담임선생님은 학급에서 일어나는 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바꾸고자 노력을 한다. 그러나 그는 노력을 하기는 하지만 영웅의 모습을 가지지는 못 하는데, 아이들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알려주고 그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조력자의 역할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학급의 문제가 무엇인지까지는 제대로 확인을 하였으나 그 이유의 근거에 대해서는 파악을 하지 못 했다. 문제를 해결하기는 하였으나 근원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언젠가 다시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른 채 넘어가고 만 것이다.

원인이 오롯이 엄석대에게만 있는 것은 아닌데 모두 그에게 떠넘기며 그 하나의 희생만을 강용한 것은 문제점이다. 어른들로 인한 문제를 한 아이에게 강요하고 만 것이다. 또한 아이들의 자치적인 능력을 키우려고 한 것이었지만 반에 일어난 혼란에 대해서 지나치게 무관심하게 굴었다는 것 역시 그의 부족함이라고 생각이 된다.

 

[나는 되도록 너희들에게 손을 안 대려고 했다. 석대의 강압에 못 이겨 시험지를 바꿔 준 것 자체는 용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너희들의 느낌이 어떠했는가를 듣게 되자 그냥 참을 수가 없었다. 너희들은 당연한 너희 몫을 빼앗기고도 분한 줄 몰랐고, 불의의 힘 앞에 굴복하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그것도 한 학급의 우등생인 녀석들이……. 만약 너희들이 계속해 그런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앞으로 맛보게 될 아픔은 오늘 내게 맞은 것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그런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만들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오늘날까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인기 있는 이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오늘날까지 팔리는 이유는 사람들이 좋은 책이라고 말을 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역시 일그러진 영웅들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 아닐까?

오늘날은 사람들이 모두 똑똑해졌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할 줄 알게 되었고 무엇이 자신에게 득이 되며 어떤 것이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한 편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입을 다물게 되었으며, 손해를 볼 것 같은 일이라면 시선까지 감추고 말았다.

모두들 똑똑한 척 젠체하고 있지만 사실은 한병태보다 더 비겁한 겁쟁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비겁하게 굴고 있으니 일그러진 영웅은 더더욱 목소리를 높일 수 있고 거기에 대해서 사람들은 더더욱 시선을 외면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기에 오늘날까지 이 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에 그것을 빗대어 봤을 때도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기 않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사람들이 낯설게 느끼지 않고 책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아무도 영웅은 될 수 없기에 누구나 영웅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특정 시대에만 나타날 소설이 아니다. 어느 시기건 특정 권력자에게 권력이 가게 되고 그것이 오래 되게 된다면 소설 속의 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은 권력자나 피권력자 모두에게 두려움과 긴장감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권력자는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이 강하기는 하지만 분명히 어느 순간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두려울 것이고, 반대로 피권력자는 권력자에게 고개를 조아리면서 그가 내뿜는 공포에 이 순간이 끝나기를 바라면서 조마조마한 순간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복수를 꿈꾸지만 곧 거기에 적응을 하게 된다.

또한 권력자의 자리가 무너져서 피권력자가 권력자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하더라도 한병태와 같은 마음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엄석대와 같은 일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권력자에 있어서는 당연한 행위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면서 조금 더 효율적인 권력 행사를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은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에게 위임이 되어야 한다. 그 결과가 소설마지막에서 등장을 하는 투표에 대한 것이다. 투표의 투명성이 강조가 되고 그에 따른 권리의 위임과 그 권리의 주체가 다수에게서 나온 것이라는 인식이 확실하게 변한다면 소설 속의 상황은 거의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소설 속의 상황이 어떤 한 상황만의, 작가가 임의로 지정을 한 환상의 공간이 아닌 우리들이 지금 살고 있는 이 공간과 같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시대를 제대로 반영을 하며, 오늘날까지 공감을 얻고 깨달음을 주기에 명작임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소설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아무도 영웅이 될 수 없기에 누구나 영웅이다.’라는 말이다.

누구 한 사람이 영웅이 된다면 그것은 올바른 사회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서 만든 사회에서는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 그 사회는 모두가 함께 끌고 가기에 모두의 생각이 반영이 된 것이고, 반대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한 사람만의 책임이 아니라 공통의 책임이며 그것을 고쳐나갈 때 힘이 덜 들 것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아닌, [우리가 영웅이다.]같은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것은 그저 한 여름밤의 꿈과 같은 일일까?

 

 

 

참고 자료

 

네이버, “네이버 백과사전

위키백과,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서울 : ()민음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