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권순재
속이 안 좋아,
위장약을 먹는다.
소화가 되기 전
윗배의 꾸르륵하는 느낌이
한결 나아져,
너무 편안했다.
그런데 이제
약을 먹지 않으면
속이 더 아리고
더 더부룩하고
더 불편하다.
약을 먹기 전에는
그냥 참으면 되었는데
약을 먹은 후에는
참아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안 되는 걸 알면서
속박인 것을 알면서,
다시 또 더듬거리면서
약병을 찾는다.
속이 시달켜,
속이 더부룩해져도
약을 찾는다.
한 순간의 위안이
잠시의 고통의 인내보다는
편안하고 쉬울 것임을 알기에,
다시금 나는 더듬이며 약통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