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의 [시간의 문]
‘나’는 유종열이라는 사진작가의 후배이자 신문사의 기자이다. 이미 5년 전 죽은 것인지 실종을 한 것인지 더 이상 그와 상관이 없던 유종열의 사진전이 그의 가족에 의해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는 그곳에 가려는 엄두를 내지 못 한다. 그러나 그 곳에 가서 유종열의 사진을 확인하고 결국은 그가 원하던 것을 그가 자신의 사진기를 버리면서 이루었다는 것을 확인을 한다.
이 소설은 ‘나’라는 화자를 통해서 ‘유종열’이라는 사진작가의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 속에서 ‘나’는 ‘유종열’이라는 인물이 닫힌 시간을 찍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인물이고, ‘유종열’은 그로 인해서 사진을 찍는데 있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사진이라는 매체는 매체의 특성상 정지 되어 있는 시간을 찍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역동적인 모습이더라도 사진 속에서는 그 시간과 함께 고스란히 정지를 할 수 밖에 없죠. ‘나’는 그 이유를 카메라와 눈의 괴리 탓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괴리는 극복을 할 수 없으며 그것을 극복할 수 없다면 사진의 시간은 정지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유종열’은 여러 의미에서 굉장히 특이한 인물입니다. 일단 그는 사진작가임에도 보편적으로 더 좋은 화질을 원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컬러사진이 아닌 흑백사진만을 원하고 있었고, 시간의 배열 등과 전혀 상관없이 사진을 인화하곤 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그는 우연히 신문 기사에서 인간의 가장 잔혹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직접 보기 위해서 난파선이 가득한 곳으로 떠나게 됩니다.
이러한 모습 속에서 한 인간이 자신이 믿고자 하는 것과 바라는 것 사이에서의 고민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가 알던 시기에서의 시간이란 그의 머리에서 살아남은 것이고, 그의 사진 속에서의 시간은 그의 마음과는 다르게 그대로 정지를 하고 있으니까요. 그는 자신이 간절히 원하던 움직이는 미래를 향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 부던히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 나름의 방식으로 그것을 발견을 하게 되고 그가 원하던 원치 않던 그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유종열’의 부인의 경우 다소 아픔의 있을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그것을 버텨내고 또한 자신이 맞다고 생각을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고 싶어 하는 인물입니다. 그녀 역시 자신의 남편이 미래로 향하는 시간의 문을 찾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을 찾지 못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사라진 이후 그녀의 손에 들어온 사진을 보면서 어쩌면 남편이 그것을 발견을 했다고 믿기도 하는데요. 그리고 그것을 확인을 하기 위해서 ‘나’라는 인물을 사진전으로 불러들이고 자신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맞춰봅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약한 여인의 모습에서 가장 의연한 여인의 모습이 거기에서 묻어납니다.
소설 자체의 분위기는 굉장히 무거우면서도 재미가 있다기보다는 다소 뚝뚝 끊어지고 묵직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겨 있는 한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향해서 다가가는 모습은 꽤나 멋지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 모습이 ‘유종열’이라는 인물의 죽음 혹은 실종과 맞닿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둡고 슬픈 잔상이라기보다는 그가 직접 찾거나 확인을 하지는 못 했지만 그의 바람을 찾는 하나의 소품으로 활용이 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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