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혜영’의 [사육장 쪽으로]를 읽고
제목에서부터 굉장히 색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육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일단 강렬합니다. 사육이라는 단어는 강제로 무언가를 가두고 기른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데요. 그렇게 잔인한 곳으로 향한다는 것은 더더욱 무거운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한 남성입니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닙니다. 다 똑같은 모양이 집에 살고 있는 그의 이웃들과 다르게 그는 파산 직전으로 몰려 있으며 언제 집행이 들어올지 모르는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는 집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동료의 말에, 이것이 도시인의 낭만이지라고 하면서 무턱대고 집을 사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일이 풀리지 않게 되어서 그는 결국 그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런 그의 집 근처에는 사육장이 하나 있습니다. 사육장은 도살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며, 여러 가지 소문이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사육장의 정체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사육장이라는 것이 정말로 개를 기르고 있는 곳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만듭니다. 마치 이 소설에 등장을 하는 사육장은 주인공이 살고 있는 마을을 나타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들이 살고 있는, 모두 다 똑같은 모양에, 모두 비슷한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는 그곳이 바로 사육장입니다.
사육장은 모두 같은 생활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주인이 모든 사육 대상에게 같은 시간에 음식을 주고, 사육 대상들은 그 시간에 길들여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마을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차종에, 심지어 같은 색깔까지 가진 차들도 몇 대씩 보이는 그의 마을은 집들 역시 멀리서 보면 모두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을의 모습은 마치 사육장과 닮아 있습니다.
또한 그는 운전을 할 때 커다란 트럭을 무서워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상황에 대해서 묘사는 하고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마치 그가 더 큰 짐승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라는 작은 생명이 다른 커다란 존재에 대해서 존경심과 함께 두려움을 품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책은 현실에서 머물러 있다가 곧 현실을 벗어나게 됩니다. 그는 고속도로에서 커다란 트럭 들로 인해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다른 곳으로 무작정 달아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는 그가 마지막으로 도착을 하는 곳이 사육장이면 좋겠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그 사육장이라는 곳은 위에서도 말을 한 것처럼 진짜 사육장을 말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가 살고 있는, 언제 빼앗길지 모르는 공간,을 말을 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한 아이러니와 낯선 감정을 통해서 작가는 사육장이라는 공간에 대한 느낌을 다시 한 번 풀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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