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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물도 맞추는 남자 밥물도 못 맞추는 여자 [16-1]

권정선재 2011. 1. 26. 07:00

 

 

 

라면 물도 맞추는 남자, 밥물도 못 맞추는 여자

 

 

16

 

 

 

‘Rrrrr Rrrrr'

.”

액정에 뜬 번호는 유자였다. 희준은 살짝 미간을 모았다. 유자의 전화였다. 딱 보니 선재에 대해서 묻기 위해서 전화를 하신 모양이었다. 하지만 희준도 제대로 아는 것도 없었고, 제대로 아는 것도 말을 하기가 거북한 것들 뿐이었다.

후우.”

희준은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 어머니.”

그래 희준아. 요즘 일은 잘 되고 있지?’

뭐 그럭저럭이죠. 별 다른 것이 있을까봐요. 어머니도 오시지 않는 식당 다른 누가 온다고 그래요?”

너도 사람 듣기 좋은 소리를 하기는. 다 들었어. 매일 손님이 너무 많아서 디너 때는 재료가 모자라는 일도 종종 생긴다며?’

재료는 항상 있어야 하는데 그러네요.”

좋은 거지. 그런데 희준아.’

.”

유자는 이야기를 빙빙 돌리지 않는 편이라 그래도 이야기가 하기에 조금 수월한 편이기는 했다.

선재랑 통화가 되니? 전화가 안 되어서 말이야.’

아 제 집에 와 있어요.”

그래?’

유자의 티가 나게 안도를 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드는 희준이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데 왜 전화를 안 받을까?’

지금 일어났을 걸요?”

그러니?’

유자의 목소리를 듣는데 희준은 오히려 자신이 더 죄책감이 느껴졌다. 참 착한 분이셨다. 그렇기에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선재가 만난다는 여자는 모르고?’

선재가 언제 자기 속엣것 까지 말을 하는 놈이던가요? 그런 건 다 속으로 숨기고 혼자서 생각을 하잖아요.”

그렇지. 그랬어. 그 녀석은 어릴 때부터 그랬으니까. 그래 그럼 희준이 네가 들으면 바로 내게 전화 다오.’

. 어머니 한 번 식사하러 오세요. 제대로 대접을 해드릴 테니까. 제가 어머니께 서비스는 제대로잖아요.”

그렇지. 우리 희준이. 그럼 들어가거라.’

.”

전화를 끊고 희준은 한숨을 토해냈다.

이 녀석은 왜 자꾸 나한테 일을 만들어?”

희준은 못 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살짝 입을 내밀었다. 유자는 참 고마운 사람이었다. 늘 자신을 챙겨자고 참 감사했다.

이런 엄마 있으면 잘 해야지.”

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전화기를 들었다.

 

‘Rrrrr Rrrrr'

인스턴트 북엇국을 먹으면서 미간을 찌푸리던 선재가 희준의 이름이 뜨는 것을 확인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냐?”

어머니께 전화 안 드리냐

어머니? 어머니는 왜?”

너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지하게 걱정을 하시더라. 내가 일단 우리집에 와 있다는 말은 했는데, 그래도 어떻게 일어나자마자 어머니께 전화를 안 드리냐? 네가 그리고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냐?’

까먹을 수도 있지.”

까먹어?’

희준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지자 선재는 미간을 모았다.

하여간 너는 아들이라는 게, 아무튼 전화 드려라.’

알았어.”

뭐라고 한 마디 하려다가 희준의 말이 틀린 것이 없기에 선재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어머니가 걱정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잠시 잊었다. 평소에는 기다리지도 않던 양반이 어쩐 일일까?

전화를 해야 하나?”

하지만 전화를 하면 집으로 호출을 당할 것 같았다.

모르겠다.”

선재는 다시 전화기를 넣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뭐라고요?”

죄송합니다.”

매니저의 보고를 받은 희준은 미간을 모았다. 그런 일이 레스토랑에 있었는데 자신만 몰랐다니.

지금 저에게 장난을 하시는 겁니까?”

?”

그런 일이 있다면 당연히 저를 불러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제가 이 레스토랑에 뭐라고 생각이 되십니까? 혹시 제가 그냥 투자나 해서 돈이나 받으려고 하는 그런 바지 사장으로 보이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런데요?”

희준은 평소 은비에게 보여주는 것과는 다르게 꽤나 싸늘한 눈으로 매니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 레스토랑의 사장이자, 총 책임자입니다. 그런 사람이 레스토랑에서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그 손님이 뭐라고 생각을 하시겠습니까?”

일단 잘 처리가 되었습니다.”

잘 처리가 되어요?”

희준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애초에 손님이 불만을 표시를 하셨습니다. 좋은 입소문은 나지 않아도 나쁜 입소문은 빠르게 난다는 것 매니저도 알고 계실 거라고 믿습니다. 게다가 저희 레스토랑이 어떤 구조인지도 잘 아실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 레스토랑은 모두 예약을 하고 오시는 단골 손님들만 있으십니다. 뜨내기 손님들은 쉽게 오지도 않고, 올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죠. 1년에 100번 넘게 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 사소한 실수 하나 못 넘기시는 것 정말로 모르십니까?”

아닙니다.”

매니저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희준이 레스토랑에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알고 있으면서 실수를 했다.

다음부터는 바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다음부터가 아니라 이미 했어야죠. 도대체 나라는 사람을 뭐라고 생각을 하는지. 그래서 조은비 씨는?”

주방에서 책임을 지겠다고 데려갔습니다.”

뭐라고요?”

희준은 미간을 모았다.

주방의 누가요?”

부주방장이요.”

데리고 오세요.”

?”

매니저가 놀란 눈으로 희준을 바라봤다. 아니 부주방장을 데리고 오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이란 말인가?

부주방장님은 왜?”

도대체 부주방장이 왜 개입을 한다는 겁니까? 설마 조은비 씨가 주방에서 일을 해서 그렇다는 겁니까? 그런 거라도 그러면 안 되는 거죠. 이 일은 분명히 서빙 쪽에 실수가 된 것이기에 담당은 서빙으로 가야 합니다. 홀이 조은비 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겁니까? 매니저는 뭘 한 겁니까?”

그게, 책임을 묻는 중에 부주방장님이 나타나시더니, 모든 것은 주방 책임이라고 데리고 갔습니다.”

그래요?”

희준은 아랫입술을 물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요즘 주방장의 요리가 줄어들고 있어서 고민이었는데 한 번 부딪힐 때가 되긴 되었다.

좋습니다.”

희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셰프 어디에 있습니까?”

재료들을 손질을 하던 쉐프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희준에게로 왔다. 평소에는 거의 주방에 오지 않던 그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내일부터 쉐프의 메뉴를 변경하기를 바랍니다.”

?”

주방 사람들의 손이 모두 멈추었다. 쉐프의 메뉴는 쉐프를 이곳으로 스카우트 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쉐프는 일단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반문했다.

갑자기 이러시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팔리지가 않습니다.”

확실히 전보다 매출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쉐프의 메뉴를 없앨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그렇습니까?”

희준이 차가운 표정을 지으면서 쉐프를 바라보자, 쉐프 역시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표정을 바꾸었다.

정작 용건은 그게 아니군요?”

무슨 말씀이신지?”

딱 그렇지 않습니까?”

쉐프의 말에 희준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대단한 사람이었다. 한국말 하나 못 하는데도 주방을 휘어잡는 비결은 바로 저거였다. 빠른 판단, 그리고 희준도 누를 것 같은 카리스마.

오늘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조은비 씨 일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예상 외로 쉽게 이야기가 나오자 희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홀에서 수난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조은비 씨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주방 사람이 데리고 갔다고요?”

그건 제가.”

자네는 가만히 있게.”

세인이 나서려고 하자 셰프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결국 자존심 싸움을 한 번 해보자는 거였다.

분명히 저는 이곳에 올 때, 주방에 대해서는 사장님이 절대로 터치를 하지 않을 거라고 듣고 왔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요구를 할 때 두 말 할 것도 없이 오케이라고 외친 건 당신 아닙니까?”

그랬죠.”

희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는 이 쉐프가 없이는 레스토랑이 안 돌아갈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지금 자신의 입으로 한 이야기를 바꾸겠다는 겁니까?”

바꾼다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 있게 움직여야 할 때는 그렇게 움직여줘야 돌아간다는 겁니다.”

제가 듣기에는 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주방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까?”

맞군요.”

쉐프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주방은 쉐프의 고유한 영역이었다. 그리고 은비는 주방의 식구였다. 세인에게 그 일을 시킨 적은 없지만, 그래도 부주방장으로 그녀를 데리고 온 것은 잘 한 거라고 시킨 모양이었다.

그럼 이세인 씨를 자르시죠.”

사장님!”

은비가 결국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

저에게 말씀을 하세요. 제가 잘못을 한 건데, 왜 주방 사람들에게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이건 아니죠?”

조은비 씨 조용히 하시죠.”

희준은 싸늘한 눈으로 은비를 바라봤다.

아무리 제 친구가 은비 씨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이곳에서 저는 조은비 씨의 상사이고 조은비 씨가 존중을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일이 겨우 조은비 씨와의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까? 절대로 아닙니다. 이 일은 결국 주방과 홀. 더 나아가서는 레스토랑 자체의 일입니다.”

아니요.”

은비는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한 발 더 앞으로 나섰다.

이건 그냥 말도 안 되는 고집이세요. 제가 실수를 한 거예요. 그걸 가지고 이유도 없이 꼬투리를 잡고 계신다고요!”

꼬투리라고요?”

. 꼬투리요. 그만 둘게요. 안 그래도 너무나도 못 하고, 너무나도 민폐만 끼치고 있어서 그만 둬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그래도 이건 아니죠. 쉐프의 메뉴가 뭐가 어때서요? 잘만 팔리던데. 그리고 주방에 그런 옷차림으로 들어오는 건 예의가 아니죠. 주방은 요리를 하는 곳이잖아요. 한참 디너를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하시면 주방 사람들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선재가 뭐라도 바꿔줄 것 같은가요?”

?”

은비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가요?”

조은비 씨. 이건 조은비 씨의 일입니다. 그리고 조은비 씨가 이렇게 목소리를 높일 일이 아니죠. 조은비 씨가 목소리를 높이면 높일수록 조은비 씨에게 득이 갈 것은 하나도 없단 말입니다. 이곳 밖에 일을 할 곳이 없다고 해서, 채연 씨가 부탁을 해서 겨우 취직을 시켜준 거 잊었습니까?”

기억을 합니다. 그러니까 그만 두겠다고요.”

은비는 앞치마를 벗어서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그것을 발로 밟았다.

저는 갑자기 사장님이 왜 이러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도대체 왜.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건지 모르겠다고요. 저는 사장님을 존경을 합니다. 물론 레스토랑을 생각을 하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하지만 이건 레스토랑을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유 없이 꼬투리를 잡으시는 것 뿐이잖아요.”

쉐프.”

희준은 싸늘한 눈으로 쉐프를 노려보았다.

이 모든 것도 결국 쉐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알고 있죠?”

물론입니다.”

은비 씨.”

세인 씨 이거 놔요.”

세인이 은비를 뒤로 데려가려고 하자, 은비가 거칠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 절대로 희준의 앞에서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나는요. 할 줄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요. 그래도 설거지라도 할 수 있어서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뭐 대단한 재주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나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평생을 해야 할 일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세제가 묻은 거 너무나도 죄송해요. 제가 잘못을 한 거예요.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건데. 그래야 하는 건데 제가 못해서 그런 거라고요. 그러니까 제가 그만 두면 되는 거잖아요. 도대체 왜 엄한 주방만 잡고 계시는 건데요! 왜 저를 안 잡고 그러시는 건데요!”

선재와 어색해지기가 싫습니다.”

희준은 차가운, 그러나 조금은 부드러운 말투로 대답을 했다.

이 레스토랑에서 조은비 씨를 내보내게 된다면 선재 그 자식이 분명히 또 뭐라고 할 겁니다.”

아니요.”

은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뭐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잘했다고 할 거예요. 그 사람은 합리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요.”

은비는 쉐프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사고만 치다가 나가서 죄송합니다.”

은비 씨.”

은비는 미소를 짓고는 주방 사람들을 향해서 깊이 허리를 숙였다.

사고만 치다가 마지막까지 이렇게 대형 사고를 치고 나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희준의 목소리가 다소 높아졌다.

지금 내게 시위라도 하는 겁니까?”

, 시위하는 거예요. 지금 시위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사장님도 제가 나가는 게 더 좋으시잖아요. 접시나 깨는 아르바이트 생 하나도 필요 없으실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조은비 씨!”

은비는 성큼성큼 주방을 나섰다. 세인은 잠시 눈치를 보더니 재빨리 그녀를 따라나갔다. 희준은 싸늘한 눈으로 주방을 보더니 역시 빠르게 주방을 나갔다.

뭐냐?”

그러게.”

이게 웬 일이야?”

주방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저 가벼운 컴플레인이라고 생각을 했던 일이 꽤나 커져 버렸다.

그런데 쉐프 설거지는?”

흐음.”

쉐프는 미간을 모았다. 은비가 나가면 당장 디너부터 차질이 생기는데, 쉐프는 막내 요리사를 가리켰다.

자네가 하지.”

? .”

이제 막 설거지에서 벗어나서 불을 다루게 되었는데, 막내 요리사는 입을 내밀면서도 설거지 쪽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