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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나랑 너 [3화]

권정선재 2012. 1. 30. 07:00

3

결국 이야기를 했네.”

?”

사장님한테 말이야.‘

한다고 말을 했잖아.”

그러게. 그래도 나는 지우 네가 선배에게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는데. 이야기를 하니까 조금 신기하네.”

내 말을 뭐로 들은 거야? 나는 한 번 한다고 하면 제대로 하는 사람이라고. 누나가 생각하는 그런 가벼운 사람이 아니야.”

누가 가벼운 사람이라고 했어?”

그래서 수술을 받을 거야?”

아니.”

그럼 이야기를 한 것이 효과가 없군.”

지우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주율이 나선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다. 가나의 성격이 있는 만큼, 그렇게 되기는 많이 어려웠을 터였다. 그래도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었다. 조금이라도 가나의 마음이 돌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으니까.

그럼 여기에는 왜 온 거야?”

치료를 받으러.”

치료는 계속 받을 거야?”

나에게 방법이 있는 거니?”

방법이 없지. 하지만 누나는 오직 수술밖에 방법이 없다고 해도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냥 이렇게 치료만 받으러 오잖아. 도대체 누가 이야기를 해야지 그 말을 믿고 제대로 수술을 받을 건지.”

나도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아.”

그런데?”

수술을 내가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 그건 네가 아무리 의학적으로 설득을 하더라도 내가 절대로 네 말에 동의를 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이기도 해. 나 정말로 그런 것은 싫어.”

왜 수술을 받지 않으려는 거야? 수술만 받으면 누나 나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도대체 몇 번이나 하는 건데?”

네가 확신을 할 수가 있니?”

뭐라고?”

네가 확신을 해줘. 그러면.”

가나는 진지한 눈빛으로 지우를 응시했다. 지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 뿐이었다. 곧 진지한 표정을 짓던 가나는 표정을 밝은 표정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밝게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 봐. 지금 의사인 너도 그런 확신을 가지지 못하면서 나에게 무슨 의미로 수술을 하라고 하는 거라니?”

그래도 지금처럼 그렇게 앞도 하나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저 치료만 받는 것 보다 나으니까 그러는 거라고.”

네가 자꾸 그러면 나 치료도 안 받을 거야.”

강가나.”

지금 그나마 내가 치료를 받는 것은 나를 위해서도 아니고, 바로 지우 너를 위해서야. 네가 나를 위해서 아주 기본적인 것도 하지 않았다면 힘들어 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럼 수술을 받아.”

너도 알고 있지 않니?”

가나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으면서 지우를 응시했다.

내가 수술을 하다가 잘못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야.”

누나만 그런 것이 아니야. 모든 사람이 다 수술을 하다가 잘못 될 가능성이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술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어. 다들 수술을 한 번이라도 해보는 거라고.”

다 너희 의사들의 말도 안 되는 설득에 넘어가는 거잖아. 그 사람들이 정말 수술을 받고 싶어 한 거니?”

한 번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가족들과 함께,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를 충분히 감당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정도도 하지 않고 어떻게 가능하다는 거야? 지금 그게 말이 되는 거야?”

그래서 나보고 치료도 하지 말라는 거야?”

좋아.”

지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서 가나와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더 이상 다툴 여력이 없었다. 게다가 가나를 기다리느라 시간도 많이 늦었으니 어서 퇴근을 해야 옳았다. 자신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탁으로 다른 선생님들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일단 누나 말이 맞는 거라고 해줄 테니까. 가서 치료 좀 해.”

싫어.”

뭐라고?”

싫다고.”

갑자기 그게 또 무슨 말이야? 여기 치료 받으러 온 거라고 하지 않았어?”

맞아.”

그런데 왜 싫다는 거야?”

글쎄다. 그냥 너랑 조금 놀고 싶다고 해야 하나? 오늘 하루 종일 일을 하느라고 많이 피곤했거든.”

방사선 치료를 받을 준비를 하던 도중에 가나는 지우의 옆에 앉으면서 생글생글 웃음을 지어보였다.

뭐 하는 거야? 지금 누나를 기다린다고 나 열 시가 넘어서도 퇴근을 못 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이러지 말고 그냥 치료나 받지 그래?”

이야기나 좀 하자.”

무슨 이야기를 해?”

그냥 마음이 조금 허해서.”

그래서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너랑 이야기를 조금 하면 이 허전한 마음이 달래지기라도 할 것 같아서. 나 지금 너랑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렇게 진지한 이야기를 지금 하자는 거야? 누나 지금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안 될 것은 또 뭐야?”

가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볼을 부풀렸다. 지우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평소에는 절대로 그렇지 않으면서 왜 치료만 받으러 오면 그렇게 어린아이처럼 행동을 하려는 거야?”

네가 편해서 그런가 봐.”

어서 치료를 받아. 그러면 내가 치료를 받고 나서 같이 커피를 마시거나 해줄 테니까. 일단 치료부터 받자.”

뭐가 그렇게 급하니?”

퇴근 시간이 지났다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야?”

지금 누나가 치료를 받는다고 와서 이 시간까지 다른 선생님들도 기다리고 계시고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쓸 데 없는 투정은 이제 그만 부리고, 그냥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누나가 왜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 내 인내심을 테스트했으면 좋겠는데.”

그럼 우리 술을 마시는 거다. 그러면 지금 바로 치료를 받으러 저기로 들어갈 테니까 말이야.”

?”

. 술이 마시고 싶어.”

술은 절대로 안 돼.”

지우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담배야 그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술은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 요즘 꽤나 말라 보이는 수아였다. 보아하니 밥도 제대로 못 먹는 것이 분명했는데 그렇게 상해있는 속에다가 다시 술을 붓는다는 것은 자살이나 다름이 없는 행위였다. 더더군다나 방사선치료를 받으면서 술을 마시겠다는 것은 정면으로 그와 부딪히겠다는 이야기였다.

지금 누나 몸 상태가 어떤지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시한폭탄이라고. 언제 터져도 하나도 안 신기한 시한폭탄.”

그러니까 터지기 전에 즐겨야 하는 거 아니야? 지우 네 이야기만 들으면 나는 금방 죽을 것 같은데 말이야.”

누구 미치는 꼴을 보려고 이러는 거야?”

내가 미칠 것 같아.”

누나가 왜 미쳐?”

지금 네가 내가 하는 말을 하나도 들어주지 않으려고 하니까 그러는 거지. 세상에서 이렇게 환자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는 의사가 어디에 있다니? 무슨 자기 말만 다 맞다고 하는 의사가 어디에 있어?”

세상에 의사 말을 이렇게 안 듣는 의사도 누나가 유일할 거야. 지금 누나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가나는 입을 쭉 내밀고는 곧바로 싱긋 웃더니 지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우는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이럴 거야? 여기까지 와서 치료도 제대로 받지 않고서, 나랑 이렇게 씨름을 하자는 거야?”

.”

누나는 안 바빠?”

가온이 스케줄 끝이 났어.”

지금 누나는 강가온 그 자식 스케줄만 끝이 나면 전부라고 하는 거야? 누나 스케줄은 하나도 없어?”

없어.”

젠장.”

왜 욕은 하고 그러니?”

누나가 답답하게 하니까 그러지.”

내가 뭘.”

좋아.”

지우는 마지못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서 가나랑 더 다툼을 하다가는 다른 선생님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술 마시러 가자.”

정말이지? 우리 술 마시러 가는 거지?”

맥주로 마시자.”

? 맥주? 맥주는 재미없어. 무슨 맥주를 마시니? 남지우 네가 그러고도 남자라고 할 수가 있어?”

그럼 오늘 그냥 집으로 가던가. 나는 그래도 하나도 상관이 없으니까 말이야. 그냥 집으로 갈 거야?”

치료도 받지 말고?”

.”

하여간 세게 나오네. 알았어.”

지우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가나는 양손을 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가 이렇게까지 나온다는 것은 그녀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런 귀여운 가나의 행동에 지우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가나가 보고 밝게 웃자 지우는 황급히 표정을 지웠다. 그런 지우를 보면서 가나는 다소 서운한 듯 살짝 볼을 부풀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행동을 하면 좋으니?”

내가 뭘?”

그렇게 하면 좋냐고?”

왜 그러는 거야?”

나는 남지우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인지 모르겠어. 네 행동을 보고서는 하나도 모르겠단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티를 하나도 안 내니까.”

티는 무슨 티를 내?”

그러니까 말이지. 우리 가온이는 그 샐러드나 파는 여자가 도대체 어디가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신이 좋아한다고 있는 표현, 없는 표현 다 끌어서 하고 있거든. 그런데 너는 안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그냥.”

가나는 명랑한 표정을 지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 식으로 지우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을 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도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지우도 뭐라고 말을 하려는 듯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그녀를 응시했다.

그냥 뭘 어떻게 하라는 건데?”

조금은 지우 네가 나를 좋아하는 티를 냈으면 좋겠다고. 그냥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야.”

그럼 뭐가 달라지기라도 한다는 거야?”

아니. 달라지기는 왜 달라지니?”

그럼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건데?”

그게 확신이니까.”

확신이라고?”

내가 그래도 너를 믿고 의지를 하기 위해서는 너도 어느 정도의 반응을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야지 내가 너를 제대로 된 의사로 믿고, 너에게 모든 것을 의지를 하고 행동을 하지. 안 그래?”

가나는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어 보였다. 평소에는 전혀 그렇지 않으면서도 자신 앞에서는 한없이 천진하게 구는 가나에 지우는 신음을 흘렸다. 평소의 가나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만 보던 사람은 이런 상황을 믿지 못할 것이었다. 지우 자신도 늘 가나를 보면서 믿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치료부터 받자.”

재미있어.”

지금 재미찾게 생겼어?”

왜 그렇게 화를 내고 그러니?”

너무 누나가 담담하니까 그러지!”

누구는 뭐. 마음이 편해서 이러는 줄 알아?”

그러면 그 힘든 티를 좀 내라고. 나보고 누나를 좋아하는 티를 내라고 했지? 나도 누나에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아프면 아픈 티를 내. 힘이 들면 힘이 든 티를 좀 내란 말이야. 이 바보야.”

지우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가나는 서운한 표정을 지으면서 지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 시선이 부담스럽던 지우는 가만히 그 시선을 피했다.

정말 밉다. 강가나.”

내가 좋다며?”

좋아서 미워.”

그런 게 뭐니?”

이런 게 있어.”

바보 같아. 남지우.”

그러게. 나도 내가 되게 바보 같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항상 신기하게도 누나만 있으면 바보가 되니까.”

고마워.”

가나는 자리에 앉아있는 지우의 머리에 입을 맞추고는 치료실로 들어갔다. 투명한 유리 너머의 가나가 절대로 닿지 않을 것처럼 그저 멀게만 느껴지기에 지우는 답답했다. 가슴이 아팠다.

강가나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심각하네.”

, 선배님.”

뭘 일어나니?”

난희는 미소를 지으면서 지우의 옆으로 왔다. 그리고 가나의 차트를 들여다봤다. 혀를 차면서 고개를 흔드는 난희를 보면서 지우도 마음이 무거웠다. 전이 흔적은 없다고 하지만 이 정도면 흔적이 없어도 이미 게임이 끝이 난 상황이었다.

수술은 여전히 안 한다고 하는 거고?”

.”

답답하겠네.”

그렇죠. .”

힘을 내야지.”

고맙습니다.”

난희는 물끄러미 지우를 응시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병원에는 지우에 대해서 소문이 자자했다.

여전히 짝사랑만 하고 있는 거지?”

그렇죠. . 달라질 것이 있나요?”

그것도 많이 답답하겠다.”

괜찮아요.”

괜찮기는. 얼굴에 안 괜찮다고 고스란히 쓰여 있는데 말이야. 강가나라는 사람도 참 대단한 것 같아.”

그렇죠?”

독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독해서 견디고 있는 거였다. 세상 모든 아픔을 혼자서 다 견디고 있는 거니까.

아무튼 언제 들어가나 궁금해서. 아직도 안 들어가고 있을 줄은 몰랐네. 정말 대단한 정성이야.”

검사 받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 제가 억지로 검사를 받게 만들어서 진단을 받게 했으니까. 제가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죠.”

세상에 그런 의사가 어디에 있다니? 그렇게 검사를 받게 하지 않았으면 언제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죽게 될 지도 모를 일인데.”

그래도 누나는 그렇게 생각을 안 하네요.”

그럼 나는 이제 가볼게.”

, 네 들어가세요.”

지우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허리를 숙였다. 난희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치료실을 한 번 바라보고 지우를 바라봤다.

내일 오전 스케줄은 좀 조정했어.”

무슨 조정이요?”

지금 들어가도 자정은 훌쩍 넘을 것 같은데. 그래서 내일 아침 아홉 시부터 제대로 진료를 볼 수가 있겠어? 그래서 내일 오전에는 내가 대신 진료를 보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알고만 있어.”

고맙습니다. 선배님.”

고맙기는. 그럼 수고.”

들어가세요.”

난희가 나가고 지우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가나를 응시했다. 도대체 왜 저렇게 속을 썩이는 것인지.

 

으와. 시원하다.”

그렇게 내 속을 아프게 해야 속이 시원하겠어?”

누구를 그렇게 잔인한 사람으로 보는 거니?”

그럼 지금 누나가 하는 행동이 도대체 뭔데?”

아니. 네가 생각을 하기에는 조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 상황도 이해를 해줘야 하는 거잖아.”

이해가 하나도 안 가니까 그러는 거야.”

지우는 고개를 흔들고는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조금이나마 답답한 속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어디 뭐 불편한 곳은 없어? 다른 사람들은 치료가 들어가면 많이들 불편해하는데 말이야. 아직 머리카락 같은 것도 안 빠지고?”

. 나에게는 치료가 별로 효과가 없나 보네.”

누가 그런 말을 해? 누나가 워낙 건강해서 그런 거지.”

나도 여기저기 조금 찾아봤거든? 치료에 들어가서 몸에서 반응이 없다면 그건 치료가 효과가 없는 가능성이 큰 거라며?”

가능성이 큰 거지 100%는 아니야.”

그게 그거지.”

가나는 엷게 웃으면서 맥주로 입술을 적셨다. 가온의 뒷바라지를 하고 나서 얼마 만에 느끼는 자유인지 기분이 묘했다. 그러면서도 여기에서 이러고 있어도 되는 것인지 자신에게 자꾸만 묻고 있었다.

지우야.”

?”

만약에 말이야. 내가 뭘 어떻게 하더라도 이 암이라는 녀석이 내 몸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네가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해?”

내가 말을 했지? 내가 아는 모든 뛰어난 선생님들을 다 모셔서라도 강가나가 죽는 일 만들지 않을 거라고. 나 지금 누나에게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고. 누나 내가 반드시 살릴 거야.”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거야. 그리고 이미 지우 너는 나를 위해서 최선을 다 해주고 있어. 그것 참 고맙게 생각을 해.”

그러면 수술 받아.”

또 그 소리.”

가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감자튀김을 집어먹었다. 지우는 그런 가나를 보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좀 천천히 먹어.”

너무 맛있으니ᄁᆞ 그렇지.”

겨우 감자튀김인데 뭐.”

감자튀김이 이렇게 맛있는 거니? 가온이 체중관리 도와준다고 나도 풀만 먹었더니 진짜 맛있게 느껴진다.”

앞으로는 강가온하고 밥 같이 먹지 마.”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누나 잘 먹어야 해. 바보 먹고, 반찬도 골고루 먹고.”

내가 무슨 유치원생이야. 무슨.”

암환자는 암으로 죽지 않아. 영양실조로 약해지는 사람들도 많다고. 암이라는 것 자체는 그다지 위험한 녀석이 아니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런 것들이 전부 다 암에 걸리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는 증상들인데.”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생각을 하면 되는 거야. 누나도 여러 사례들을 보잖아. 긍정적인 사람들에게 암이 사라진다는 것을 말이야.”

그런 거 솔직히 내가 보기에는 다 거짓말인 것 같아.”

가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지우를 응시했다. 가나의 태연한 태도에 지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왜 그렇게 부정적이야? 실제로 그 사람들이 나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말이야.”

나름대로 자기들도 최선을 다 해서 치료를 받지 않았을까? 그러고 나서 그러는 것 아니겠냐고. 민간요법이건, 뭐건, 다 해보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치료가 된 거라고 생각을 해. 그게 무슨 기적이니?”

그런 사람들도 기적을 찾고 있는데 누나는 가장 간단한 수술만 받아도 되는 것을 안 하려고 하는 거잖아.”

또 그 소리.”

가나는 미간을 모으면서 입을 내밀었다. 자신보다 어린 지우에게 설교를 듣는 것은 그렇게 유쾌하지 않았다.

남지우 네가 자꾸만 이렇게 나온다면 나 지우 너도 얼굴 보지 않을 거야. 남지우 너는 내가 그랬으면 좋겠어?”

그 말도 안 되는 협박 좀 하지 마. 지금 누나 몸 상태를 제일 걱정하는 것은 누구도 아니라 바로 나니까.”

무슨 왕자님처럼 말을 하네.”

맞아. 왕자님. 강가나 한 사람만 보고 사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우리 사귀자. 내가 누나 곁에 있게 해줘.”

됐어.”

가나는 몸을 한 번 과장되게 부르르 떨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맥주를 마셨다.

너 보면 되게 변태 같아.”

내가 무슨 변태야?”

아니, 사람이 이렇게 아픈 거 알면서도 자꾸만 그 상황에서 연애를 하자고 하는 사람이 제대로 된 사람이라니?”

내가 뭐가? 누나야 말로 뭔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가 본데. 원래 그렇게 아플 때 누군가가 곁에 있으면 힘이 된다고.”

나는 이미 충분히 힘을 받고 있으니까. 의사와 환자 이것을 넘는 관계는 솔직히 사양하고 싶은데?”

도대체 왜 그렇게 고집을 피우는 거야?”

고집은 내가 무슨 고집을 피운다고 그래?”

지금 누나 투정 부리고 싶은 사람이 없는 거잖아.”

남지우 네가 있잖아.”

나 더 이상 그냥 동생으로는 이런 일 해주고 싶지 않다고.”

그러면?”

누나 애인이고 싶어. 그래서 누나를 챙기고 싶다고.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거야?”

알아.”

가나는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지우라도 너무나도 답답할 터였다. 이토록 말을 듣지 않는 환자는 자신이 유일할 테니까. 그것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농담을 하는 환자는 없을 터였다.

지금 누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알아? 엄청난 치료도 아니고, 그냥 누나의 곁에서 힘이 되어줄 사람이야.”

그게 너라고?”

당연하지.”

꿈도 커.”

또 농담으로 그냥 넘기려고 하는 거잖아.”

우리 지우 많이 똑똑하네.”

가나는 남은 맥주를 모두 마시고 입을 손등으로 대충 닦았다. 그리고 감자튀김 몇 개를 집어 먹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이제 가야겠다.”

같이 가.”

됐어.”

가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면서 씩 웃었다. 그리고 지우의 눈앞에서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나는 남지우 너처럼 그렇게 흑심을 가득 품고 있는 사람하고는 아무 것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

흑심은 누가 흑심을 품었다고 그래?”

너 지금 무지하게 품고 있잖아.”

가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지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가게를 나가는 가나를 보면서 지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지우는 남은 맥주를 모조리 들이키고 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가나를 부축했다. 밤이 길 것 같았다.

이러고도 혼자 가겠다는 거야?”

이거 놔. 네가 없어도 혼자서 잘 갈 수가 있으니까. 괜히 오버하면서 걱정하는 흉내를 내지 말라고.”

지금 내가 걱정하는 흉내나 내는 걸로 보이는 거야? 지금 나 진심으로 누나를 걱정하고 있다고.”

그럴 필요 하나도 없어.”

하나도 없기는.”

지우는 한숨을 내쉬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가나의 체중이 오롯이 그에게 실렸음에도 하나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나도 가벼워진 가나에 지우의 마음은 무겁게만 느껴졌다. 가나는 계속 웃고 있었다.

지우야. 우리 남지우 선생님.”

왜 그렇게 불러?”

나 죽는 거지?”

무슨 말이야?”

나 죽는 거잖아.”

누나 죽게 안 둬.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네가 어떻게 아니? 너도 뭘 어쩔 수가 없으니까 그런 눈으로 나를 보는 거잖아. 나 있지. 병원으로 갈 때마다 가슴이 철렁해. 다른 사람들하고는 다르게 지우 너는 연기를 하지 못하니까 말이야. 내 차트를 보면서 나날이 얼굴이 어두워지는 너를 보면서 내가 뭘 할 수가 있겠니?”

그럼 치료를 받으면 되잖아.”

무슨.”

가나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 수술을 받게 되면 가온이 알게 될 거였다.

우리 가온이가 알게 되잖아.”

그럼 그냥 그렇게 죽을 거야?”

드라마 끝이 나면 그때 수술을 받을 거야.”

이번에 끝이 나는 거 아니야?”

걔 다시 꼭 들어갈 거야.”

여자 하나 만나겠다고 그만 둔 애를 무슨 수로.”

내가 알아. 걔 욕심이 있는 아이야. 이번에 들어온 거 무조건 그 아이가 할 거야. 그거 내가 알아.”

그래서 가만히 있을 거라고.”

그래.”

그냥 누나 가라.”

?”

지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가나를 택시에 태워버렸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1위 2위 3위 선정시 상금 전액을 기부합니다.

 

 

[그녀가 돌아왔다. 1] [그녀가 돌아왔다. 2]

도서 판매 금액 중 작가 수익 전액을 기부합니다.

 

 

도서 판매 금액 중 작가 수익 전액을 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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