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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나랑 너 [4화]

권정선재 2012. 1. 31. 07:00

4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야?”

무슨 일이야?”

지금 몇 시인지 알아?”

열 시네.”

오늘 스케줄 있잖아.”

어머.”

가나는 황급히 입을 가렸다. 어제 수아가 집으로 들어아서 이야기를 조금 한다는 것이 시간이 조금 늦었는데, 그것이 몸에 무리가 되었는지 한참이나 달게 잔 그녀였다. 가온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요즘 왜 그러는 거야? 일을 할 때도 꾸벅꾸벅 졸기나 하고. 이럴 거면 다른 사람이랑 일 하는 것이 낫겠어.”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아니 솔직히 그렇잖아. 요즘 누나를 보라고.”

강가온 네가 얼마나 큰 사고를 치고 다닌 건 줄 알아? 내가 뭘 어떻게 수습을 할 수도 없을 정도의 사고들을 치면서 지금 내 탓을 하는 거니? 너 정말 그렇게 행동을 하면 안 되는 거지.”

내가 뭘?”

가온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가온의 말처럼 그 동안 가온의 모든 일을 책임을 지던 것은 자신이었으니까. 가온이 이렇게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어차피 이번 주만 제대로 일을 하면 되는 거잖아. 그리고 나서는 네 멋대로 그만 둔다고 한 거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도 죄야?”

아무도 죄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어.”

지금 누나의 태도가 그렇잖아.”

그럼 내가 뭐라고 하니?”

뭐라고?”

잘했다고 할까 봐?”

당연하지.”

어떻게 내가 그러니?”

왜 못 그래?”

잘 한 것이 아니니까.”

가나는 팔짱을 끼고 단호한 표정으로 가온을 응시했다. 이런 가나의 태도에 가온은 당황한 모양이었다.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네가 하는 행동들이 지나칠 정도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지금 너 하나에 달려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그런데 그렇게 무책임하게 방송을 쉬겠다고 하면 어쩌자는 건데? 그리고 이렇게 갑자기 김수아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김수아 그 사람을 잡을 수가 없는데. 그러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여자 하나 잡겠다고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고생을 시켜도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니? 너 정말 웃겨.”

됐어.”

가온은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샵에 갔다가 바로 방송국으로 넘어가면 되는 거니까. 오늘은 나 혼자 가도록 할게. 나도 누나에게 많이 미안해. 내가 저지르는 일들을 누나가 다 수습을 해야 하는 거니까. 하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강가나라면 내가 하는 선택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는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

이해는 해. 하지만 지금 가온이 네가 하는 행동들이 지나치다는 것은 너도 인정을 해야 한다고.”

뭐가 지나친 건데?”

그럼 그게 안 지나치니?”

당연하지.”

어떻게 그게 당연해?”

됐어. 누나가 그렇게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누나랑 무슨 이야기를 해.”

그런 식으로 나갈 거야?”

어쩔 수가 없잖아.”

강가온.”

나는 갈게.”

기다려.”

하지만 가온은 대꾸도 하지 않고 현관을 나서 버렸다. 가나는 이마를 짚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의 속이 이렇게 문드러지는 것도 모르고 가온은 자기 할 말만 하고 있었다.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지금 나는 누구 때문에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는데. 나쁜 자식. 마음에 안 들어.”

그러면서도 슬며시 웃음이 흘러나오는 가나였다. 지우도 자신을 볼 때 아마도 이런 기분이 들 터였다. 지우가 하라는 대로 하나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이 다 혼자서 맞는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 가나가 분명히 갑갑할 터였다. 그런 지우를 생각하니 가나는 은근히 마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싫다.”

가나는 고개를 흔들고는 준비를 했다. 일단 회사에 들어가서 다른 매니저를 하나 더 붙여야 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도 많았으니까. 준비를 마치고 차고로 들어선 가나는 순간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가나는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일도 무리인 모양이었다. 다시 밖으로 나와서 천천히 길가로 걸어 나갔다. 택시에 올라타고 목적지를 말하고 나서 눈을 감으니 어지러운 것이 조금 사라졌다. 가나는 택시에서 내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회사로 들어섰다.

누나 안색이 안 좋네.”

오늘 회사에 있는 거야?”

그렇지 뭐. 이제 곧 컴백이니까.”

우리 가온이는 봤어?”

오늘 회사 안 들어왔을 걸?”

그래.”

안혁의 대답에 가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있더라도 회사에는 별로 들어오고 싶어하지 않던 녀석이었으니까. 안혁은 계속 가나의 얼굴을 걱정스러운 듯 바라봤다. 가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나 아무렇지도 않거든.”

너무 하얀데? 그리고 누나 살이 좀 빠진 것 같아.”

나 원래 날씬했거든?”

그러니까 이제 날씬이 아니라 피골이 상접 수준이라고 해야 하나? 누나 다이어트 너무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 다이어트 안 해. 그냥 저절로 빠지더라고.”

다른 애들이 들으면 화를 내겠다.”

그러게.”

안혁의 농담에 가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안혁은 분명 어딘가로 가던 중이었을 것이 분명한데도 계속 가나의 곁에 있었다.

너 연습하러 안 가?”

누나 지금 사장실 가는 거야?”

내 말에는 대답을 안 하고.”

누나 뭐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사장실 하나 못 데려다 줄까 봐. 누나 옆에는 늘 가온이 자식이 있어서 이야기도 제대로 못 하고 말이야.”

. 우리 안혁이 이 누나 엄청 챙기네.”

그럼. 강가온 그 바보 같은 놈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을 걸?”

우리 가온이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아무리 안혁 너라고 해도 이 누나가 그냥 못 넘어가지. 컴백 준비는 잘 되어 가는 거야? 이번에 너희 팀 꽤나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던데 말이야.”

그냥 그렇지. 가온이 녀석이야 말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회사에서도 다들 그 소리만 하던데 말이야.”

그러게.”

가나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주율과 자신의 사이가 좋다는 사실 덕분에 다들 그녀 앞에서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았지만, 그녀가 없는 자리에서는 모두 그녀와 가온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안혁은 그런 가나를 그저 안타까운 시선으로만 응시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가나가 자신이 바라보는 안혁이 시선을 깨닫자, 안혁은 곧바로 밝게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나는 가온이 그 녀석이 부러워. 이렇게 자기만 생각해주는 매니저를 만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잖아.”

나도 너처럼 사고를 하나도 안치는 연예인 만나고 싶어.”

어려울 걸?”

아무튼 고마워.”

. 들어가.”

사장실 앞에 선 가나는 짧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주율이 자신이 아픈 것을 의식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노크를 하고 사장실로 들어갔다.

무슨 일로 불렀어요.”

그 여자가 지금 강가온의 집에 있다고?”

. .”

다행이었다. 일단 자신이 아파서 부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머리가 아픈 일이었다. 주율은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시선이 따가웠지만 피할 수도 없는 가나였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려는 거야?”

뭐가요?”

그 여자랑 가온이. 그냥 둘 건가?”

당연하죠.”

어떻게?”

무슨 말이에요?”

두 사람이 한 집에 산다는 스캔들이 나면 말 그대로 끝이야. 내가 뭘 어떻게 수습을 할 수도 없을 거라고. 그런데도 지금 너는 강가온 그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 그 모든 것을 감당을 한다는 거야?”

가온이 그 여자를 찾기 위해서 너무나도 노력을 했어요. 이제 겨우 그 여자를 품에 안게 된 거라고요.”

젠장. 그래서 그냥 두겠다?”

그나저나 이걸 선배가 어떻게 알았어요? 그 여자가 우리 집에 온 것 선배가 알 수 없을 텐데요.”

내가 아무 것도 모를 것 같아?”

사람이라도 붙인 거예요?”

그런 거 아니야. 우연히 본 사람이 있어서 그렇지. 진짜야. 내가 너에게 사람을 붙일 여유가 어디에 있어?”

가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녀도 마음이 그렇게 편하지만은 안았다. 그녀 역시 금방이라도 수아를 밀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가온 역시 밀어내는 일이 될 것이 분명했다.

일단 가온이가 마음을 잡았잖아요. 연기에 있어서도 힘을 얻을 것이 분명하다고요. 그래서 저는 그냥 두고 보고 싶어요.”

그게 지금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니까 지금 내가 너를 사장실로까지 부른 거 아니야. 내가 언제 너를 이리로 부른 적이 있어?”

없지.”

몸 상태도 좋지 않은 주제에 그러고 있으니까. 내가 미칠 것 같아서 너를 이리로 부른 거라고.”

그 몸 상태 이야기 좀 그만 하지 그래?”

어떻게 그래?”

선배가 자꾸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결국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고 말 거라고요. 나 그런 거 원하지 않아.”

이런 거 원하지 않으면 조금 더 제대로 행동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지금 그렇게 행동을 하는 것이 누군데?”

내가 내 몸 관리를 하는 것을 가지고 선배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미치겠다.”

주율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숙였다. 지우가 말을 해주고 나서 그도 계속 가나를 주의깊 게 보고 있었지만 한 번도 자신의 몸을 아끼는 것을 볼 수가 없는 가나였다. 가나는 늘 자신보다 가온이 우선이었기에 그녀의 몸을 망가뜨리는 일도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주율은 가만히 가나를 응시했다.

너 그러다가 쓰러져.”

안 쓰러져. 선배도 알고 있잖아요. 강철체력 강가나.”

그거야 네가 건강할 때의 이야기지. 지금처럼 그렇게 비실비실해서 그런 것 통하지도 않는다고.”

비실비실은.”

가나는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주율이 무엇을 걱정을 하는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알아요. 지금 선배가 나를 걱정 많이 해주고 있다는 거. 지우도 내 걱정을 많이 하고 있고.”

알면 좀 잘하면 되잖아.”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거야?”

왜 안 돼? 너부터 생각을 하면 되지.”

가온이가 있잖아요.”

도대체 강가온이 뭔데 그러는 거야? 지금 네가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되게 이상하다는 것 알아?”

알아요.”

가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가온을 보는 모든 사람들은 두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가온이 있어야 그녀가 살 수 있는 거였으니까. 가온이 없는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이미 강가나라는 사람의 인생은 모두 강가온이라는 사람으로 맞춰져 있었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내 눈에는 가온이가 그저 어린아이로만 보여요. 금방이라도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그런 아이. 그런 아이를 혼자 두고 내가 도대체 뭘 할 수가 있겠어요? 나는 아무 것도 못 해.”

강가온 네가 생각을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똑똑한 아이야. 요즘 행동을 하는 것을 봐도 그런 확신이 들고 말이야. 그러니까 이제 강가나 너는 네 생각부터 우선적으로 하란 말이야. 강가온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자신보다 너를 우선으로 생각해 주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그러는 선배랑 지우는 왜 그래요?”

나랑 지우가 뭐?”

왜 나를 우선으로 생각해?”

뭐라고?”

아니 그렇잖아. 두 사람을 보면 너무나도 이상해. 그렇다고 해서 내가 두 사람이랑 어떤 사이가 되는 것도 아닌데.”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야.”

알아요.”

주율의 정색에 가나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만일 두 사람이 뭔가 자신에게 바라고 그러는 것이라면 진작 두 사람과 모든 연을 끊었을 거였다. 물론 지우는 그녀에게 사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거기에 별다른 의미는 담겨 있지 않았다. 조금은 순수한 의미라고 할까? 하지만 그런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챙겨주는 두 사람을 보는 가나의 마음은 요즘 들어 더욱 불편했다. 두 사람은 마치 가나를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강가온을 보는 것처럼 두 사람은 나를 보고 있으니까 내가 도대체 뭘 할 수가 없어. 짜증나.”

네가 그렇게 행동을 하니까 그러는 거야.”

그래도 내가 뭐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잖아. 나는 그저 지금처럼만 가온이 옆에 있어줄 거야.”

그래서 강가온이 그 여자랑 한 집에 있는 것을 지금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을 하겠다는 거야?”

.”

미쳤어.”

주율은 혀를 차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이 가온에게 얼마나 큰 스캔들이 될 지는 가나가 더 잘 알 터였다.

하긴 네가 무슨 힘이 있겠어? 그 강가온 미친놈이 혼자서 다 저지르는 일을 가나 너는 뒤에서 그냥 수습을 하고 있을 뿐인데. 욕을 해도 네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미친놈 욕을 해야 하는 거지.”

사장님 말이 좀 심하시네요.”

강 실장이 보기에는 지금 내 말이 심한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까? 소속 연예인이 그 정도로 사고를 치고 다니는데 사장으로 이 정도 말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지금 말이나 된다고 보십니까?”

소속 연예인이기 이전에 강가온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연예인이라고요. 그런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강가온 씨는 FA시장으로 가서 대박을 칠 수도 있습니다.”

하여간 못 말려.”

선배 그리고 저 너무 부르지 마세요.”

?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사람들이 안 좋게 보잖아.”

누가?”

모두 다.”

그러니까 누가?”

또 흥분하기는.”

가나는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지금 말하는 사실은 이미 주율도 다 알고 있을 터였다. 수많은 이들이 이미 그녀에 데해서 많은 험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주율에게도 안 좋은 이야기가 많았다. 그녀가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일들이 커진 것이 많았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 그냥 선배랑 나랑 거리만 두면 그 소리는 없어질 거야.”

너랑 나랑 거리를 어떻게 둬?”

왜 못 둬요?”

그건 거짓말이잖아.”

무슨 거짓말.”

나는 너를 좋아하잖아.”

또 그 소리.”

안 믿는 거야?”

믿지. 지우도 나를 좋아하고, 선배도 나를 좋아한다는 그 이야기 믿지. 하지만 선배나 지우나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금 뻔뻔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형제가 여자 하나 두고 말이에요.”

. 그 녀석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군. 그 망할 자식이 나를 먼저 좋아했던 거니까 말이야.”

그럼 선배가 나쁜 사람이네.”

그렇지. 내가 나쁘지.”

주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맨 처음 지우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가나를 소개했을 때 당혹스러웠다. 지우가 좋아하는 사람이 가장 친한 후배라는 사실에 놀랐고, 두 사람이 이미 꽤나 친하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하지만 이미 다 지난 일인 걸.”

두 사람하고 함께 내가 지내는 한 과거가 아니잖아.‘

현재라고 해도 어쩔 거야?”

그러네. 뭘 어쩔 수가 없네.”

그러니까. 그냥 두고 보는 거지.”

그래도 좀 그렇잖아.”

뭐가 그런데?”

선배랑 지우야. 자기가 좋아한다는 말만 하면 되는 거지만. 솔직히 가운데 있는 내 입장은 아무도 고려를 안 하죠?”

그걸 우리가 왜 고려를 해? 강가나도 우리 입장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우리 마음에 들어온 건데.”

어우, 닭살도.”

아무튼 여기에 부른 다른 이유도 알지.”

수술은 절대 안 받아요.”

가나는 유쾌하게 웃으면서 과장되게 고개를 저었다. 주율은 그런 가나를 응시하면서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거야?”

그냥 이렇게.”

치료만 받는다고?”

.”

그런다고 차도는 보여?”

최소한 더 나빠지지는 않으니까.”

그게 언제까지 가는 건데?”

모르죠.”

그런데도 그럴 거라고?”

그렇다고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 이미 난소암은 걸려버리고 만 상황인데.”

그러니까 수술을 받자. 아니면 강가온 그 자식을 일본 같은 데로 보내서 현지에서 활동을 하게하고.”

우리 가온이 비행기 못 타는 거 알면서.”

배도 있잖아.”

배멀미도 심해요.”

빌어먹을 자식.”

욕은.”

주율의 입에서 가온을 욕하자 가나는 살짝 미간을 모으더니 곧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주율이 걱정을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더욱 미안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선배가 아무리 그런다고 해도 내가 그 녀석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은 선배도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미치는 거지.”

죄송해요.”

네가 왜 죄송해.”

애초에 우리 가온이가 연에인 될 자격이 없다고 한 사람이 바로 선배잖아. 그런데도 내가 고집을 피워서 걔를 연예인으로 만든 거고, 그렇게 혼자서 고생을 하는 나를 보고 힘들어 하는 선배랑 지우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가만히 가온이를 지켜보고 있는 거니까. 그러니까 미안하지.”

그건 알아?”

알죠.”

알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그럴 거냐고. 그런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야.”

누가 알아주라고 이 일을 하는 거라면 나 진작에 그만 뒀을 거야. 나 그렇게 인내심이 큰 편은 아니니까.”

그런데도 동생 때문에 한다고?”

그럼요.”

미쳤어. 강가나 미쳤어.”

주율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가나를 응시했다.

네가 그렇게 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런 거 바라지 않는다니까.”

너 정말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강가온에게 말을 할 거야. 그 망할 자식에게 모두 다 이야기를 할 거라고. 그 자식도 네가 도대체 어떤 상태인지 알아야 할 거 아니야. 그래야지 그렇게 철없이 놀지도 않을 거고 말이야. 지금 자기 누나가 그 눈에 하나도 안 보이는 거잖아? 미친 자식.”

너무 가온이 뭐라고 하지 마요. 내가 가온이가 아무 것도 보지 못하게 하는 거니까. 가온이가 내 걱정을 하면 연기나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 그 녀석 너무 착해서 못 그래.”

그렇게 착한 자식이 누나가 이렇게 아픈 것이 다 티가 나는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고?”

지금은 자기 일도 바쁘니까.”

그러니까 여자에 빠져서 그러는 거잖아.”

선배는?”

뭐라고?”

선배도 나에게 빠져서 그러는 거잖아.”

강가나.”

결국 다를 것은 하나도 없어요. 선배는 지금 나를 좋아하니까. 나를 우선으로 두니까 그러는 거라고요.”

가나는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런 주율의 마음이 고맙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온에 대해서 나쁜 이야기를 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만 있기에는 솔직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나를 부른 거야? 그러면 나 이제 더 이상 여기에 없어도 되는 거죠?”

들을 이야기 다 들었다?”

나는 할 이야기가 없으니까.”

결국 수술은 안 받겠다?”

솔직히 난소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잖아. 가온이 뿐만 아니라, 결국 그 수술을 받는다는 의미는 내가 더 이상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는 수술이기도 하니까요.”

반대 쪽이 남잖아.”

그게 희망이 된다고 생각을 해?”

그래도 너를 살려야지.”

잔소리는 끝이죠?”

정말 못 말리겠다.”

미안해.”

미안하면 수술을 하던지.”

가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가만히 미소만 지었다. 주율은 가슴이 답답했다. 하지만 뭐라고 할 말도 없었다. 자신은 가나가 아니기에 가나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사실 모두 이해를 한다는 말 역시 우스운 거였다. 이해를 할 수가 없었으니까.

나 되게 한심하네.”

선배가 왜 한심해.”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왜 없어? 이런 이야기 해주는 거 선배잖아. 그러게 무식하고 덜떨어진 소리를 하다니 말이야.”

가나는 작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주율도 엷게 미소를 지었다.

너 별로 아이도 안 갖고 싶다며.”

안 갖는 거랑 못 갖는 거랑 달라.”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안 되나?”

그게 긍정적일 리가 없잖아.”

그런 건가?”

지우 보다 선배가 편하다.”

무슨 뜻이야?”

지우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냐고 펄펄 뛰고 난리도 아니거든. 그런데 선배는 다르잖아.”

가나의 태도에 주율은 살짝 미간을 모았다. 혹여나 지금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가나의 표정에 곧 고개를 끄덕였다.

힘내라.”

힘을 줘야지.”

주고 있어.”

나는 모르겠는데.”

나도 모르겠네.”

주율이 갑자기 쓸쓸하게 말하자 가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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