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방송] 고마워요. 김재철 사장님
솔직히 고백을 하자면 나는 그리 충실한 [놀러와]의 시청자는 못 되는 사람이었다. 매주 월요일 도대체 뭘 봐야 하는지 늘 고민을 하는 시청자 중에 하나였다. 금요일이던 시절부터 [놀러와]는 나에게 있어서 일종의 예능 바이블 같은 존재였고, 온갖 포맷을 다 거치고 지나더라도 나에게 있어서 [놀러와]는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예전에 공이 와르르 쏟아지던 업 앤 다운부터, 뭐 이상한 음료수를 마시기도 하고. 돌아가는 질문지들을 선택하기도 하는 등. [놀러와]는 정말 다양한 변화를 해오던 예능이다. 아니 예능이었다. 그런데 이 대단한 [놀러와]가 그 누구와 붙어도 버텨내던 [놀러와]가 시청률이 안 나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MBC에서 퇴출이 되고 나의 월요일 선택은 간단해졌다. 이상할 정도로 용서를 해야 한다는 [힐링 캠프] 보다야 [안녕하세요] 쪽이 재밌으니까. 다만 그쪽은 무언가 상징을 가지기도 어렵다는 점에 있어서 [놀러와]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욕을 하면서 볼 수도 있는 방송이니까. [화성인 바이러스]를 보기에는 그래도 내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중이었고, 그나마 그와 비슷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예능은 최고의 선택이다. 정말 싫어하는 출연진이 아니라면 주로 [놀러와]를 선택했던 나는 ‘김재철’ 사장님 덕에 굉장히 자유로워졌다. 월요일 밤의 고민은 이제 모두 안녕!
[놀러와]의 폐지로 월요일 심야 채널 선택이 쉬워진 데에 이어서 시트콤을 볼 때도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사실 나는 MBC에 빚을 지고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남자셋 여자셋]과 [논스톱] 시리즈에 이어서 [레인보우 로망스]를 넘고, [하이킥] 시리즈를 비롯 수많은 일일 시트콤들과 [안녕! 프란체스카]나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 같은 주간 시트콤도 모두 사랑했다. 물론 ‘이성진’이 나왔던 시트콤은 조기 종영의 아픔을 겪기는 했지만 아무튼 나는 시트콤을 보면서 자랐고 나중에 시트콤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것도 MBC에서. 물론 지금 그 꿈은 멀어져갔다. 아무튼 최근 MBC 시트콤의 재미가 덜해지고 있는 와중에 KBS [패밀리]의 재미는 강해졌다. ‘박희본’ 커플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웃음을 유도했는데 ‘나문희’가 나오는 [엄마가 뭐길래]도 유쾌한 부분이 많아서 주로 MBC를 챙겼었다. 물론 이것도 이제 고민을 안 해도 된다. 우리 자랑스러운 ‘김재철’ 사장님 덕분에 말이다. 물론 [스탠 게이] 아니, [스탠바이]도 그다지 꼬박꼬박 챙겨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시트콤을 봐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무조건 MBC였다. 뭐, 더 재미있는 시트콤을 그저 애착으로만 보지 않은 나도 바보였지만 덕분에 참 편한 선택이 되었다.
사실 문화방송에서 그렇게 온갖 방송국 프리랜서들을 다 만날 수 있을지 몰랐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모델을 만드시다니. 보통 자사 아나운서의 경우 프리랜서를 하면 그 방송국에서는 받아주지 않는 것이 룰이다. 그런데 자연스레 지난 2012 올림픽과 이번 [일밤] [아빠 어디가?]코너를 맡은 ‘김성주’는 차라리 애교다. 타 방송국의 프리랜서 ‘전현무’도 자연스럽게 영입을 했다. 뭐, 이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프리랜서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일자리를 잃는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거니까. 그런데 도대체 왜? 예능감에 뉴스 진행까지 가능한 ‘오상진’이라거나 스포츠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김완태’ 아나운서를 버린 걸까? 그나마 얼마 전 ‘김나진’ 아나운서는 방송에서 확인을 한 것 같기는 한데 참. 뭐 문화방송 뉴스를 잘 챙겨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전종환’ 기자도 안 보인지 꽤나 오래 된 것 같은데? 뭐 지금 바로 검색창을 확인하니 뉴스를 보도를 하기는 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뮤직스트리트 전종환입니다]를 애청하던 사람으로써 ‘허일후’도 방송에서 볼 수 없게 된 것도 참 슬프다. 그냥 친한 동생처럼 ‘전종환’ 기자가 놀리던 ‘문지애’ 아나운서가 주말 뉴스데스크에서 보이지 않는 것도 슬픈 일이고. 도대체 다들 뭘 하고 계시는 건가?
2013년 절벽 위에 MBC가 서있다는 어떤 분 덕에 오히려 MBC를 외면할 수 있게 되었다. 뭐, 차라리 잘 된 일이다. 일요일 남격 대신 의리로 일밤을 챙겨볼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라디오스타]와 [무한도전]만 있다면 MBC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으련다. 그나저나 [놀러와] 폐지는 [해피투게더 시즌 3]에 희소식이 아닐까 싶다. 아예 [해피투게더 시즌 4]는 편안한 분위기의 토크쇼로 가면 될 테니까. ‘유재석’과 ‘박미선’ 그리고 ‘신봉선’의 부드러운 진행에 ‘박명수’의 살짝 날 선 진행까지 더해진다면, 나름 재미있는 토크쇼가 가능할 거다. 지난주 새로운 포맷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MBC에는 늘 빚을 진 마음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빚을 진 사람들이 MBC에서 보이지 않는다. 내가 아는 마봉춘은 이미 오래 전 사라진 모양이다. 고마워요. 김재철 사장님. 사장님 덕분에 채널에 대한 고민이 싹 사라졌어요. ‘유진’이 나오는 새 주말드라마는 나를 눈을 끌기는 하지만, 일단 [위대한 탄생]보다는 [보이스 오브 키즈] 쪽이 더 따뜻한 느낌이다. 어떤 프로그램이던 시청률만으로 잘라야 한다면, 진짜 MBC 8뉴스는 왜 안 없애는 거지? 다시 한 번! 고마워요. 김재철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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