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망할 꼬맹이 2

[수현우 팬픽] 망할 꼬맹이 2

 

“이현우!”

“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멍하게 해?”

“아니요.”

연경은 현우의 눈웃음을 보는 순간 화가 스르르 풀렸다. 무슨 사내 녀석이 저렇게도 웃는 것이 예쁜지. 연경은 고개를 몇 번 흔들고는 다시 독해를 시작했다. 그리고 연경의 독해가 시작이 되는 것과 동시에 현우는 다시 창밖을 내다봤다.

“너 무슨 생각을 하냐?”

“어?”

은결의 물음에 현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은결은 입을 쭉 내밀고는 가볍게 현우의 머리를 헝클었다.

“너 좋아하는 사람 생겼냐?”

“어쩌면?”

“어?”

그저 장난으로 눙치려고 하던 은결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누군데?”

“아 몰라. 나도 잘 모르겠다고.”

현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그대로 책상에 엎드렸다. 은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는 가만히 현우를 노려봤다.

“뭐야? 이현우.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너 학교에서건 집에 갈 때가지건 늘 나랑 같이 있잖아. 나랑 떨어지는 것은 아침에 오는 것이 전부인데. 도대체 누구를 좋아하게 된 거야?”

“모른다니까?”

“우리 반이야?”

“아니.”

현우가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는 모르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있기는 있다는 거네?”

“그런 이야기인가?”

은결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더니, 잠시 후 꽤나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현우의 옆구리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현우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후다닥 복도를 뛰기 시작했다.

“누군데?”

“말 못 해!”

“누구냐니까?”

“말해도 너는 몰라.”

“그러니까 말 하라고!”

“싫다고!”

현우는 장난스럽게 투정을 부리면서 크게 소리쳤다.

 

“누가 내 이야기 하나?”

수현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면서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그리고 자리에 일어나서 이리저리 스트레칭을 한 뒤 팔굽혀펴기를 하기 시작했다. 굵은 땀방울이 온 몸에 송글송글 맺힐 쯤 수현은 샤워기 아래에 섰다.

“꼬맹이 몸은 어떨까?”

!

수현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현우의 생각을 지우려고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았다.

“아니 왜 이 순간에 그 망할 꼬맹이 생각이 나는 거냐고. 김수현. 너 여자 좋아한다. 제발 이러지 말자.”

털털 거리면서 돌아가는 고물 선풍기 앞에 누우면서 눈을 감는데 다시 현우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 거렸다.

“으와.”

수현이 요란스런 소리를 내면서 일어나자 해랑이 고개를 갸웃하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수현에게 다가왔다. 수현은 해랑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이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하긴 그 눈웃음을 살살 치는 놈을 안 좋아하면 그게 사람이야? 그래. 그냥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거라고. 그 망할 꼬맹이.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은 없잖아. 그래. 그런 거야.”

애써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던 수현이 그대로 자리에 굳었다. 현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보고 있었다.

“이, 이현우.”

“아저씨.”

“너, 네가 지금 여기에 어떻게 있어?”

“아니, 오늘 모의고사 보는 날이라. 일찍 끝났지.”

현우도 어색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수현은 얼굴이 굳어진 채로 현우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럼 가야지. 여기 왜 왔어?”

“해, 해랑. 아니 아저씨랑 놀려고.”

“장난하지 마.”

수현은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현우를 노려봤다.

“너 지금 고 3이야. 그리고 너 나 알아? 너 나 잘 모르잖아. 그러면서 매일 같이 그렇게 남의 집에 쳐들어 오는 이유가 먼데? 망할 꼬맹이. 나는 너랑 놀아줄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거든? 그러니 다시 찾아오지 마라.”

“하, 하지만 아저씨!”

현우가 집으로 들어서려고 했지만 수현은 거칠게 그를 밖으로 떠밀었다. 현우를 억지로 복도로 밀치고 현관의 모든 자물쇠를 다 잠그고 나서야 수현은 문에 기대서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정말 싫다.”

수현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오른 손을 가슴에 얹었다. 가슴이 묘하게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