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수현우 팬픽 [완]

[수현우 팬픽] 망할 꼬맹이 3

권정선재 2013. 6. 12. 07:00

[수현우 팬픽] 망할 꼬맹이 3

 

너는 책 읽는 게 재밌냐?”

? .”

바보처럼 헤실헤실 웃는 현우를 보며 은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심하다는 듯 바라봤다. 그리고 현우의 손에서 책을 빼앗고는 가볍게 그의 머리를 밀었다.

아니 축구도 그렇게 잘 하는 놈이 도대체 왜 그렇게 책읽기만 몰두야. 우리 나가서 축구나 하자.”

싫어.”

현우는 다시 은결의 손에서 책을 빼앗고는 볼을 부풀렸다.

나 오늘 공 찰 기분 아니야.”

? 그 사람이랑 안 되는 거야?”

아니 거든.”

아니긴.”

은결은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을 지으면서 팔짱을 끼고는 현우를 아이를 보듯 바라봤다.

이 형님에게 다 물어보라고.”

내가 생일은 빠르거든?”

연애 경험은 이쪽이 더 많잖아?”

네 도움 하나도 필요 없는 상대입니다.”

?”

현우는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리 절친한 사이인 은결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남자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행동을 하지는 않을 거였다. 그리고 지금 자신도 정말로 수현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그저 동경을 하는 건지가 확실하지 않았으니까. 애매했다.

아무튼 나 오늘은 축구 안 할 거니까 공연히 힘 빼지 말고 그냥 가셔요. 오늘은 그냥 책 읽고 싶으니까.”

그럼 나도 너랑 읽어야지.”

?”

은결은 현우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현우는 그런 은결을 잠시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다시 책에 시선을 옮겼다. 은결은 그런 현우의 얼굴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는 눈을 감았다.

 



그러니까 이제 그 녀석은 안 올 거라니까?”

낑낑 거리는 해랑을 보며 수현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사실 서운하기는 해랑이 아니라 그가 더 서운해야 옳았다.

아니, 아무리 그런 말을 했다고 해도. 매일 같이 가지고 오던 바나나 우유를 안 가지고 올 건 뭐야?”

수현은 입맛을 다시면서 창밖을 바라봤다. 하지만 아직 아이들이 하교할 시간은 한참이나 남았다. 아니, 어제가 유난히 일찍 온 날이었으니까. 수현은 멍하니 모니터 앞에 앉았다가 담배를 물었다.

김수현. 너 정신 차려. 그쪽은 남자야. 남자라고. 그리고 그냥 남자도 아니고 나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녀석이라고. 아무리 귀엽게 생겼다고 하더라도 절대 죄를 지어서는 안 되는 거야. , 안 되고.”

현우는 몇 번이나 자신에게 말을 하고 해랑에게도 말을 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처럼 모든 일이 그렇게 쉽게만 풀리지 않았다. 안 된다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현우의 얼굴이 선명했다.

젠장!”

욕을 내뱉어도 가슴이 시원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답답하기만 했다. 지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가장 쉬운 사실이 하나 있었다. 꼬맹이, 현우가 보고 싶었다.

미치겠다.”

수현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붉은 저지를 입고 머리에 비니를 썼다. 거울을 보고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수현은 해랑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너도 같이 나갈래?”

!”

싫어.”

순간 해랑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눈을 희번덕하게 뜨자 수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해랑을 품에 안았다.

같이 나가야지 당연히.”

해랑이 다시 꼬리를 흔들기는 했지만 수현은 등에 땀이 죽 났다. 이 녀석 생각보다 만만한 강아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가는 것이 잘 하는 걸까?”

수현은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다시 멈칫했다.

꼬맹이는 나랑 같은 마음이 아닐 텐데.”

괜히 현우에게 고백만 했다가 현우도 당황하고 그도 이제 다시는 현우를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냥 이대로도 좋을 거야. 그래.”

!”

해랑이 다시 한 번 짖었다. 수현은 해랑을 바라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금은 머리를 따라야 하는 건지 가슴을 따라야 하는 건지 답이 보이지 않았다.

 

은결아. 자냐?”

은결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현우는 한숨을 내쉬고 책을 덮고 옆에 내려놨다.

나 하나 고백해도 돼?”

현우는 멀리 창밖을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나 좋아하는 사람 남자다. 우리 옆집에 사는 아저씨. 나보다 여섯 살이니 많은데 되게 좋아. 바보 같거든. 나 어떡하지? 지금 너무 보고 싶어.”

현우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수현에게 지금 이 모든 마음을 다 고백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수현이 너무나도 불안하게 생각을 할 거였다. 그리고 다시 오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은 터였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뭐 하나 갈피가 잡히지 않아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저 멀리 있는 구름이 마치 수현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