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
“여기에 있어서는 안 돼. 남조선 간나 새끼들이 우리를 잡으러 올 거야. 조장, 일어나요. 조장, 제발 일어나라고요.”
해진이 류환을 붙들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든 상황이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괴로울 정도로 무능했고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그나마 어느 정도 멀리 달아난 것이 안심이 되는 부분이라면 안심이 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것이 사실이었다.
“해진.”
“조장.”
“여기가 극락인가?”
“농담은.”
류환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서 눈물을 글썽이는 해진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해진은 그대로 류환의 품에 안겼다.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우리의 조국이 우리를 버렸고, 남조선 간나 새끼들이 우리를 잡으려고 하는데.”
“걱정하지 마.”
류환은 눈을 감고 조용히 말했다.
“너는 내가 지켜.”
“조장 죄송합니다. 제가 거기에서 나서지 않았더라면. 쿨럭.”
“리해진!”
“총을 너무 많이 맞았어. 망할 남조선 간나 새끼들.”
류환은 멀어져가는 의식을 붙들고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거칠게 해진의 하얀 셔츠를 벗겨냈다. 새하얀 피부에 몇 개의 칼자국이 남아있었다. 류환은 조심스럽게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 상처를 어루만졌다.
“괜찮나?”
“네.”
해진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장 곁에 오기 위해서 견딘 거니까요. 고작 이 정도를 가지고 저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그런 조장은 괜찮아요?”
해진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조장이 나 때문에. 나 때문에 그 남조선 간나 새끼들의 총알을. 나 때문에.”
“아니야.”
류환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작 이 정도 충격으로 죽을 수 없었다. 그 모든 고비를 넘기면서 살았다. 여기에서 무너진다면 그 모든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워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터였다.
“리해진.”
“네.”
“참아라.”
류환은 심호흡을 하고 발목에 채워둔 날이 잘 선 칼을 그대로 해진의 몸에 쑤셔넣었다. 해진의 붉은 입술이 벌어지고 그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흘러나왔지만 류환은 그 모든 아픔을 뒤로 한 채 해진의 몸에 있는 총알을 찾는 데만 몰두했다. 일곱 번째 총알을 꺼내고 류환은 그대로 해진의 품에 쓰러졌다.
“원류환 소좌. 남파 임무가 내려졌다. 남조선에 가서 위대한 당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
“알겠습니다. 대좌 동지.”
류환은 긴장된 모든 마음이 그에게 들키지 않기를 바라며 애써 그의 시선을 피했다. 다행히 김태원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침소로 돌아와서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숨길 수가 없었다. 남조선이었다.
“드디어 임무군.”
류환은 눈을 감았다. 뭐든 다 잘 하고 싶었다.
“이제 일어나셨습니까?”
“음.”
류환은 아직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깨우면서 대답했다. 방금 전 그것은 꿈이 분명했다.
“총알을 모두 빼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몸이 제대로 회복이 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남조선 간나 새끼들. 도대체 조장의 몸에 얼마나 많은 총알을 쏜 거랍니까? 그걸 빼내는데 정말, 나 혼자서는.”
“괜찮아.”
류환은 울먹이며 눈물을 흘리려고 하는 해진을 가만히 품으로 안았다. 류환의 단단한 가슴에서 해진은 아이처럼 울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름 살 방법이 생기지 않겠어?”
“하지만 남조선에서 우리가 살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조국도 우리를 버렸습니다. 제가 그토록 믿었던 조국이 나를 버렸습니다.”
“나는 너를 버리지 않았잖아.”
“조장.”
류환은 가만히 해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 큰 줄 알았지만 여전히 작은 해진은 류환의 품에서 어깨를 들썩였다.
“흑룡 조장 리해랑은 어떻게 된 겁니까?”
“글쎄다.”
어딘가로 다녀온 류환의 표정은 밝은 것인지 어두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가기 전보다 조금은 밝아진 것은 확실해 보였다.
“리해진.”
“네.”
“당분간은 우리 두 사람이 이 집에 같이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들이 우리의 행방을 찾고 있는 것 같으니까.”
“그렇습니까?”
해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다. 그런 해진의 모습에 류환은 해맑게 웃음을 터뜨리며 해진을 품에 안았다.
“누가 지금 우리를 노리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나? 그들이 우리를 찾고 있을 테니 조심하라고 한 거지.”
“조, 조장.”
“아, 미안.”
류환은 황급히 해진에게서 물러났다. 그리고 욕실로 후다닥 들어가 버렸다. 해진은 얼굴을 붉힌 채로 가슴에 손을 얹었다. 두근거림.
“당신 곁에 있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두 가지가 모두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젠장.”
류환은 거울을 보며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최대한 침착해야 했다. 해진과 같이 살기 위해서는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 잡혀서는 안 되었다. 둘 중 한 사람이 위험해진다면 결국 두 사람이 모두 위험해질 거였다. 그리고 해진은 아직 어렸다. 해진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자신에게 있었다.
“정신 차리자. 원류환.”
류환은 살짝 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서 무너질 수 없었다. 끝까지 감정을 눌러야 좋은 사람이었다.
“엄마 뭐 좋은 일 있어?”
“좋은 일이 있기는 뭐가 있어? 이 썩을 놈아.”
“욕은.”
두석은 입을 쭉 내밀면서 밥상에 앉았다. 전에는 엄마의 밥상이 귀찮기도 했지만 동구 녀석이 사라진 이후로는 이 자리를 꼬박꼬박 지키는 그였다.
“두석아.”
“응.”
“동구가 살아있는 가보다.”
“어?”
두석이 밥을 입에 넣다가 말고 눈을 크게 뜨고 모친을 바라봤다. 순임은 농담이 아닌 듯 꽤나 진지해보였다.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뭐가?”
“엄마가 동구 그 자식이 괜찮은지 어떻게 알아?”
“아이고, 조용히 혀.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려?”
“어? 어.”
두석은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 녀석이 나랑 맨 처음 만났던 거기에다가 글을 써놨다. 다른 사람은 몰러도 너는 알아야 할 거 같아서 말을 하는 거야.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수혁의 눈이 반짝였다.
“살아있다고?”
지켜야 했다. 한 번 놓친 그들을 다른 이들이 잡기 전에 그가 구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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