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2
“조장.”
“일어났냐?”
“뭐하시는 겁니까?”
“보면 모르냐? 밥 하는 거지.”
“조장은 이런 일 하면 안 됩니다. 이건 제가 하겠습니다.”
“됐다.”
류환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어디에서 가져왔는지도 모를 싱싱한 채소가 끓고 있었다.
“다 어디에서 가져 오신 겁니까?”
“왜? 몰래 가져오기라도 했을까봐?”
“네?”
“그래.”
류환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에서도 제대로 가지고 올 수 없었다. 나중에 제대로 은혜를 갚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단은 해진과 같이 살아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방법이 없었다.
“일단 슬슬 나가서 일을 구해야 할 것 같아. 뭐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하지만 남조선 간나 새끼들 눈이 있어서 그리 쉽게 일을 하지는 못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렇지.”
“그럼 제가 구해볼까요? 주유소 같은 곳에서는 그렇게 철저하게 사람을 가리는 것 같지 않던대요.”
“너는 괜찮아.”
류환은 가만히 해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는 아직 몸이 안 좋잖아. 일단 그 상처들이 다 나을 때까지는 그냥 나에게 모든 것을 맡겨도 돼.”
“그건 조장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나보다 더 심하게 다친 것이 바로 조장이면서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흥분하기는.”
“조장.”
“나는 너보다 어른이야.”
류환은 살짝 무릎을 굽혀서 해진과 눈을 마주치며 싱긋 웃었다. 그 모습에 해진은 얼굴이 붉어진 채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너 공부할 책 같은 것도 가지고 와야지.”
“공부 같은 거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남조선에서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똑똑한 것이 우선이야. 이 나라는 그 무엇보다도 공부를 우선으로 하니까.”
“하지만 제가 남조선에서 제대로 학교나 다닐 수 있겠습니까? 조국에서도 버린 몸이고. 남조선 간나 새끼들도 그렇게 나를 죽이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조장, 지금 너무 꿈꾸는 것 아닙니까?”
“꿈?”
류환은 작게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해진이 정확히 무언가를 찌른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지. 꿈이겠지. 이런 것은 말도 안 되는 거니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거니까.”
“그런 것이 아니라.”
“아니야.”
갑자기 톤이 낮아진 류환을 걱정하면서 해진이 말을 덧붙이려고 하자 류환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서 해진의 볼을 가만히 어루만졌다. 해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화르르 달아올랐다.
“거칠어진 곳 좀 봐. 남조선에 와서 나 때문에 여러 일에 휘말려서 제대로 쉴 시간도 없었지?”
“아닙니다.”
“일단 씻고 와.”
“네? 네.”
해진은 후다닥 화장실로 달아났다. 류환은 쓴 웃음을 지으며 상을 차리고는 외투만 걸치고 그대로 밖으로 나섰다.
“조장.”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해진은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자신이 류환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떠날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류환과 멀어진다면 다시는 그를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사실을 말씀을 해주셔야 합니다.”
“아니 나는 모른다니까 그러네.”
벌써 몇 시간 째 자신을 닦달하는 수혁 탓에 순임은 울상이었다. 어딘가에서 두석과 한 말을 들은 모양이었다.
“우리 집에 도청이라도 해놓은 거여?”
“그렇다고 한들 찾으실 수나 있겠습니까?”
“이봐요. 순사 양반.”
“순사가 아니라 국정원 직원입니다. 국정원. 나랏일을 하는 사람이고 공무원입니다.”
“아니 나랏일을 하건 뭘 하건 나는 상관을 할 바가 아니고. 나는 우리 동구, 아니 원류환이라는 그 무서운 사람이 도대체 어디에 갔는지를 모른다니까 그러네? 그걸 나에게 물어서 어쩌누?”
“동구 살리고 싶지 않으십니까?”
“뭐?”
“살릴 수 있습니다.”
수혁의 말에 순임의 눈동자가 떨렸다.
“지, 지금 한 그 말이 사실이지? 참말로 우리 동구. 혹시라도 자네가 찾으면 살릴 수가 있다는 것이제?”
“물론입니다.”
수혁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다치게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북의 분위기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없애기로 했고 딱 둘만 남은 5446 부대 따위 아무런 상관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럼 어디에 있습니까?”
“그건 나도 몰라.”
“어머니.”
“그런데 연락할 수 있는 곳은 알아.”
“네?”
수혁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이렇게 늦게 나오면 어떻게 해?”
“늦은 겁니까?”
“그렇지.”
인상이 좋아 보이는 사내 하나가 안타깝다는 눈으로 류환을 바라봤다.
“이곳 사람 시장은 말이야. 아침 일찍 문을 연다고. 해가 뜨기 전에 이미 필요한 사람들을 다 데리고 가니까. 해가 뜨고 나서 오면 그때는 이미 공친 거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되는 거야.”
“그렇군요.”
“내일은 좀 일찍 오시게.”
“고맙습니다.”
류환은 예의 바르게 허리를 숙이고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달동네 그곳으로 향하는 것을 알고 멈칫했다.
“위험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궁금한 것은 사실이었다. 란이 미국으로 떠났는지, 연변 박 씨가 그 두 망할 꼬맹이들의 아버지가 되었는지. 장 씨 아저씨는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유란, 그 에미나이는 어찌 되었는지.
“엄마.”
순임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혹시라도 그녀가 자신이 남긴 메시지를 확인을 했을지도 몰랐다. 류환은 발걸음을 옮겼다.
“네가 살 방법이 있단다. 작은 아들. 슈퍼로 와라.”
류환은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순임이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는 몰랐지만 절대로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자신과 해진은 간첩이었다. 절대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간첩이었다.
“역시 왔군.”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뒤통수에 단단한 것이 느껴졌다.
“서수혁?”
“이번에는 진짜야.”
“내게 바라는 것이 뭐지?”
“그럼 얌전히 들을 생각이 있나?”
류환은 심호흡을 했다. 총에 맞고 안전하게 해진이 있는 곳까지 달아날 힘은 없었다. 그리고 근처에 기척이 수혁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류환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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