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3
“조장!”
해진은 볼을 잔뜩 부풀렸다. 벌써 몇 번이나 불러도 류환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조장!”
손까지 눈앞에 흔들어도 뭘 그렇게 푹 빠진 것인지. 해진은 마치 어린 아이처럼 볼을 잔뜩 부풀린 채로 류환을 노려봤다. 하지만 해진이 그러한 반응을 보이건 말건 류환은 뭔가 깊이 빠진 모양새였다.
“어떻게 우리를 살릴 수 있다는 거지?”
“내 말을 들을 건가?”
“내가 묻는 것부터 대답을 하지.”
“그게 우선이 아닐 텐데.”
“뭐라고?”
수혁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일단 그 꼬맹이 그렇게 멀쩡한 상태가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아무리 네가 그 녀석을 안고 뛰어내렸다고 하더라도 이미 상처가 꽤나 심할 거야. 다리도 절뚝이고 있는 상태인데 말이야.”
류환의 얼굴이 구겨졌다. 해진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이미 그의 다리에는 괴사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거지?”
“치료해주지.”
“그리고 원하는 건?”
“너희 둘.”
“뭐라고?”
“대한민국에서 아무런 걱정도 끼치지 않고 살게 해주지. 대신 리무혁에 대한 정보를 줘. 그럼 되는 거야.”
“미친.”
류환의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아무리 우리가 살겠다고 우리를 믿어주던 이를 배신하라고 하는 건가? 남조선 너희들은 그렇게 쉽게 배신할 수가 있나?”
“이건 너희가 배신하는 것이 아니야.”
수혁은 입에 담배를 물고 가벼운 어조로 대꾸했다.
“이미 너희 조국에서 너희를 버렸다고. 다시는 너희를 찾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어. 그래서 너희도 마저 죽이라는 명령이 내려진 거라고. 마지막 발포 명령이 우리들 마음대로 가능한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절대로.”
수혁은 류환에게 담배 연기를 뿜었다. 류환은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그런 수혁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래서 지금 네 말을 믿고 나의 조국을 배신하라고 하는 건가? 정말로 나의 조국이 그런 상황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나를 너무 쉽게 보는 군. 아무리 내가 바보 방동구로 살았다고 해도 말이야. 나 조국에서는 꽤나 인정 받던 스파이였어. 비록 내 오마니가 어찌 되셨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포기하지 않아.”
“살아계시다.”
류환의 눈동자가 다시 한 번 흔들렸다.
“뭐라고?”
“꼬맹이 녀석의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도 살아 있어. 우리도 사실 확인이 안 되었는데 극적으로 확인했다. 지금 라오스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 안전하게 계시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실 수 있어.”
“그게 정말인가?”
“내가 너에게 이런 것을 거짓말을 해서 뭘 어쩌자는 거야? 네가 언제든 다시 도망갈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그래서 너에게 얻어지는 이득이 뭐지?”
류환은 차가운 눈으로 수혁을 응시했다.
“너의 손에 뭐라도 이득이 생기지 않으면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안 그런가?”
“물론.”
수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얻는 것이 있으니까 이런 걸 하는 거야.”
“그게 뭐지?”
“비밀.”
“뭐라고?”
“아직은 비밀이라고.”
수혁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류환은 뭔가 한 마디 더 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서 지금 네가 있는 곳을 알려줄 건가?”
“그 녀석에게도 물어야 한다.”
“꼬맹이? 네가 말을 하면 다 들을 텐데? 그 녀석이 너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마음이 뭔가 조금 이상. 켁.”
수혁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류환이 바로 그의 품을 파고든 후 수혁의 숨골을 그대로 팔로 눌렀다.
“죽여 버릴 거다. 혹시나 그 녀석하고 나에 대해서 이상한 생각을 한다면 나는 바로 죽일 거야.”
“아, 알았다고.”
수혁이 힘겹게 대답하자 류환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내일 이리로 다시 오지.”
“그건 위험하고 내 전화를 알려주지.”
류환이 다시 긴장된 표정을 짓자 수혁은 어떻게 할 건지 가만히 바라봤다. 이내 류환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류환은 품에서 자신의 명함 한 장을 꺼내 건넸다. 그리고 명함을 바라본 류환의 입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도서 편집장 서수혁?”
“나 정도 되는 사람이 명함을 아무 거나 가지고 다닐 수는 없어서 말이야. 약간의 신분은 속여야 하거든.”
“이 정도로 속여야 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연락하지.”
류환은 수혁이 저 멀리 살아질 때까지 가만히 보고 그가 마침내 사라지고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자리를 피했다.
“조장!”
“으, 으어!”
문득 정신을 차린 류환은 자신의 눈앞에 해진이 입술을 숨결이 닿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가져다 댄 것을 확인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조장 괜찮아요?”
해진은 곧바로 류환을 부축했다.
“무슨 사람이 그렇게 얼이 빠져 있어?”
“어? 아, 아니.”
“하여간 조장은 완벽한 그 무언가와 다르게 은근히 허술한 부분이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완벽하면 뭐 누가 뭐라고 합니까? 꼭 마지막을 그렇게 허술하게 해야 하는 겁니까? 하여간 조장은 웃긴 사람입니다.”
“내가 그러냐?”
류환은 이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해진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미세하게 해진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확인했다.
“왜?”
“아닙니다.”
“아니긴.”
류환은 그대로 해진의 바지 버클을 풀고 바지를 벗겨 버렸다. 새하얀 다리에 감긴 압박 붕대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해진이 부끄러워하건 말건 류환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붕대를 천천히 풀어냈다. 해진의 이마에 작게 주름이 잡히고 이내 환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검붉은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이런 것을 가지고 그냥 있었던 거야?”
“하지만 조장의 몸의 상처도 작지 않잖아요.”
“미련한 놈.”
류환은 한숨을 토해내고 그대로 해진을 품에 안에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서 따뜻한 물을 끓여와서 가만히 그의 다리를 닦아주었다. 세심한 류환의 손길에 해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조장 미안해요.”
“네가 뭐가 미안하냐? 네 잘못이 아니야.”
소주를 다리에 부은 후 인상을 찌푸리는 해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나서도 류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편한 바지 구해 올 동안은 너 그냥 그러고 있어야 되겠다.”
“네?”
“좀 그런가?”
류환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자신의 셔츠를 해진에게 대충 던졌다. 그리고 훌훌 나가버리는 류환을 보면서 해진의 볼이 붉어졌다. 해진은 단추를 풀고 류환의 셔츠를 몸에 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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