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4
“조장.”
“그래. 컥.”
뒤를 돌아본 류환의 얼굴이 그대로 붉어졌다. 속옷만 입은 채로 그의 셔츠를 입은 해진의 모습은 너무나도 예뻤다. 류환은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돌아서서 창밖을 바라봤다. 머리가 복잡했다.
“리해진.”
“네, 조장.”
“가족이 살아있다고 한다.”
“네?”
해진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무슨?”
“지금 라오스에 있다고 한다.”
“라오스요?”
해진의 어깨가 가늘게 흔들리자 류환은 재빨리 그에게로 달려가서 해진의 손을 잡았다. 해진이 류환의 품에 무너졌다.
“정말로 그 말을 믿어도 되는 거예요? 조장. 나는 더 이상 그 누구도 믿고 싶지 않아요. 그 말을 믿다가 다시 또 당하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조장 나는 지금 조장만 있어도 충분해요. 그러니 괜찮아요.”
“정말 나로도 괜찮은 거야?”
“네.”
해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조장 아닙니까? 늘 가까이 있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조장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다른 생각을 하는 것 말도 안 되는 겁니다. 괜히 가족을 되찾기 위해서 노력을 하다가 그나마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마저 손에서 놓아야 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리해진.”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을 겁니다.”
해진은 꽤나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류환을 응시했다. 류환은 잠시 한숨을 토해내더니 그런 해진의 머리를 가만히 두드렸다.
“그 꼬마가 이렇게나 크다니.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서수혁. 그 사람이 이야기를 한 거니까.”
“지금 조장은 그 말도 안 되는 간나 새끼의 말을 믿으시는 겁니까? 그 간나 새끼로 인해서 우리가 이 꼴이 된 거 잊으셨습니까?”
“서수혁 탓은 아니지.”
“조장.”
해진이 원망하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류환은 더욱 밝게 웃으면서 해진을 꼭 안았다. 해진은 입을 내밀면서도 그런 류환을 밀어내지는 않았다.
“일단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모두 다 우리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닌가? 가족이 살아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거야. 그리고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걸로 희생을 할 이유도 충분하고.”
“하지만 그것이 조장을 잃는 것이라면 싫습니다. 조장의 곁에 이씩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설마 조장에게는 제가 충분하지 않은 겁니까?”
류환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런 류환에 해진은 가늘게 한숨을 토해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장이 무슨 생각인지 알겠습니다.”
“리해진.”
“아닙니다.”
해진은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류환에게서 몸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는 그를 보는 류환의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아시면 그곳에 계시는 오마니가 오히려 위험해지시는 것 아닌가? 내가 나서지 않는 것이 좋을 텐데?”
“자네들의 조국에서 강제로 그 사람들을 본국으로 압송할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네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면 상황이 달라질 거야.”
“뭐라고?”
“가족을 위해서 노력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냥 이대로 가족을 잡을 수 있는 손을 놓으려는 건가?”
“그 이야기는 아직 우리가 가족을 만날 수 있을지 제대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렇지.”
류환은 어이가 없었다. 마치 수혁이 자신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 것 같아서 불쾌했다. 아무 것도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를 가지고 그는 마치 뭐든 다 되는 것처럼 자신에게 이야기를 했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장난이라니?”
수혁은 양손을 들고 고개를 저었다.
“공식적으로 너희 나라는 우리의 적이라고. 아무리 탈북을 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을 우리나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도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으로 가기를 희망한다.”
“미국?”
류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미국은 왜?”
“어차피 탈북자 신분이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모든 것을 시작을 할 수 있는 미국을 선택을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 대한민국에서 탈북자들이 설 자리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 그래서 네가 필요한 거다.”
“그런 거라면 거절한다.”
류환의 대답에 수혁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원류환. 네 가족들이 네 곁으로 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 건가?”
“원한다. 지금 이 순간도 오마니의 얼굴이 눈앞에서 아른거려서 견딜 수가 없고 너무나도 괴롭다.”
“그런데 왜?”
“리해진을 잃을 수 없다.”
류환의 고백에 수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꼬맹이가 그렇게 중요한가?”
“중요하다.”
류환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수혁은 입에 담배를 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류환을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 나는 가보도록 하지.”
“아, 참.”
수혁이 품에 손을 넣자 곧바로 류환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수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신분증 두 장을 류환에게 던졌다.
“두 사람 앞으로 신분증이 나왔다.”
“신분증?”
방동구, 그리고 이해진. 주민등록증을 받아드니 어딘지 모르게 생경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류환은 수혁을 응시했다.
“이걸 우리가 써도 되는 건가?”
“물론.”
류환은 짧게 고개를 숙이고 순식간에 자리에서 벗어났다. 수혁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담배를 던져서 발로 비볐다. 원류환은 쉽게 그에게 걸려들 사람이 아니었다.
“이게 뭡니까?”
“우리가 여기에서 살 수 있다는 증거.”
“조장.”
해진이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류환을 응시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일단 서수혁 그 녀석이 준 거니까. 그리고 이제 이것이 있으면 엄마에게도 갈 수 있어.”
“조장의 오마니는 지금 라오스에. 아 설마 그 늙은 에미나이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래.”
류환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자 해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류환은 자신이 생각을 한 것보다 더 많이 이쪽에 적응을 한 모양이었다.
“그런 조장의 모습 낯섭니다.”
“어?”
“아닙니다.”
해진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굳이 여기에서 류환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류환이 기뻐하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마찬가지로 기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사람처럼 살 기회가 생긴 거다. 더 이상 짐승으로 살아갈 필요가 없어. 우리는 사람이니까.”
해진은 가만히 류환을 바라봤다. 지금 그가 하는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농담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자신이 믿어야 할 사람은 오직 류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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