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6
“으흣, 하아.”
귀를 시끄럽히는 소리에 류환은 눈을 떴다. 잠시 그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 것인가를 생각하던 류환은 곧바로 곁에 있는 해진을 바라봤다. 붉게 달아오른 뺨, 땀으로 가득한 얼굴. 류환은 황급히 자리에 앉았다.
“리해진.”
“조장.”
“무슨 일이야?”
“모르겠어요.”
“젠장.”
류환은 해진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불덩이 같았다. 다짜고짜 해진을 안아 올렸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조장 저는 괜찮습니다.”
“도대체 뭐가 괜찮다는 거야? 사람 몸이 이 지경이 될 동안 도대체 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거야? 사람이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를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래야 나도 너에게 뭘 해주지. 어서 일어나!”
“괜찮습니다.”
해진은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차피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없잖아요.”
“왜 없어? 우리 이제 이 나라 신분증이 나온 이 나라 국민이야. 그런데 무조건 안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포기하면 도대체 뭐가 되는 건데? 넌 나를 그렇게 무능력한 사람으로만 생각을 한 건가? 적어도 내가 책임지기로 한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은 무조건 책임을 질 거야. 그게 내가 가진 삶의 방식이야.”
“조장.”
“못 일어나겠나?”
“네.”
해진은 가냘픈 숨을 토해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류환은 낮게 욕설을 내뱉고 해진을 품에 안아올렸다. 바싹 말라서 그런지 그 무게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며칠 전과 비교를 해보아도 한참이나 가벼웠다.
“도대체 사내 녀석이.”
“죄송합니다.”
“나에게 미안할 것이 아니지.”
류환은 한숨을 토해내며 해진을 안고 밖으로 나섰다.
“미안하군.”
“아니.”
수혁은 담배를 입에 물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나야 그 이유가 무엇이건 정보를 준다고 하면 그걸로 그만이니까. 나는 그저 정보를 얻고 싶은 거거든.”
“도대체 그 정보라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 거지? 네가 말을 한 것처럼 더 이상 북과 남의 대결이 없다면 도대체 정보라는 것이 왜 필요한 거지?”
“협상.”
“협상?”
류환의 눈썹이 올라갔다.
“도대체 무슨 협상을?”
“너희만 남으로 내려온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
“뭐라고?”
류환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수혁은 꽤나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담배 연기를 멀리 뿜었다.
“너희들이 남으로 내려오는 만큼 우리도 북으로 많이 올라간다.”
“하지만 아무리 너희가 북으로 올라온다고 해도 제대로 행동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우리 체제에 허점은 없다. 다들 북으로 넘어오는 순간 다들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남에도 북으로 불법적인 정보를 넘기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북에서도 그런 이들이 있지.”
“이런 종간나 새끼들.”
“진정하라고.”
수혁은 류환의 어깨에 손을 얹고 눈을 밝혔다.
“이제 본격적인 것들이 시작이 될 테니까.”
“도대체 나에게 바라는 것이 뭐지?”
“리무혁.”
“리무혁 그 자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어. 아무리 대단한 자라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까지 그 정보가 제대로 내려오지는 않을 테니까. 우리에게 그런 자세한 정보를 알려줄 거라고 생각을 하나?”
“그런가?”
수혁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무혁에 대한 정보는 어쩌면 자신들이 더 많이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나저나 가족은 정말로 찾지 않을 건가?”
“가족이 애초에 남으로 오기를 바라지 않고 미국으로 가기를 바라는 상황에서 우리가 나설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괜히 우리가 나섰다가 가족에게 나쁜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렇기는 하지만 라오스가 최근 탈북 청소년들을 북으로 다시 보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협박인가?”
“도움이다.”
“도움?”
“누군가를 죽여달라.”
“이 빌어먹을 간나 새끼!”
류환이 고함을 지르며 순식간에 수혁을 병원 벽에 밀어붙였다. 수혁은 켁켁 거리면서도 여유로운 미소를 지켰다.
“너희들은 이미 인간이 아니야, 그리고 그런 인간이 아닌 녀석들은 같이 인간이 아닌 자들이 죽여야지.”
“우리는 더 이상 짐승으로 살지 않기로 다짐을 한 거다. 그래서 너에게 정체를 드러낸 거라고. 그런데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지? 도대체 우리에게 뭘 바라고 있는 거지? 내가 뭘 하기를 바라는 건가?”
“그냥 누군가를 죽일 수 있기를 바란다.”
“거절한다.”
“왜지?”
“뭐라고?”
“너희는 조국에게서 버림을 받았다. 그렇다면 너희도 조국을 버려야 하는 것 아닌가? 도대체 너희는 왜 조국에게 버림을 받은 상태에서 끝까지 조국을 지키겠다고 설치는 거지? 조국을 그런 식으로 지키는 이유가 뭔가?”
“전에도 말을 했을 텐데 오마니는 버릴 수 없다.”
“조국이 너의 어머니인가?”
“그렇다.”
“그 어머니가 너를 버렸다.”
류환의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렸다.
“그런데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그대로 그 어머니를 지킬 것인가? 다른 생각 하지 않고 그럴 수 있는가?”
“그래.”
“대단하군.”
수혁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류환은 한숨을 토해내고 팔에 쥐고 있던 힘을 풀었다. 그리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더 이상 누군가를 죽이지 않을 거다. 내가 누군가를 죽이게 되면 반대로 다시 내가 쫓기게 될 테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아서는 남한에서 제대로 먹고 살 방법이 없을 텐데? 돈은 네가 생각을 하는 것보다 풍족하게 주지.”
“나는 돈의 노예가 아니야.”
“그건 두고 봐야 할 일이지.”
류환은 멋대로 지껄이는 수혁을 뒤로 두고 몸을 돌렸다.
“꼬맹이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
류환의 걸음이 멈추었다.
“상처가 썩어가고 있었어.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 고통에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도 못했을 테지만 그 녀석은 이상할 정도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더군. 도대체 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게 우리 위대한 공화국의 전사다.”
“그 공화국은 이제 개나 줘버리고 잘못 하다가는 죽을 거야. 그 꼬맹이를 살리고 싶다면 다른 방법이 없을 거다.”
“네가 생각한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다.”
류환이 병원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며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리해진.”
류환은 의식을 잃은 해진을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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