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5
“젊은 친구가 아주 성실하네.”
“아닙니다.”
처음 일을 할 적에는 불안했다. 자신의 신분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혹시라도 무슨 손해라도 입지 않을까. 하지만 다행히 주민등록증이 나왔고 아마도 말소자였을 것 같다는 시선만 받은 채로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말아. 왜 이런 일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람 몸이 재산인 거니까.”
“네.”
류환은 대답을 하면서도 다시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다른 인부들은 모두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잘 놀았어?”
“조장. 괜찮아요?”
“그럼.”
집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무너지듯 내려앉는 류환을 보며 해진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의 셔츠를 풀었다. 상처가 난 곳에서 피가 새었다. 해진은 한숨을 토해내고 수건을 가지고 그의 몸을 닦으려고 했는데 류환이 해진의 손을 잡았다.
“그냥 씻으면 돼.”
“하지만.”
“어차피 냄새 나잖아.”
“조장 냄새는 괜찮습니다.”
해진은 얼굴을 붉히며 또박또박 말했다. 류환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해진을 의지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야. 우리가 훈련을 받던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지. 안 그래?”
“조장. 이제 저도 일하겠습니다. 이제 주민등록증이라는 것도 나왔으니 여기에서 일 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
“절대로. 안 된다.”
류환은 순간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해진을 응시했다.
“리해진. 너는 그저 평범한 아이가 되는 거야. 이곳에서는 절대로 불행한 아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도대체 왜 일을 하는 것이 불행한 아이라는 겁니까?”
“이곳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교육을 받더군. 우리와 같은 교육이 아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다는 그런 교육. 리해진. 나는 네가 그런 교육을 받기를 바란다. 이곳에서.”
“그래도 조장이 무리하면서까지 그러는 것은 싫습니다. 조장이 도대체 왜 저를 책임지려고 하시는 겁니까?”
“그러게.”
류환은 씩 웃으면서 해진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해진의 볼이 곧바로 붉게 물들었다. 류환은 그대로 욕실로 들어섰다.
“조장.”
해진은 그런 류환의 등을 보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꼬맹이는 자나?”
“그래.”
수혁은 담배를 물고 하늘을 바라봤다. 세상은 자신들과 같은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유난히 조용했다.
“그저 북에 대한 소식을 조금이나마 전해주기만 하면 더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왜 거절하는 거지?”
“아무리 내가 여기에서 머물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하지만 그따위 배신을 할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다.”
류환의 눈이 차갑게 빛이 나자 수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류환은 그가 다루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만났던 그 어떤 간첩보다도 굳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 가족은 어떻게 할 거지?”
“우리가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정말인가?”
류환은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고 수혁을 응시했다. 수혁은 끙 하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담배를 던져서 발로 비볐다.
“지금 더 큰 일에 얽히고 싶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그럴 각오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주민등록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무리가 있을 텐데?”
“그런 것은 네가 신경을 쓸 일이 아닐 텐데?”
“물론 그렇겠지.”
수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더 나은 것을 선택을 하기 바란다. 이제 너도 그 꼬맹이 녀석도 이 나라에서 살아야 할 거니까.”
“그건 모를 일이지.”
“뭐라고?”
“물론 다시 조국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거다.”
류환의 덧붙임에 수혁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경계가 가득한 눈으로 류환을 응시했다.
“만일 네가 여기에서 북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면 정말 그것은 나를 크게 엿을 먹이는 거야. 네가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정말 위에 뭐라고 보고를 해야할지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으니까.”
“그런 것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거다. 그리고 이제 이곳에는 찾아오지 않았으면 한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네가 움직이는 위치를 파악을 하고 있다면 우리의 위치도 알려지기 쉬울 테니까.”
“위치가 알려진다고 해도 그 누구도 해코지를 하지 않을 텐데?”
“그건 모를 일이지.”
“그런가?”
수혁은 싸늘한 미소를 짓고 터덜터덜 멀어져갔다. 류환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 하늘을 바라봤다. 가족을 다시 보고 싶기는 했지만 위험이 너무 컸다. 그리고 수혁을 자꾸 만나는 것도 불안했다. 순간 바스락 소리에 바닥에서 돌을 주워 바로 그리로 던졌다. 해진이 그 돌멩이를 잡아 쥐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듣고 있었나?”
“네.”
해진은 아랫입술을 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엿들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류환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너도 관련이 되어 있는 이야기니까. 내가 네 의사를 묻지 않고 내 마음대로 행동을 하는 거지.”
“그런 것 아닙니다.”
해진은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어차피 조장에게 제 목숨을 바쳤습니다. 조장이 무슨 행동을 하시건 저는 무조건 거기에 따를 겁니다.”
“그거 고맙네.”
류환은 가볍게 해진의 머리를 토닥였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아서 손에 쥐어진 돌멩이를 받아든 후 멀리 던졌다. 하지만 여전히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터덜터덜 집으로 들어서는데 해진이 그의 소매를 잡았다.
“조장.”
“무슨 일이지?”
“아닙니다.”
해진은 고개를 흔들고 손을 떨구었다. 류환은 뭐라고 말을 덧붙이려다가 그대로 집으로 들어섰다.
“머저리.”
해진은 낮게 욕설을 흘렸다.
“네가 지금 조장에게 네 마음을 이야기를 하면 어쩌라는 거야? 리해진. 정신 차리라. 제발 정신 차리라.”
해진은 눈을 감았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두고 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수혁의 상관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서류철로 책상을 소리 나게 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녀석들 하나하나가 엄청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나? 그리고 그들을 자극할 수도 있고. 유리한 카드로 쓸 수 있을 거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을 협박해라. 필요하다면 그들의 가족까지도 다치게 해도 상관이 없다.”
수혁은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인 자신의 무언가를 위해서라도 류환을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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