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수현우 팬픽 [완]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3

권정선재 2013. 7. 12. 19:00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3

수고했다.”

류환은 수혁이 하는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로 그에게 총을 건넸다. 수혁은 입을 쭉 내밀고 총의 지문을 모두 닦은 채로 자신의 품에 넣었다.

너 정도면 우리 국정원에서 일을 하도 될 텐데 말이야. 이 참에 대한민국으로 넘어오는 것 어때?”

거듭 말했을 텐데? 너는 어머니가 싫다고 어머니를 버릴 건가? 나는 내 조국을 버릴 수 없다. 절대로.”

하지만 이미 네 조국은 이미 너를 버렸어. 그리고 네 어머니도 이 나라에 오기 위해서 고생을 하고 계시고. 그런데 이 상황에서 지금 네 고집만 부리는 것은 이기적인 일이 아닌가? 안 그래?”

뭐가 이기적이라는 거지?”

류환은 차가운 눈으로 수혁을 응시했다.

너 하나의 행복을 위해서 그깟 자존심도 못 버리는 건가? 너의 명예 같은 것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

너는 아닌가?”

뭐라고?”

공화국의 전사는 모두 그래야 한다고 배웠다.”

류환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비단 공화국의 전사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해야 맞을 거다. 고작 내 목숨 연장하기 위해서,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 내가 그 동안 이루어온 것을 모두 버릴 의무는 없다.”

그런 게 아니잖아.”

수혁의 빈정거림에 류환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네가 정말 그런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라면 내가 이런 식으로 너에게 빈정거릴 필요도 없잖아.”

그 입 닥치라고 했다.”

아무튼 나야 편하지.”

수혁은 씩 웃으면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

너로 인해서 복잡한 일은 모두 사라지고 있으니까. 이 나라에 지문도 없어서 흔적도 찾을 수 없는 이가 반드시 나라의 이름으로 처단해야 하는 이들을 가뿐하게 흔적도 없이 죽이고 있으니까.”

그런 소리를 지껄이다가 결국 너도 당할 거다.”

마음대로.”

류환은 심호흡을 하고 몸을 돌렸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도대체 언제까지 수혁의 손에서 놀아야 할지 답답했다.

꼬맹이는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류환은 입을 꾹 다물었다.

 

오셨습니까?”

왜 벌써 왔어?”

야자라는 것을 하고 있을 시간이 분명했는데 해진이 벌써 집에 들어와있자 류환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저녁을 준비했습니다.”

류환은 입을 꾹 다문 채 해진을 응시했다.

조장이 드실 것 같아서.”

류환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저기 조장.”

그리고 순식간에 류환에 해진에게 달려들어서 그의 목을 졸랐다. 해진이 흔들리는 눈으로 류환을 응시했다.

조장.”

나는 너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알아? 그런데 너는 그 남조선 자식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학교라는 곳을 이렇게 빠르게 벗어날 생각을 하는 건가?”

그런 것이 아니라.”

내일부터 또 어리기만 해라. 오늘은 경고다.”

.”

류환은 밥도 먹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해진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자리에 무너졌다.

내 마음도 모르면서.”

 

저 녀석이지?”

.”

괴물이래?”

그러게.”

해진은 귀를 막고 자리에 엎드렸다. 저런 이야기에 하나하나 다 반응을 해봤자 결국 귀찮아지는 것은 자신이었다.

 

길을 걷던 류환의 걸음이 순간 멈추었다.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주위를 살폈지만 딱히 사람이 숨어있을 곳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류환은 일부러 같은 길을 빙 둘렀다. 하지만 이 불길한 느낌도 그를 따라서 길을 둘렀다. 그리고 골목으로 돌아서고 류환은 재빨리 몸을 감추었다. 사내 하나가 이후 자신이 있던 자리를 뒤지더니 욕설을 작게 내뱉고 사라졌다.

뭐지?”

처음 보는 사내였다. 류환은 이를 꽉 물었다.

 

도대체 왜 우리에게 연락책을 못 주겠다는 거지?”

제가 있지 않습니까?”

서 팀장.”

안 됩니다.”

수혁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상부에서 류환을 직접 만난다면 더 많이 이용을 하려 할 것이 분명했다.

지금으로도 충분하다 말씀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도대체 그 녀석에게 무슨 일을 시키려고 하시는 겁니까?”

말을 잘 안 듣는다며?”

그래도 시키는 일은 합니다.”

그 정도로는 안 되지.”

상사는 호두를 움켜쥐고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말이야. 우리 말을 고분고분 듣는 녀석이 필요해. 언제든 도망갈 놈은 필요가 없다고.”

도망가지 않을 겁니다.”

수혁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이 일은 무조건 저에게 맡겨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서 팀장을 못 믿어서 이러는 것이 아니야. 다만 서 팀장도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아닌가? 언제까지 그 간첩 녀석들에게 얽매여 있을 거야? 이제 그 녀석들을 벗어날 수 있어야지.”

간첩 아닙니다.”

뭐라고?”

제가 이 나라에서 키울 겁니다.”

서 팀장.”

죄송합니다.”

수혁은 허리를 숙이고 자리를 피했다. 상사는 그대로 호두를 세게 쥐어서 으깼다. 그리고 심호흡을 했다.

찾았나?”

죄송합니다.’

젠장.”

상사는 소리가 나게 책상을 내리쳤다.

 

조금씩 손가락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다 깨어난 겁니까?”

아직 그 정도는 아니고요.”

수혁은 멍하니 해랑을 응시했다. 모든 것을 다 놓은 그가 오히려 자신보다 훨씬 더 편하게만 보였다. 자유로운 것 같았다.

혹시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있습니까?”

하지만 저희 병원 실력이.”

병원을 못 믿는 것이 아닙니다.”

수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제가 믿는 그 분들을 이제 더 이상 못 믿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분들도 더 이상 믿지 못하는 제가 의심스러워서 그렇습니다. 저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서 말이죠. 가능하겠습니까?”

알아보겠습니다.”

수혁은 심호흡을 하고 해랑을 응시했다. 일이 복잡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