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수현우 팬픽 [완]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4

권정선재 2013. 7. 13. 19:00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4

조장 오늘은 늦으셨습니다.”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열한 시가 훌쩍 넘어 들어오는 자신을 걱정하는 해진에게 미안하기는 했지만 류환은 최대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학교는 어때?”

괜찮습니다.”

정말로?”

.”

해진은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번에 난리를 한 번 치고 나서는 다른 녀석들이 쉽게 건드리지는 않습니다. 그다지 불편할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심해야 할 거야. 국정원 놈들이 막아줄 수 있는 것도 분명힌 한계가 있을 테니까. 알지?”

. 조장.”

그러지 말라니ᄁᆞ.”

류환은 가볍게 해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나저나 저 주말은 학교를 안 가는데요.”

?”

저기 영화라도.”

?”

류환은 욕실로 들어서다가 해진을 돌아봤다. 해진이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로 고개를 숙이고 발을 꼼지락 거렸다.

, 아니 되게 재미있어 보이는 영화가 있어서요. 조장, 아니 형은 조국에 있을 적부터 활동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시지 않았습니까? 어릴 적 본 기억이 머리에 선명히 남아있다고.”

그랬지.”

류환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해진에게 다시 다가와서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나도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너는 어떻게 그렇게 또렷하게 기억을 하고 있는 거야?”

형에 대한 거라면 하나도 잊지 않습니다.”

그 기억력 좋네. 나는 씻을게.”

.”

류환이 욕실로 들어서고 해진이 혀로 입술을 축였다.

기억력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조장에 대한 것을 제외하고는 뭐 하나 머리에 남아있는 것이 없으니까요. 고향에 두고 온 두 어린 동생의 얼굴도 이제 더 이상 떠오르지 않습니다. 오마니의 목소리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장에 대한 것은 하나도 머리에서 지울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그게 왜 그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참 안 되는데 머리에서 조장이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해진은 아랫입술을 한 번 물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 컴퓨터를 켰다. 류환과의 주말이라니 상상만 해도 좋았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려?”

, 나가요.”

해진은 한 번 더 거울을 보고 방을 나섰다. 류환은 새하얀 반팔 셔츠에 어두운 청바지에 단화를 신었다. 자신이 너무 멋을 낸 것인가 해진은 한 번 더 거울을 봤다. 패도라를 쓰고 핑크색 셔츠에 하얀색 4부 반바지, 맨 발에 컨버스는 조금 어색해 보이기도 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너 예뻐.”

?”

아니 오늘 잘 어울린다고.”

류환은 헛기침을 하고 먼저 집을 나섰다. 해진은 씩 웃으면서 그런 류환의 뒤를 재빨리 따라 나섰다.

 

.”

?”

아니야.”

의자가 흔들리고 바람이 나오는 극장에서 안경까지 쓴 채로 심각한 표정을 짓는 해진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나게 웃고 만 류환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도 스크린에 시선을 돌렸다.

재밌다.”

.”

자주 나오자.”

.”

해진은 지금 류환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류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화면에 집중했다.

 

정말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겁니까?”

모른다니까 그러네. 참말로 몰라.”

그 말도 안 되는 녀석도 매일 우리 집에 드나들다가 안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조두석 씨. 간첩이 이 집에 살았다는 사실만으로 당신이 경찰이 되는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럼 경찰 안 하면 돼.”

두석은 단호한 표정으로 순임의 앞을 막아섰다.

당신들이 국정원이면 국정원이지 민간인에게 이런 식으로 행동을 해도 되는 거야? 우리가 도대체 뭘 어떻게 했다고 이런 식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거야? 그리고 우리 동구 본 적도 없다고.”

알겠습니다.”

수혁의 상사는 짧게 고개를 숙이고 석이 슈퍼를 나섰다. 두석은 씩씩 거리며 놀란 순임의 곁에 앉았다.

엄마 괜찮아?”

나는 암시렁 안혀.”

저 자식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를 쫓아 다니려고 하는 거야? 안 그래도 자기들 때문에 동구 우리 집에 못 오는데.”

그런 말 하지 말어.”

순임이 순간 차가운 눈빛을 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동구는 절대로 여기로 오면 안 되다. 우리가 도대체 뭐라고 여기에 와서 자기 숨을 재촉을 허냐?”

하지만 엄마.”

안 된다.”

순임은 다시 한 번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도 동구 그 멍청한 자식이 보고 싶다. 하지만 그래도 동구를 보고 싶어하면 안 되는 거여. 그 녀석을 위해서 안 되는 거라고. 다들 저렇게 눈이 시퍼래져서 동구를 찾고 있는데 나타나면 어떻게 되겄냐? 우리는 그냥 이렇게 저들이 찾아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살아야 하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동구가 살아있응게 저러는 거 아니겠냐? 쿨럭.”

순임은 마른 기침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석도 한숨을 토해내며 세 공기의 밥을 밥상에 올렸다.

밥은 잘 먹고 있는지.”

그 녀석이 굶을 녀석은 아니잖아.”

그렇지.”

순임은 반찬 몇 가지를 챙기며 밝게 웃었다.

 

재매있었어?”

네 조장, 아니 형은 재미 없었습니까?”

나는 네 얼굴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

류환의 말에 해진의 볼이 붉어졌다.

네 얼굴이 영화보다 더 재미있었다고. 뭐만 나오면 눈이 동그래지고, 또 입을 죽 내밀기도 하고. 영화가 그리 재미있었냐?”

? .”

해진은 얼굴을 잔뜩 붉히고 고개를 숙였다.

제가 너무 요란하게 영화를 봐서.”

그런 게 아니야.”

류환은 부드럽게 해진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너를 보는 것이 좋았다.”

조장.”

.”

순간 류환이 해진의 입에 검지를 가져가고 그를 뒤에서 안고 골목으로 들어섰다. 잠시 후 그들이 있던 자리에 또 다른 사내가 낮게 욕설을 내뱉고 잠시 서성이더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