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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더 콩그레스, 오랜 여운의 짙은 초콜릿

권정선재 2013. 7. 25. 07:00

[맛있는 영화] 더 콩그레스, 오랜 여운의 짙은 초콜릿

 

Good 의미 있는 영화 찾는 분

Bad 지루한 영화 못 견디는 분

평점 - ★★★★☆

 

부천 영화제 개막식으로 선정이 된 [더 콩그레스]는 솔직히 쉬운 영화는 아닙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번갈아 나타나는 이 영화는 결국 우리 자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이라면 마냥 행복할 수 있는 환각과 두려운 진실 중 무엇을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더 콩그레스]는 이러한 물음을 극단적으로 던집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세계. 그 안에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되고 싶은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성별을 바꿀 수도 있고 모습을 바꿀 수도 있죠. 현실이 너무나도 아프고 괴롭기에 이 모든 것을 다르게 할 수 있는 겁니다. 물론 이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모두 뒤로 밀어둘 수 있죠. 결국 오늘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겁니다. 나를 조금만 숨기게 되면 말이죠. 나를 숨기고. 나를 뒤로 밀어놓으면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 내 장애도 모두 잊을 수 있고. 현실적인 고뇌에 대해서도 잊을 수 있습니다. 이 순간이 너무나도 아프다면 이 순간을 피해버리는 것. 사실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내리는 가장 간단한 결정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옳은 방법일 수도 있고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웃기지도 않는 소리입니다. 즐길 수도 없는 아픔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요?

 


더 콩그레스

The Congress 
8
감독
아리 폴먼
출연
로빈 라이트, 하비 키이텔, 존 햄, 폴 지아마티, 코디 스미스 맥피
정보
애니메이션, SF | 이스라엘, 독일, 폴란드, 룩셈부르크, 프랑스, 벨기에 | 120 분 | -
글쓴이 평점  


영화가 다소 어렵고 난해한 이유는 초반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점점 더 무거워져서일 겁니다. 초반에는 그저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 영화 같으니까요. 영화배우로의 자신의 이미지를 팔게 된 로빈그녀 한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그녀가 자신의 저작권을 찾기 위해서 싸우는 이야기일 거라고만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이 영화 그러한 종류의 영화가 아니더라고요. 자신을 잃은 한 여인이 있고 그 여인은 모든 수를 다 써서라도 자신을 찾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이미 그녀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처럼 자신을 버립니다. 결국 이 현실의 고통을 피하기 위한 것이죠.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이 꽤나 길고 지루한 느낌입니다. 실제로 개막식 당시에 영화를 보기 위해서 남아있던 사람들 중 일부는 영화를 보다가 나가더라고요. 물론 그것이 예의는 아니지만 사실 개막식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 다소 불편하고 어려운 영화를 보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을 테니 말이죠. 게다가 정확히 그 상황에 대해서 로빈이 취하는 자세 같은 것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그녀는 다소 모호한 선택을 하고 모호한 말들을 하죠. 애초에 그녀 자체가 모호한 인물입니다. 다소 지루하고 난해한 이 이야기는 끝으로 가면 관객들을 아리게 합니다.

 



마지막까지 견뎌내면 아 이 영화를 끝까지 보기를 잘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일부 오락 영화들처럼 마지막으로 가면 쾌락 같은 것을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난해하고 불편합니다. 하지만 이토록 여운이 오래 남는 영화는 요 근래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10대 시절에는 그 나이에 어울리는 감성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나 [국화꽃 향기] 같은 영화를 보면서 마음에 많이 남았지만 요즘에 들어서는 나에 대해서 되돌아보는 영화가 더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고작 20대이니 앞으로 또 다른 눈을 가지게 되겠지만 말이죠. [더 콩그레스]는 결국 지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현실. 그러나 벗어날 수 있는 현실. 그렇다면 벗어나는가? 벗어나지 않는가? 환상적인 미래를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더욱 처참한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는 결국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는 불행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거죠. 내일 걱정을 내일 모레 할 수는 있지만 내일 모레가 된다고 해서 그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누구나 다 환각을 우선 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그것은 이 순간의 고통을 지워내는 거니까요. 오랜 여운이 남는 깊은 영화 [더 콩그레스]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환상적인 만화 세계로 들어갈 때

- ‘로빈의 마지막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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