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수현우 팬픽 [완]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23

권정선재 2013. 8. 3. 19:00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23

이제 더 이상은 일을 못 할 것 같습니다.”

?”

류환의 말에 작업 잔장의 눈이 커졌다.

그게 무슨 일인가? 다른 작업장에서 우리보다 더 많은 돈을 준다고 한 거야? 그런 거야 우리가.”

그런 게 아닙니다.”

류환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꾸하며 고개를 저었다.

더 중요한 일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일은 그 어느 곳에서보다 만족스럽니다. 다른 것은 신경을 하나도 쓰지 않아도 되는 곳이니까요. 하지만 더 중요한 일이 생긴 이상 못 할 것 같습니다.”

아쉽군.”

죄송합니다.”

아니야.”

작업 반장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우리 직원이 아니니 더 일을 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일지도 모르지. 내가 미안하네.”

그럼.”

언제까지?”

오늘이 마지막일 겁니다.”

그래.”

류환은 목례를 하고 방을 나섰다.

그래 잘 한 거야.”

류환은 눈을 감았다.

누군가가 이미 우리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류환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리해랑.”

수혁은 움직이지 않는 해랑을 응시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잠만 잘 거지?”

해랑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만일 네가 여기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나는 네 동료 두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너를 죽일 거다. 그래도 되는 건가?”

수혁은 해랑의 옆 의자에 앉았다.

리해랑. 나는 너에게 억하심정이 없어. 하지만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살아있는 사람 둘을 죽일 수는 없잖아. 그리고 너 역시도 그걸 바랄 거라고 믿는다. 두 사람을 살릴 거다.”

수혁은 잠시 해랑을 더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돌아섰다가 다시 잠시 해랑을 바라봤다. 순간 해랑의 손가락이 작게 움직였다. 수혁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조장.”

일찍 왔네? 오늘은 왜?”

방학식이었습니다.”

아 그래?”

뭐라고 한 마디 하려던 류환이 입을 다물자 해진은 자신도 모르게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류환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리해진.”

. 자랑할 것이 있습니다.”

자랑?”

해진은 방에 들어가서 성적표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수줍은 미소를 지으면서 류환에게 그것을 건넸다.

이게 뭐야?”

성적표입니다.”

.”

성적표를 본 류환의 얼굴이 밝아졌다.

리해진. 너 이렇게 머리가 좋았나?”

조장보다 낫습니다.”

뭐라고?”

저녁 준비했습니다.”

내가 해도 되는데.”

아닙니다. 조장은 이런 일 하시면 안 됩니다.”

해진의 말을 들은 류환이 밝은 미소를 지었다. 해진은 식탁에 이것저것을 차렸다. 류환은 흐뭇한 눈으로 해진을 바라봤다.

리해진.”

?”

너 잘 어울린다.”

?”

해진의 볼이 붉어졌다.

너 장가 들면 잘 하겠다.”

저 장가 안 들 겁니다.”

?”

그냥 조장하고 살 겁니다.”

류환은 잠시 입을 다물고 해진을 바라봤다. 해진은 뭐가 어색했는지 뒤로 돌아서 유난히 부스럭거렸다.

리해진.”

해진은 대답이 없었다.

미치겠네.”

류환은 작게 중얼거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해진에게 다가가서 가만히 그를 뒤에서 안았다.

조장.”

너 그러면 안 되는 거다.”

?”

네가 장가를 안 들거라고 나까지 그러면 안 되는 거지. 나는 쭉쭉빵빵빵한 에미나이 잡을 거다.”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해진이 입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조장.”

네 아이는 예쁠 테니까.”

류환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리고 그래야 맞는 거다.”

뭐가 옳다는 겁니까?”

나랑 너는 우리를 닮은 아이를 서로에게 만들어줄 수 없으니까. 이런 우수한 유전자를 버리는 것은 죄 아닌가?”

누가 그렇게 생각을 한답니까?”

내가.”

류환은 실없이 웃으면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아무 걱정 안 합니다.”

그 전까지는 너랑 살 거니까.”

순간 노크 소리가 났다. 해진과 류환이 긴장된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이곳에 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장.”

.”

류환이 입에 검지를 가져갔다. 그리고 현관에 가서 조심스럽게 밖을 살폈다. 조용했다. 류환은 심호흡을 했다. 해진도 놀란 눈으로 그의 곁에 오려고 했는데 류환이 손을 들고 고개를 저었다. 다시 한 번 노크 소리가 났다.

누굽니까?”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누굽니까?”

다시 한 번 류환이 묻는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날아갔다. 그리고 사내가 안으로 들어서서 류환에게 칼을 들이댔다. 순간 해진이 뒤에서 달려와 사내의 옆구리에 발을 질렀다.

.”

이런 간나 새끼.”

해진이 곧바로 사내의 목을 졸랐다. 사내가 더듬더듬 칼을 찾는 것을 보고 류환이 둘 사이에 끼어들어 대신 칼에 맞았다.

, 조장. 이 간나 새끼.”

해진이 사내의 손에 들린 칼을 빼앗아서 그대로 사내의 목에 찔러넣었다. 사내의 몸이 한 번 꿈틀거리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류환은 해진의 손에서 칼을 빼앗았다. 그리고 가만히 해진을 품에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