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일대종사, 오래 덖은 차
Good – 느리지만 아름다운 영화가 좋은 사람
Bad – 화려하고 강한 영화 찾던 사람
평점 - ★★★★
[일대종사] 시사회에 다녀와서 쓰는 리뷰입니다.
비가 한 번 내리고 난 이후에 더위가 한 풀 꺾인 8월 19일 저녁 8시 왕십리 CGV에서 [일대종사] VIP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워낙 기대가 큰 영화라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이 영화 그다지 화려한 영화는 아니지만 분명히 아름답고 무술의 선이 고와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이토록 지루한? 느낌이면서 아름다울 수가. 다른 고수들과 대결을 하는 장면에서는 분명히 무술이라서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면서도 그 안에 담겨 있는 아름다운 선 같은 것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다소 느리게 보여주는 것이 어쩌면 식상하다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무술의 아름다움을 배가 시키더군요. 분명히 상대를 죽이기 위한 무술인데 예술로 보이니 말입니다. 모든 예술들이 다 느리게 보여져서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상대하는 그 숭고함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죠. ‘마샴’을 제외하고는 영웅이고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무술을 존중하면서 대결을 하는 모습은 아름답고 장엄합니다. 모든 격투 장면이 잔인하기 보다 아름다운 이 영화 훌륭합니다.
게다가 단순히 무술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적인 내용까지 담겨져 있어서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아픈 시기였던 일제강점기. 그 시간은 중국에게도 치욕적이고 잊을 수 없는 나날들이었죠. 많은 것을 잃었고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아프기만 했으니 말이죠. 그 시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만큼 이 이야기가 그다지 가볍게 느껴지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리고 무겁고요. 물론 그래서 이야기는 다소 끊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하지만 그 시대를 이해하는 데는 확실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해에 어떤 일이 생겼는지 간단한 설명이 덧붙여지기도 하고요. 이 영화 그런데 보다 보면 단순히 ‘엽문’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그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궁이’의 이야기 역시 그저 묵묵하게 살아가는 누군가의 이야기이고 말이죠.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어가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를 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것은 그다지 중요하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러한 것은 그저 누군가가 살아가는데 부가적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쩌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의미를 지니고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나 우리도 겪었던 일본의 침략에 대해서 그려지고 있는 것 역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의미 중 하나고요.
‘양조위’는 ‘엽문’이라는 역할을 맡았는데 무술 고수라기 보다는 그저 상처를 받은 쓸쓸한 사내의 느낌으로 더 많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그 어떤 고통도 겪지 않고 편하게 살아온 그는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서 모든 것을 일고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거든요. 그 이전까지는 편안한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믿는 무술을 열심히 연마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그 이후로는 생활 그 자체를 걱정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러는 동시에 이 캐릭터가 멋있는 이유는 무술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거죠. 자신이 무술의 고수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무술의 맥이 끊기는 것이 안타까워서 무술을 지키고자 노력을 하는데 그 모습이 꽤나 멋집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 역시 신사답고 말이죠. 무술을 행할 때도 그 선의 아름다움이 돋보입니다. 억지로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세세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특히나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더 안타까운 역할이기도 합니다. 그는 가정을 사랑하지만 결국 그의 가정은 파괴가 되고 그가 믿고 지켜야 할 것은 그 무엇도 남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타락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을 지키는 멋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큰 괴로움에도 힘들어하지 않고 덤덤하게 견디는 거죠.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스스로 과신하지 않고 누군가의 공격에 의해서만 무술을 펴는 그는 멋있는 인물입니다.
‘양조위’가 맡은 ‘궁이’의 경우에 가녀리고 안타까운, 여인이 아니었으면 하는 여인입니다. 그녀는 궁가의 여인으로 태어나서 그 무거운 책임을 느끼는 사람인데요. 여인이라는 이유로 궁 가를 잇지 못하고 아버지의 복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사랑해서 누군가의 여자로 살게 되면 아무 것도 누리게 되지 못하는 거죠. 생각 외로 아름다운 액션을 선보입니다. 아무래도 남자들만 등장하는 영화에서 그녀의 역할이 그다지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보니 또 그렇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남자들과 붙더라도 어디 하나 밀리지 않는 느낌이고요. 게다가 그녀의 무술은 정말 선이 아름답고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녀의 대결은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입니다.
‘송혜교’는 ‘엽문’의 아내로 나오는데 그다지 많은 비중도 아니고 대사도 적습니다만 아름답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 머물러서 아름다운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억지로 튀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인데 비중이 그리 크지 않지만 그래서 그다지 나쁘지 않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녀는 충분히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고요. 그림자 같은 여인이지만 아름다운 여인입니다.
‘장첸’은 ‘일선천’이라는 역인데 ‘궁이’와 스쳐가는 남자이면서 고독한 사내입니다.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기도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외로운 느낌이라고 할까요? 만일 일본의 침략이 아니었더라면 그 역시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는 남자였을 텐데 말이죠.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서 그 역시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은 사람입니다. 조금 선이 굵기는 하지만 그가 선보이는 무술도 멋집니다.
전반적으로 느리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영화라서 그다지 나쁜 느낌은 아니고 보고 나서도 뭔가 묘한 여운이 남습니다. 그렇게 시대에 살아남은 이들인가? 라는 생각이랄까요? 우리의 역사와도 닮아있어서 더 공감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들도 역시 화려한 삶을 살고 싶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상관이 없이 그 모든 것을 다 놓아야 하는 사람들이니 말이죠. 누구 하나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역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는 사실 절대적인 악인 같은 것이 주요하게 등장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더 많은 무술을 알고 싶어하는 가련한 존재들이 전부라고 할까요? 게다가 느리게 보여주는 그들의 액션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멍하니 바라보게 됩니다. 분명히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느리게 보여주는 까닭에 그것이 그다지 잔혹하다거나 그렇게 느껴지지가 않거든요. 아름답고 묘한 여운이 오래 남는 영화 [일대종사] 어떠신가요?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엽문과 궁이의 첫 대결
둘 – 마삼과 궁이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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