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언어의 정원, 여름의 감성
Good – 아름다운 영상에 힐링 받고 싶은 사람
Bad – 뭔가 빠르고 유쾌하기 바라는 사람
평점 - ★★★★☆
이토록 아름다운 영화라니. 5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할인을 받아서 5000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싼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대단한 감독이라고 하더라도 같은 값이면 두 시간짜리 영화를 볼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영화의 시간과 영화의 가치가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한 시간도 되지 않다니. 그런데 이 영화 그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이야기를 아름답게 더해놓습니다. 더빙과 자막, 두 번 극장에서 봤는데 두 번 모두 행복하고 뭔가 묘한 기분이 들 정도로 기쁜 영화였어요. 이 여름 극장에 앉아서 비 냄새 풀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싱그러운 영화입니다. 사실 이야기만 놓고 본다면 별다른 것이 없을 겁니다. 비가 내리는 공원에 마주하는 두 남녀. 한 사람은 알 수 없는 여자. 그리고 한 사람은 남고생. 두 사람은 서로를 천천히 의식을 하면서 친구가 되어가죠.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서로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이야기는 다소 부담스러우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고 하기 보다는 두 사람의 의지하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요? 조금씩 서로를 의식하면서 서로에게 기대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단순히 남녀의 이야기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나 다 바라는 그러한 관계니까요.
그리고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비가 내리는 공원이 정말로 아름다워서 우리도 거기에 같이 있는 것 같아요. 비가 내리게 되면 그 누구도 찾지 않는 공원. 그 적막한 공간. 하지만 빗소리가 들려서 아름다운 그 공간은 그냥 순수한 곳인 것 같아요. 분명히 도시 한 가운데에 있기는 하지만 도시 같지도 않고 말이죠. 누군가의 위로를 바라는 사람들이 가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자연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그러한 공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누구나 다 살면서 위로를 바라잖아요. 그것이 가족일 수도 있고, 연인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친구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혼자서 그 모든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순간도 분명히 있는데 그때는 속으로 보통 끙끙거리는 것이 전부죠. 그 순간 공원에 가서 홀로 맥주를 홀짝이면서 초콜릿을 안주 삼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요?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저 같은 경우는 커피 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하루 종일 글을 쓰다 말다 하는 것이 힐링이거든요. 그리고 그 안에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이 이야기 너무 아름답습니다. 특히나 극 중 여주인공이 하는 ‘유키노’의 ‘스물여덟의 나는 열여섯의 나보다 하나도 현명해지지 않았다.’ 같은 말은 공감도 가고요.
보는 내내 가슴이 묘하게 먹먹하면서 나라면?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위로를 받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열고 자신의 아픔을 꺼내면서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니까요. 나도 언젠가 진심으로 그러한 나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이 생기겠죠. 길지 않은 시간이니 만큼 억지로 질질 끈다거나 그러한 것이 없습니다. 애니메이션들 같은 경우에는 다소 지루해지는 순간에 오게 마련인데 [언어의 정원] 같은 경우에는 오직 두 사람의 모든 것에 초점을 맞추면서 탄탄하게 이야기를 끌어나가기에 지루하지 않고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라도 다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학창시절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 대한 동경은 누구나 다 한 적이 있고, 반대로 나이가 많아지고 나서는 내가 어른이 되었음에도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에 아파하고 나를 무력하게 생각을 하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니 말이죠. 그것이 누구나 다 겪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거기에서 누구나 다 견길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 이 만화가 주는 특별한 선물이 아닐까 싶어요. 구두 디자인을 꿈꾸는 소년이 자신의 꿈을 고스란히 키우는 것 역시 좋은 부분입니다. 우리나라라면 분명히 형이라도 그러지 마! 라고 이야기를 할텐데 말이죠. 물론 꿈이 바뀔 거야. 라고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모든 부분의 세세한 영상입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영상이라니. 빗방울이 튀어오르는 모습까지도 섬세하게 그려놓습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눈부신 초록의 경우에도 비가 내릴 때와, 비가 그치고 나서가 전혀 다른 느낌이고 말이죠. 같은 장소에 대해서도 사실 날씨가 다르면 전혀 다른 곳으로 보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그다지 인식을 하지 못하잖아요. 하지만 영화 안에서 그것을 완벽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를 더 아름답게 만들고 더 마음으로 다가올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단순히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면 아무래도 여교사와 남고생이라서 다소 불편할 수도 있을 테지만 마법과도 같은 비가 내리는 공원에서의 일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하고 말이죠. 이 여름 극장 안에서 비 냄새 풀 냄새 맡으면서 관계에 대한 힐링이 필요하시다면 [언어의 정원]어떠신가요?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절규하듯 고백하는 유키노
둘 – 하늘에서 바라보는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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