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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세상의 끝까지 21일, 입에 향이 남는 국화차

권정선재 2013. 8. 29. 07:00

[맛있는 영화] 세상의 끝까지 21, 입에 향이 남는 국화차

 

Good 잔잔한 깨달음

Bad 비현실적인 이야기

평점 - ★★★★☆

 

인류가 멸망하는 이야기. 사실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는 이야기인데 보고 나면 잠시 멍해집니다. 나는? 이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거든요. 지구가 멸망하게 되는 것이 21. 그 순간 당신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은가요? 그저 얌전히 종말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나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 행동을 취할 거라고 생각을 하시나요? 사실 지구가 멸망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기는 하지만 언제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닐까요? 과연 우리가 이 세상의 마지막이라고 믿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그 순간에 사람들. 그러나 정작 다른 영화에서는 전혀 주인공이 아닐 것 같은 두 사람이 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보통은 재난 영화라고 하면 전문적인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나오곤 하잖아요.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두 사람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우리 주위에서 누구나 다 발견할 수 있는 사람들이죠.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뒤늦게 첫사랑이 보낸 편지를 받게 된 남자와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여자가 함께 길을 떠나는 것. 별 것 아닌 이것이 두 사람의 마지막을 빛나게 합니다.

 


세상의 끝까지 21일 (2013)

Seeking a Friend for the End of the World 
7.5
감독
로린 스카파리아
출연
스티브 카렐, 키이라 나이틀리, 코니 브리튼, 아담 브로디, 패튼 오스왈트
정보
코미디,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02 분 | 2013-08-14
글쓴이 평점  


이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라는 것이 이 영화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종말이 오게 된다면 대다수 이러한 평범한 사람들이 종말을 맞이할 테니까요.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 살아야 해! 방법이 없어?라고 하지만 우리는 그저 평범하게 그것을 맞이할 거잖아요. 우리는 그저 묵묵히 지구가 마지막 카운트다운을 세는 것을 도와주고 그들과 함께 운명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 다겠죠. 아무리 그러한 것이 화가 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이 바라는 사람을 찾기를 바라는 남자와 남자친구와 헤어질 적에 가지고 온 레코드 판을 품에 안고 온 여자는 독특합니다. 그리고 우리도 모두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르죠. 지금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을 하는 것을 행하게 될 테니까요. 사실 이 영화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세상의 마지막이 온다면 당신은 과연 어떻게 할 건가요? 누구와 있을 것인가요? 어떠한 음악을 듣고 있을 건가요? 어떤 음식을 먹을 건가요? 사실 우리는 늘 이 순간을 떠올려야 하는 거겠죠. 그래야 지금 이 순간을 가장 빛나게 후회가 없이 살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늘 이렇게 살아야 하지만 그러지 못해요. 내일도 오늘과 비슷한 오늘이 이어질 거라는 그런 생각? 결국 그러한 것들이 우리를 지루하게 만들죠.

 

스티븐 카렐은 보험 설계사 역인데 아내가 떠난 남자로 사실 굉장히 무미건조한 남자에요. 남자가 봐도 재미가 없는 남자라고 할까요? 분명히 착한 남자이기는 한데 그것이 전부입니다. 어딘지 뜨겁지도 않은 사람이에요. 조금 심심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이 심심한 남자가 바로 매력이 있는 남자입니다. 이 특별하지 않은 것이 이 남자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우리는 모두 다 특별한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전혀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모두가 다 알고 있죠.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이야기 같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우리처럼 그도 종말을 맞이하는 구나.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 움직이는 구나. 이렇게 말이죠. 우리도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모두 같은 선택을 할 겁니다. 일단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기를 바라고 혹시라도 미련이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풀기 위해서 노력을 하겠죠. 최대한 덤덤하게. 도대체 이렇게 덤덤할 수가 있는 거야? 싶을 정도로 덤덤한 도지는 사실 답답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그의 감정 확인이 더 로맨틱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감정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사람이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분명히 깨닫게 되니 말이죠. 무미건조한 한 남자가 어떤 여자를 만나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아름답습니다.

 



키이라 나이틀리페니라는 역을 맡았는데 조금 괴짜 같은 느낌인데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운 여인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상처 같은 것이 있는 사람이랄까요? 한 번 잠에 들면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깊은 잠에 빠지는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다소 밝고 명랑하게 나오기는 하지만 사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한 순간 우울하기도 하다가 한 순간 밝아지기도 하거든요. 이런 그녀가 누군가를 만나서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도 알게 되죠. 다소 느린 걸음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너무나도 늦은 만남이기는 하지만 진짜 사랑을 만나게 되는 거죠. 지구 최후의 순간에 말이죠. 그녀는 어른이지만 어느 한 편으로는 그냥 아이 같습니다. 어른이 되고, 그 아픔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거죠. 그런 그녀가 무미건조한 도지를 만나면서 조금은 달라집니다. 어른이 되는 거랄까요? 모든 일이 다소 즉흥적이던 그녀가 달라지는 겁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다소 낯설기도 하지만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이를 만난다면 당연히 누구나 다 어른이 될 테니까요. 키이라 나이틀리는 조울증 같은 페니를 맡아서 마지막 순간에 절실한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별로일 거야. 라는 생각을 하고 봐서 그런지 더 많은 감동을 했고, 그리고 나는?이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영화였어요. 과연 나는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러한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 안리까 싶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을 인생의 마지막 순간처럼 여기라는 것 말이죠. 이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 사실 이대로 사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거예요. 제가 위에서도 이야기를 한 것처럼 사람들은 당연히 오늘 같은 내일이 있을 거라고 믿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무엇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생각을 하는데 사실 그러한 것이 아니죠. 내일이 아무리 오늘하고 비슷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오늘하고 같은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내일인데 말입니다.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을 하는 누군가와 본다면 완전히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지금 내가 영화를 보는 이 순간이 지구 멸망의 순간이라면? , 나는 지금 이 사람하고 같이 이 영화를 봐서 다행이다. 그러한 생각이 들게 되거든요. 내가 살고 있는 삶에 대해서 감사하게 여기고 지금 내가 누리는 모든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하는 아름다운 느낌입니다. 참 많은 것을 생각을 하게 하는 예쁜 [세상의 끝에서 21]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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