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비밀의 책방 5
“젠장.”
지금 자신이 왜 여기로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시 책방으로 오고 만 수현이었다. 기분이 뭔가 묘했다.
“아니 내가 여기에 와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려고 여기에 다시 온 거야. 김수현. 그냥 가자. 그냥 가.”
“또 오셨네요?”
“네?”
순간 현우를 보자 수현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들어 오세요.”
“네?”
“좋은 책들이 들어와서요.”
“아 네.”
수현은 혀로 입술을 축이고 책방으로 들어섰다. 다시 익숙한 공기. 뭔가 묘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물어보려고 했떤 낡은 책도 그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깨끗한 모양새였다.
“책은 왜 다시 가지고 오셨어요? 찾으시는 책이 혹시 그 책이 아니었나요? 제가 잘못 드린 건가요?”
“아니요.”
수현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
“네?”
“그냥 여쭐 것이 있어서요.”
“저에게요?”
“네.”
“뭔데요?”
현우는 책장에 기대서 가볍게 고개를 갸웃했다. 수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래도 반가워요.”
“네?”
“요즘 손님이 확 줄었거든요.”
현우는 입을 내밀고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 책방이 새로 열었다고 손님들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오시지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사람들도 새 책이 좋은 모양이에요. 저는 그런데 헌 책이 더 좋거든요. 그 안에 의미 같은 것도 있고요.”
“의미요?”
“네. 사람들 사연이 다 있잖아요.”
현우는 수현의 손에 들려 있던 책을 받아들어서 가만히 표지를 매만졌다. 순간 표지가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저기.”
“네?”
“나이가?”
“아. 저요?”
현우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어려 보이죠?”
“네.”
“스무 살이요.”
“스물. 저보다는 어리네요.”
“네.”
“그럼 몇 년생이죠?”
“1970년생이요.”
“네?”
순간 수현의 얼굴이 굳었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니 전혀 농담을 하거나 장난을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게.”
“왜요?”
“아니.”
수현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러니 지금 1970년생이고 스물이라고요?”
“네.”
“젠장.”
“네?”
“저는 1988년생입니다.”
“네?”
“저는 1988년생 스물여섯이라고요.”
“그게 무슨?”
“지금 몇 년입니까?”
“1989년이죠. 제가 우리 나이로 스물이니까요.”
“아니요. 지금은 2013년이에요.”
“설마요.”
현우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수현은 깊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이곳은 시간이 이상하게 흐르는 곳이었다. 아니 자신의 시간을 빠르게 감아서 이 사람에게 주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 이 사람이 아니었다. 이 모든 책들이 방문자의 시간을 집어 삼키는 것이 분명했다.
“할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셨죠?”
“석 달이요.”
“아니요.”
수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꽤나 오래 전 일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지금 나랑 같은 시간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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