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38
“리해랑이 나타났다고?”
“네.”
국장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모든 것이 다 그의 잘못이 될 것만 같았다.
“다 쓸어버려.”
“그게.”
수혁의 상사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려울 것 같습니다.”
“뭐라고?”
“북에서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게 뭐!”
국장은 소리를 질렀다.
“북에서 주시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라는 것이지? 우리는 남이야.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빨갱이 간첩 따위가 살아갈 수 없는 곳이라고. 자네가 더 잘 알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게 우리 위에서도 그래서 주시를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뭐?”
“이번 개성 공단도 합의를 했고. 지금 국장님께서 생각을 하시는 것보다는 남과 북의 사이가 좋은 모양입니다.”
“젠장.”
국장의 입에서 낮게 욕설이 흘러나왔다.
“일단은 상황을 주시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러다가 결국 그 망할 자식들을 전부 다 놓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우리 국정원의 자격은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런 것이 있었습니까?”
“서 팀장!”
수혁은 어둠에서 나와서 짧게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지금 국정원 하는 행동들을 보면 무조건 정권의 눈치나 보고 그러지 않습니까? 뭐 다른 것이 있었습니까?”
“지금 그게 무슨 말이지? 서 팀장. 자네가 북에서 왔다고 해도 내가 이상하게 생각을 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지금 자네가 하는 말을 들으니 자네가 그리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만은 않는 군.”
“저도 그렇습니다.”
“뭐?”
“저도 제가 왜 이리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 일념으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말이 안 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북으로 가고. 다시 또 남으로 오고. 이게 얼마나 한심한 일이지. 이게 얼마나 멍청한 일인지. 이제야 겨우 알았습니다.”
“하.”
국장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거지?”
“그들을 미국으로 보낼 겁니다.”
“뭐?”
“그리고 그들에게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겁니다.”
“서 팀장!”
수혁의 상관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랬다가 그 녀석들이 우리가 생각을 하는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지?”
“애초에 그 녀석들은 우리가 생각을 하는대로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지 않습니까?”
수혁의 물음에 둘의 얼굴이 굳었다.
“이미 녀석들은 자유로운 존재들입니다. 그러 녀석들을 이 나라에 풀어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자칫 잘못하다가는 결국 우리에게 공격이 되고 위협이 될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방법이 없습니다.”
“조장.”
“응.”
“죄송합니다.”
“뭐가?”
“그냥 다요.”
해진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류환은 그런 해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리해진 네가 미안해 할 일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결국 다 내가 결정을 하는 거니까. 거기에 네가 신경을 쓸 일은 없어. 모든 일은 다 내가 신경을 써야 하는 거야. 그걸 네가 왜 신경을 써?”
“하지만.”
“아니.”
류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희 둘 뭐야?”
“뭐가?”
“내가 경고했지?”
해랑은 입에 담배를 물고 싸늘한 눈으로 류환을 바라봤다.
“저 녀석 흔들면 안 된다고 말이야. 저 녀석은 네가 없어지면 이 나라에 적응하지 못할 놈이야.”
“또 그 소리.”
“너도 알고 있잖아.”
“내가 뭘 알고 있다는 거지?”
“저 녀석에게는 네가 전부라는 거.”
해랑의 말에 류환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네가 아무리 부정한다고 해서 있는 사실이 없는 사실이 되간? 다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거지.”
“그런 사이가 아니야.”
“그럼 뭐지?”
“그저 동경이다.”
“하. 동경이라.”
해랑은 멀리 연기를 뿜었다.
“너도 지금 네가 하는 말에 대해서 제대로 확신을 하지 못하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잖아. 그런 거 말도 안 된다는 거 네가 더 잘 알고 있는 거 아닌가? 그저 동경이라고?”
“그래.”
류환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저 녀석 사이에서 그저 동경 말고 다른 의미가 있는 일이 뭐가 있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지”
“그러니까.”
해랑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 사이에 다른 것이 존재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말이야. 나는 그저 두 사람이 형제와도 같은 사이라고 믿었거든. 그런데 아무리 봐도 두 사람은 그저 형제라고 하기에는 그렇단 말이야.”
“하고 싶은 말이 뭐지?”
“그만 둬.”
“뭐?”
“그 마음 그만 두라고.”
해랑은 바닥에 담배를 던지고 발로 비볐다.
“그러다 다친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네 동무로 하는 말이야.”
해랑이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자 류환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동무라는 말에 할 말이 없었다. 불안했다.
“저 꼬맹이가 너를 위해서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잖아. 그리고 그 이야기는 거꾸로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거잖아.”
“그건.”
“저 녀석은 너로 인해서 위험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다 감수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 거지?”
“그래.”
“저 녀석이 다치기를 바라는 거야?”
“그건.”
“무조건 접어야 한다.”
해랑이 힘을 주어 이야기를 하자 류환은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도 확신을 할 수 없는 마음으로 결국 모두가 다칠 수도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위험한 사실이었다.
'☆ 소설 창고 > 수현우 팬픽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현우 팬픽] 비밀의 책방 6 (0) | 2013.09.09 |
---|---|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39 (0) | 2013.09.08 |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37 (0) | 2013.09.06 |
[수현우 팬픽] 비밀의 책방 5 (0) | 2013.09.06 |
[수현우 팬픽] 비밀의 책방 4 (0) | 2013.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