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당신에게
제목만으로도 뭔가 뭉클한 느낌을 주는 이 소설 읽는 순간 뭔가 묘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무지개 곶의 찻집]이라는 소설로도 유명한 일본 소설가의 작품인데요. [무지개 곶의 찻집] 역시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아름다운 글이었는데 이번에도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지난 번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조금 우울한 느낌이에요. 이미 죽은 아내의 편지를 따라 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니까요. [무지개 곶의 찻집]의 경우 살아있는 사람으로 인해서 살아야 한다. 라는 희망을 받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당신에게]는 이미 당신의 곁을 떠난 누군가에게 힘을 얻는다는 느낌이에요. 하지만 아무리 힘을 얻는다고 해도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는 것 자체는 너무나도 아픈 일이죠. 아무리 잘 견디려고 해도 누군가 떠났다면 그러기 어려우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무지개 곶의 찻집] 보다는 조금 지루하게 읽었는데 그 이유는 에피소드 형식이 아니라 주인공의 일정을 따라가는 기행과 같은 구성이라 그렇습니다. [무지개 곶의 찻집]은 찻집으로 사람들이 몰려오는? 이야기였는데요. [당신에게] 같은 경우는 주인공이 길을 떠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 읽고 나면 무언가 뭉클한 느낌이 더 크기는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것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물론 거기에 다다른다면 아름답기는 하지만 말이죠. 주인공이 길을 가면서 만나는 이들은 모두 다 아픈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상처를 꼭꼭 숨기고 있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그들도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주인공을 돕죠.
아무래도 이 이야기가 조금 무겁다고 느낀 것은 일단 남자의 이야기라는 거. 그리고 교도관과 비슷한 교화 업무를 담당하는 이의 이야기라서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남자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여자의 이야기보다는 묵직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정소설들이 로맨스보다 무거우니까요. 하지만 그래서 더 큰 울림을 주죠. 다소 감정 표현이 서툴고 제대로 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만큼 한 번 이야기를 하면 훨씬 더 크고 감동으로 다가올 수밖에요. 특히나 아내의 길을 묵묵히 따라가는 모습을 보면 훨씬 더 크게 가슴으로 다가오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진심으로 이 남자가 아내를 사랑하고 있구나. 그러한 것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거기에다가 아내의 사랑 역시 소설에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누군가를 잃고 나서 누군가의 길을 따라간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이 소설이 가진 무게가 느껴지시지 않나요? 어떻게 보면 꽤나 지루하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말랑말랑하지도 않고 매끄러운 이야기도 아니니 말이죠. 하지만 이 투박한 이야기 안에 담겨 있는 감성은 그 어떤 소설보다도 훌륭합니다. 보고 나면 뭔가 먹먹해오면서 나는 과연 이러한 사람이 있는가?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게서 이러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 그리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것 역시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나로 인해서 누군가의 삶이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니 말이죠.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살아있다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 읽고 나면 묘한 느낌이 드는 [당신에게]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기억에 남는 구절
이제 곧 오늘만의 태양이 저문다.
다시 살 수 없는, 단 하나뿐인 오늘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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