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비밀의 책방 9
“미쳤어.”
수현은 입술을 매만지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단 한 번도 그가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간 적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내가 먼저 좋아하는 거라고?”
자신이 생각을 해도 너무 이상해서 저절로 웃음이 스며나왔다. 자신이 분명 지금 누군가를 좋아하는 거였다.
“너 뭐냐?”
“뭐가?”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그래?”
“뭐야?”
기웅은 수상하다는 눈으로 수현을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러는 거야?”
“그런 게 있을 리가 있어?”
“그럼 뭔데?”
“아무 것도 아니야.”
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히 기웅에게 이야기를 했다가 그가 뭐라고 말을 할지 대충 알고 있기에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나저나 너 이제 책방은 안 갈 거지?”
“어?”
“이제 없앤다고 하던데?”
“어?”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의실을 꽉 채운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몰리자 수현은 그대로 기웅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거기를 왜 철거해?”
“나 수업 들어야 한다고.”
“그건 지금 안 중요하잖아.”
“어?”
평소에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수업은 꼬박꼬박 다 들어가는 수현의 말에 기웅은 살짝 미간을 모았다.
“그럼 뭐가 중요한 건데?”
“거기를 왜 없앤다고 하는 건데?”
“이번에 재개발 한다고 하더라고. 뭐. 그 책방에 대해서 이제 사람들이 그다지 관심도 안 보이고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다들 이상하다고 생각을 안 하더라고.”
기웅은 벽에 기대서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생각을 하기에는 정말로 이상하게 생각을 해야 맞는 것 같거든? 그런데 다들 거기에서 책을 사면서 그 누구도 이상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야. 그런데 그 상황이 더 이상한 거 아니야?”
“왜?”
“그게 안 이상해?”
“어?”
“뭔가 묘하잖아.”
기웅은 눈을 가늘게 떴다.
“우리가 그곳에서 겪은 일은 누가 보더라도 이상한 일이라고. 그런데 그 누구도 그 상황을 이상하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아. 그건 네가 아무리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도 이상한 것이 맞아.”
“그래?”
“그래.”
기웅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은 가늘게 한숨을 토해냈다. 기웅의 말처럼 이상한 일이 맞을지도 몰랐다. 그도 인정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이상한 일이었다. 이런 일은.
“그런데 왜 아무도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지? 거기에서 책을 산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거야?”
“아니. 있어.”
“그런데?”
“다들 진짜 오래된 책이라고 하더라고?”
“어?”
“그리고 현우라는 그 사람을 봤다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책을 살 때 계산을 한 것은 늘 아저씨래.”
“어?”
“아.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기웅은 순간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저씨는 그 현우를 모른데.”
“어?”
“그런 사람이 있느냐고 하더라고.”
“설마?”
“진짜로.”
“뭐지?”
“그러니까. 거기 가지 마.”
“왜?”
“너 귀신 홀리는 거라니까.”
“귀신?”
수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기웅의 말을 들으니 뭔가 묘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상황. 누가 보더라도 과신에 홀린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피하고 싶지 않았다. 기웅은 그런 수현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그런 그와 다르게 수현의 마음은 이미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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