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스포) 뫼비우스, 역겹고 불편하다.
Good – 김기덕 마니아
Bad – 불편한 영화 싫은 사람
평점 - ★★★☆
영등위가 일방적으로 등급을 정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를 만나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것 역시 너무나도 불편한 일이지만 예술이라는 이름을 가진 채로 지나칠 정도로 부담스러운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피에타]라는 작품을 통해서 여전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대중적일 수도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을 한 ‘김기덕’ 감독은 [뫼비우스]라는 작품을 통해서 훨씬 더 무겁고 잔혹한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지금 이 영화를 보고 나오자마자 쓰는 글인데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뫼비우스] 단편적으로 말을 하자면 역겹고 불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볼만한 영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역겹고 불편하더라도 그 안에 담겨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한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이 영화에 담겨 있는 모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이 너무나도 잔인하고 불편해서 그것을 보는 내내 역겹기는 했지만요. [남영동 1985]를 보고 나서도 한 동안 불편해서 밥을 먹지 못했는데, [뫼비우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굶고 한 시를 넘긴 시간이었는데. 정말 완벽하게 배고픔을 달아나게 만드네요. 어딘지 모르게 미식거리기 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 그 자체로 놓고 본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사가 없는 영화라서 너무 걱정을 했는데 그 정도 영화는 아니더군요. 한 번에 매끄럽게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크게 억지로 꼬아놓은 곳은 없어 보입니다. 일단 제목 자체가 [뫼비우스]이니 말이죠. 이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는 모든 결말을 다 열언호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의 영화를 그다지 아끼는 편은 아니지만 가만히 생각을 해보게 되면 억지로 분석하기 보다는 그냥 영화 그 자체로 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드니 말이죠. 남편의 부정에 분노한 여자는 남편과 닮은 또 다른 욕망의 동물인 아들의 성기를 잘라 버립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너무나도 불편한데 그것을 씹어 삼키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참.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순간에도 또 다른 쾌락틀 찾아 나서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역시나 이해가 안 되고 말이죠. 그러면서도 동시에 어쩌면 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결국 사람은 욕망을 찾아 헤매는 동물이니 말이죠. 결국 그들도 그저 짐승에 다름하지 않음을 ‘김기덕’ 감독이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은 몇 안 되는 쾌감만을 위해서 성행위를 하는 동물이니까요. 머리까지 아프게 하지만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 [뫼비우스]입니다.
‘조재현’은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연기의 폭발력을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대사가 없는 영화이니 만큼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폭은 좁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그려놓습니다. 욕망에 사로잡힌 존재이면서 동시에 한 아들의 아버지. 그리고 다시 그는 똑같은 수컷이 되어 버리죠. 이 모든 과정이 너무나도 매끄럽게 그려져 있어서 불편한 영화를 보면서도 그가 나오면 그래도 조금은 진정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나 아들을 위해서 자신의 성기까지 포기할 줄 아는 그는 뭔가 묘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어떤 아버지도 하지 않을. 그리고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니 말이죠. 그가 자신의 성기를 내놓는 이유는 사실 단순히 아들을 위한 사랑이라고 말을 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의 부정으로 인해서 아내가 분노해서 이러한 일을 한 것이니 말이죠. 아무튼 그는 이 영화에서 어쩌면 관찰자와도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로부터 욕망을 거세당한 아들 ‘서영주’ 군이 이 영화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죠. 모든 것은 다 그 소년이 겪는 일이고 말이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조재현’의 비중이 크지 않은데 참 묘한 느낌입니다. 결국 욕망에 중심에 서고자 하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최대한 담담하려고 하는 척. 그리고 아버지인 척 하지만 그 역시 욕망의 산물입니다.
‘이은우’라는 여배우를 보고는 대단하다라는 생각밖에 나지 않더군요. 그리고 살짝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이래도 되는 걸까요? [뫼비우스]에서 ‘엄마’ 그리고 ‘아빠’의 ‘애인’ 역을 동시에 한 그녀는 아름답고 숭고하기까지 하게 느껴집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의 성기를 잘라서 먹기까지 하는 엽기적인 것을 보여주는 여성인데 사실 그저 욕망의 산물일지도 모릅니다. 동시에 애인의 모습 안에서도 그녀는 너무나도 가녀린 존재입니다. 그저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 전부였지만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주지 못하죠. 정상적인 성행위를 통해서는 아무 것도 받을 수 없는 그녀입니다. 동시에 애인인 그녀는 동네 양아치들에 의해서 집단 강간을 당하기도 하죠. 여인으로 너무나도 여린 존재인 그녀는 반대로 그 모든 남성들에게 쾌락을 줄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쾌락을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성폭행 범에게 쾌락을 주는 그녀의 모습은 잔혹하고 끔찍합니다. 노출이 심한 편인데 왜 유독 그녀에게만? 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서영주’ 군은 참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런 역할. 조금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 마음이 들리니]를 통해서 훈훈한 마스크와 동시에 욕망에 사로잡힌 성공을 위한 소년 역이었는데, 이어서 [범죄 소년]에서도 강한 연기를 선보이더니. 이번에는 또 [뫼비우스]라는 영화로 돌아왔습니다.이번에도 그 어떤 역할보다도 강한 역할로 돌아왔기에 다소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굳이 이런 역할만 이어서 맡아야 하는 것일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미래가 걱정이 되는 배우 중에 하나라서 지나치게 심한 노출이 아닐까 싶었는데 다행히 그러한 부분은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냥 적당한 노출? 정도이기는 한데 그래도 본인에게는 조금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특히나 이제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인 학생에게 성행위를 연기하라고 하는 것은 조금 지나친 일이 아니었나 싶어요. 실제로 그러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렇게 무거운 연기라니 말이죠. 생각 외로 괜찮은 연기를 선보입니다. 특히나 두 배우의 연기가 말 그대로 포텐이 터져야 하는 상황에서 그가 밀리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꽤나 잔인한 일을 당하는 역할인데 그 이후에도 다시 욕망을 찾는 모습이 꽤나 묘한 느낌이더군요.
전반적으로 꽤나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견디고 볼 수 있는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두모두 손 잡고 보러 가자! 라고 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어요. 아무래도 영화의 소재 자체가 성적인 쾌락을 주로 삼고 있으니 말이죠. 남성의 성기가 가장 중요한 모티브로 다루어지는 만큼 그에 대해서도 약간 묘한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해서 아예 보지 않을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보고 나서 충분히 이야기할 것들이 많은 느낌이니까요. 물론 이러한 류의 영화를 전혀 보시지 못하는 분이라면 피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몇 장면에서는 고개를 돌리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말았거든요. 다시 ‘김기덕’으로라고 외치는 듯한 묘한 느낌의 영화 [뫼비우스]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쾌락을 느끼기 위해서 칼을 들고 오는 성폭행 범
둘 – 미소 짓는 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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