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까칠한 녀석 9
“정말 박귱이 모르게 할 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왜 화를 내고 그래?”
수현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대답하자 현우는 볼을 부풀리며 살짝 주눅이 든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수현은 그런 것은 하나도 신경을 쓰지 않고 이리저리 몸을 풀었다. 현우는 입을 쭉 내밀었다.
“반응 정도는 보여주어도 되는 거 아니야?”
“무슨 반응이 필요한 건대요?”
“어?”
“어차피 내가 이런 성격의 사람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거고. 그렇다면 뭐, 별다른 거 필요 없다는 이야기 아닌가요? 괜히 나에게 뭔가 더 바라고 그러는 거 우스운 거잖아요. 안 그래요?”
“그렇지.”
현우는 곧 고개를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운동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해요.”
“그런 게 어디에 있어?”
“싫으면 집에 가요.”
“아니.”
현우는 일부러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너에게 고작 이 정도로 질 리가 없지.”
“마음대로 해요.”
수현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먼저 몸을 움직였다.
“말도 안 돼.”
그렇게 한강 둔치를 뛰고 난 이후 현우는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평소 그라면 이런 곳에 그렇게 쉽게 앉지는 않을 테지만 오늘은 상황이 달랐다. 이렇게라도 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이걸 매일 하는 거야?”
“네.”
“미친 거 아니야?”
“네?”
“말도 안 돼.”
현우가 가쁜 숨을 몰아쉬자 수현은 고개를 저으면서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땀방울이 햇살에 반짝였다.
“안 힘들어?”
“힘들죠.”
“그런데 왜 해?”
“힘드니까 하는 거죠. 고작 이 정도도 못 달릴 이유 같은 것은 없잖아요. 뭐 딱히 많이 달리는 것도 아니고요. 우리 지금 겨우 세 시간만 달렸어요. 이 정도는 보통 사람들도 다 하는 거라고요.”
“그건 마라톤이고.”
“이게 마라톤보다 쉽잖아요.”
“뭐?”
“일단 좀 씻죠.”
현우는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던 수현은 쿡 하고 웃더니 그 손을 잡아주었다.
“내 손 비쌉니다.”
“그래도 지금 뭐 할 수는 없다고요. 김수현 씨. 나 업고 가라는 이야기 안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을 하라고.”
“저질 체력이네.”
“뭐?”
“얼른 가요.”
수현이 씻는 동안 현우는 주위를 멀뚱멀뚱 바라봤다. 기웅은 혼자서 본가에 갔다고 하니 누가 올 일은 없을 거였다. 현우는 순간 음흉한 표정을 짓더니 조심스럽게 욕실 앞으로 다가섰다.
“수현.”
“왜요?”
“같이 씻을래?”
“네?”
현우가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거칠게 문이 닫히고 문이 잠기는 소리까지 들렸다. 현우는 입을 내밀었다.
“치사하다.”
“형이 이상한 거라고요.”
“치.”
그렇게 얼마나 멀뚱멀뚱 기다렸을까? 문이 열리고 허리에 수건 하나만 두른 수현의 모습이 보였다. 현우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수현은 그런 현우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왜 그렇게 봅니까?”
“너 완전 신 같아.”
“네?”
“몸이 그렇게 좋아?”
“이, 이상한 말은 하지 말고 얼른 씻어요.”
“나 옷이 하나도 없는데?”
“뭐. 굳이 속옷 입을 이유 없으면 기웅이 형이 입는 반바지 있어요. 두 사람 허리 비슷할 것 같은데요?”
“속옷 안 입히고 뭐 하려고?”
“이봐요!”
“알았다고.”
현우는 혀로 입술을 축이고 욕실로 들어갔다. 뭔가 묘하고 즐거운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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