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52
“내가 이긴 거지?”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뭐라고?”
“그래도 다행이네.”
해랑은 입에 담배를 물었다. 그토록 뜨겁게 타올랐으면서도 여전히 담배를 끊을 수 없는 것을 보면 신기했다.
“나도 참 미친 것 같아.”
“왜?”
“여전히 담배를 피니까.”
“그게 건강하다는 증거지.”
“그런가?”
해랑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원류환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뭐가?”
“정말로 죽은 생각이가?”
류환은 곧바로 입을 꾹 다물었다. 해랑이 지금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쉽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네가 지금 조금 더 조심해야 그 꼬마 조장하고 같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도대체 왜 그러는 기야?”
“같이 살 생각이 없어.”
“뭐라고?”
“그 녀석은 자기의 삶이 있어.”
류환은 벽에 기대서 앉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해진의 삶을 더 이상 붙들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내가 곁에 있으면 그 녀석은 위험해.”
“네가 아니었으면 진작 죽었어. 그런 녀석이라고. 그런 녀석을 혼자 두는 거 너 마음이 편할 것 같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
“차갑네.”
“당연한 거다.”
류환의 얼굴을 보며 해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두 사람 사이를 응원할 수도 없었지만 안타까웠다.
“이 나라가 아니었다면.”
“뭐?”
“아니다.”
해랑은 담배 꽁초를 바닥에 버렸다.
“원류환.”
“왜?”
“내 말은 여전히 같다.”
“뭐라고?”
“네가 살아라.”
류환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해랑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더 무섭고 더 잔인한 말이었다.
“무조건 네가 살아.”
“리해랑.”
“나는 어차피 죽은 사람이야.”
해랑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이미 한 번 죽은 사람이잖아. 그리고 그 고비에서 넘어보니까. 죽는 것이 차라리 더 편하겠더라고.”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
“너도 나라면 같은 말을 했을 거다.”
류환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모든 충격을 몸으로 고스란히 받았을 테니까 이런 말을 하는것도 당연할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이런 말을 지금 기웅에게 듣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다.
“너는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기를 바라는 거야? 그냥 네가 말을 하는대로 내가 하기를 바라는 건가?”
“응.”
“리해랑.”
“나는 이미 각오가 되었으니까.”
“왜 죽이지 않은 거지?”
“그러고 싶지 않았으니까.”
수혁은 가만히 해진을 바라봤다.
“너 그러다가 거꾸로 나중에 그 녀석이 다시 너를 공격을 하러 오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얼마나 있다가?”
“뭐?”
“그리 빨리 온지는 못할 거야.”
해진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아마 그 녀석이 나를 다시 죽이러 오기를 위해서는 몇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텐데. 그 시간이 지나더라도 내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살 수가 있는 걸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그럴 수 있을까?”
“리해진.”
“아니다.”
해진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우리 조장이랑 뭘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거지?”
“그냥 지키려고?”
“아니.”
“왜?”
“당신은 절대로 하지 못해.”
“나를 너무 무시하는 군.”
수혁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 그와 다르게 해진은 단호했다.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북에서 훈련을 받은 것을 잊고 있다는 의미도 아닐 텐데? 내 몸에서 다 기억을 하고 있거든.”
“그런 것은 불가능해.”
“뭐라고?”
“몸이 기억을 한다고?”
해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식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분명히 본능이었지만 본능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만 하는 거였다. 단지 본능만 가지고 있다면 달라질 것은 없었다.
“우리가 싸우는 것이 그냥 몸으로 싸우는 거라고 생각을 하면 당신은 틀린 거야. 우리는 머리도 쓰고 있으니까.”
“머리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아무튼.”
해진은 혀를 살짝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수혁은 깊은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너는 정말 총이 필요가 없나?”
“괜히 사람을 죽일 거야.”
“그래도.”
“아니.”
해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만에 하나라도 다시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리고 조장하고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조장은 내가 그 누구도 죽인 것을 바라지 않을 거야. 조장이라면 그래도 내가 그냥 학생이기를 바랄 거야.”
“그래.”
수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해진이 하는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도 제대로 이해를 하고 있었다.
“원류환이라면 그걸 바랄 테지.”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뭐?”
“그냥 평범할 수는 없는 거야?”
“그건.”
“그냥 평범하고 싶어.”
해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냥 학교를 다니면서 그렇게. 하지만 내가 조국에서 태어난 만큼 그런 일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싶어.”
“그런 일이 가능할 거다.”
“정말?”
순간 해진의 눈이 반짝이자 수혁은 가슴이 먹먹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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