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까칠한 녀석 11
“박귱이 그랬다고?”
“네.”
“의외네.”
현우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입을 내밀었다. 수현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머리를 양손으로 쥐었다.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곘어요. 그래도 유일하게 우리 가족 중에서 나를 받아준 게 기웅이 형이거든요. 그런 사람을 내가 배신을 해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배신이라고?”
수현의 말에 현우는 입을 내밀었다.
“네가 도대체 무슨 배신을 한 건데?”
“그럼 이게 배신이 아닌 건가요?”
“당연히 아니지.”
“기웅이 형이 생각을 하는 것보다 당신은 기웅이 형을 아끼지 않는 모양이에요. 그리 말을 하는 것을 보니까요.”
수현의 지적에 현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네?”
“나 집에 갈래.”
“뭐라고요?”
현우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자 순간 수현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따라 일어나지는 않았다.
“안 갈 거야?”
“저는 여기 더 있을 겁니다.”
“그래.”
현우는 혼자 큰 걸음으로 카페를 벗어났다.
“뭐 하는 거야?”
화장실에 들어가서 거울을 본 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분명 진지한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기분이 이상했다.
“나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냐고?”
기웅에 대한 이야기도 묘하게 서운했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라면 몰라도 그 녀석이 하는 이야기는 더 서운했다.
“나 정말 왜 이런 거야.”
현우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그 녀석이 뭐냐고.”
수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자네 이게 다인가? 다시 해오게!”
“죄송합니다.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
“뭐라고?”
부장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하고 현우를 다시 바라봤지만 현우의 표정은 단호했다.
“현우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기웅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해야지.”
“아니.”
현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게 제 최선입니다.”
“뭐라고?”
“사실 저는 부장님께서 왜 그러시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하는 일들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거라면 그냥 저에게 일을 안 주시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자꾸 저를 시키고 그러시는 거죠?”
“자, 자네 지금.”
“알겠습니다.”
현우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 두겠습니다.”
“이현우.”
“기웅아 됐어.”
현우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내 적성하고 맞지 않는 구나. 이런 생각은 늘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혹시나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역시나 이런 식으로 아무 것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그냥 그만 두었어야 하는 건데. 제가 무슨 미련이 있어서 여기에 있었나 모르겠네요.”
“이, 이현우!”
“됐습니다.”
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른 것이 후회가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답답하지 않고 속은 시원했다.
“어차피 이런 곳 더 이상 관심도 없으니까요. 부장님이 그렇게 좋아하는 박기웅이랑 잘 해보시라고요!”
“미쳤어.”
현우는 쪼그려 앉아서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으로 그만 두는 것은 옳지 않았다. 퇴직금 같은 곳에서도 불리할 거였다. 그나마 적금이 있기는 했지만 한두 달이 지나면 끝일 거였다.
“미치겠다.”
게다가 하늘에서 비까지 떨어졌다. 더 우울한 기분이 들었는데 순간 비가 오지 않았다. 비가 그친 것인가 주위를 둘러봤지만 여전히 비가 내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수현이었다. 수현이 우산을 들고 그를 가리고 있었다. 부드러운 미소. 현우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면서 수현의 허리를 꽉 안았다. 수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현우의 어깨를 토닥였다. 현우는 한참이나 그렇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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