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오래된 정원
사실 책으로 읽기 오래 전에 영화로 만들어진 것을 먼저 봤기에 사실 책은 조금 당황했습니다. 아무리 시대의 상황이 묻어나고 그 안에서 아픈 이들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제가 그 당시에 봤던 영화는 두 사람의 순애보 같았거든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 제가 만나게 된 [오래된 정원]은 단순히 두 사람의 순애보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 아니라 조금은 더 정치적인. 그리고 운동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조금 불편하고 낯설다고 해야 할까요? 그것이 분명히 나쁜 것도 아니고 그 시대에는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으앗!이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어요. 게다가 제가 생각을 한 것보다 훨씬 더 무거운 이야기더라고요. 저는 그저 운동권 남자를 숨겨준 여자의 순애보라고만 기억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무거운 소설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 안에도 그래도 남녀의 마음은 오롯이 남아 있더군요. 그리고 그 당시 사람들이 단순히 낭만만을 찾기는 어려운 환경이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자신이 생각을 하는 것. 그리고 믿는 것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면 죄가 되는 세상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안에서 그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숨어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부담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기는 하지만 쉽게 찾지 못하는 것도 당연할 테고 말이죠. 누군가가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찍고 지켜보고 있는데 내가 단순히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일 테니 말이죠.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숨어야 하는 거고, 더 조심스럽게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마도 옳겠죠.
다만 1권과 2권의 분위기가 꽤나 많이 다른 편이라서 당혹스러웠습니다. 1편의 경우에는 제가 기억을 하고 있는 그 소설이 맞더라고요. 아무래도 다소 무겁고 운동권의 이야기가 진행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서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숨기기 위한 그런 이야기 말이죠. 아무래도 영화에서 ‘염정아’가 보여준 그런 애틋한 연기가 머리에 많이 남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워낙 애틋하고 애절한 그런 느낌이 묻어났거든요. 하지만 그런 것을 넘어서 그 당시에 살아가던 한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시대가 그에게 가한 폭행으로 인해서 그가 결국 느껴야 하는 짐의 무게 같은 것이 고스란히 다 남아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무겁고 아프지만 그래도 더 읽어야만 하는 그런 책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내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면 겁을 내지 않고 말을 할 수 있는 세상. 그것이 아무리 미친 짓이라고 하더라도 가능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틀린 것도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 세상이라고 믿어요. 물론 그것이 다수의 사람들이 보는 눈에는 이상해 보이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그들의 죄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내가 거꾸로 소수의 입장이 될 수도 있으니 소수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죠. 그 무거운 시대가 소설에 고스란히 다 담겨 있습니다. 아무래도 소설이 아프고 버거운 이유는 그 시대 자체가 무겁고 버거워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시대를 오롯이 관통한 한 사내의 이야기가 거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고 말이죠. 조금이라도 그 시대를 피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그 모든 아픔을 다 겪을 이유도 없었을 테니 말이죠.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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