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맛있는 영화

[맛있는 영화] 셔틀콕, 가족의 재해석

권정선재 2013. 10. 18. 07:00

[맛있는 영화] 셔틀콕, 가족의 재해석

 

가족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보게 하는 로드 무비 [셔틀콕]은 짠합니다. 이복 누나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받은 보험금을 모두 가지고 튄 까닭에 분노하는 민재는 누나가 근무하는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그런데 그의 여행은 그리 쉽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도 모르게 그의 어린 이복 남동생 은호가 몰래 차에 올라있었기 때문이죠. 사사건건 개기는 이 망할 꼬맹이 녀석 때문에 민재는 그렇게 편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부분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진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사실 우리는 가족과 대화를 하면서 늘 가족에게 상처를 입고 가족에게 상처를 주곤 하잖아요. 그 순간이 너무나도 아프고 괴롭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 모든 것을 지어버리게 되죠. 그리고 결국 우리는 가족이니까라는 가장 간단한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모님께 서운한 마음이 들더라도 다음날 저절로 아침에 말을 먼저 걸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셔틀콕] 안에 나오는 가족이 딱 이런 느낌입니다. 민재은호는 서로를 끊임없이 괴롭히지만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합니다. 그 누구도 없이 오로지 둘이라는 것 때문이죠.

    


셔틀콕

Shuttlecock 
10
감독
이유빈
출연
이주승, 공예지, 김태용
정보
드라마 | 한국 | 107 분 | -
글쓴이 평점  

 

꼬맹이가 나오는 영화는 둘 중 하나입니다. 아주 재밌거나 아주 짜증이 나거나. 다행히 [셔틀콕]은 전자입니다. 보통 아역 배우가 나오게 되면 민폐캐릭터에요.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고 자꾸만 다른 일들을 만들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이 하죠. 그리고 자신이 섞인 일행을 오히려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셔틀콕]에 나오는 은호는 그런 아이가 아니에요. 도대체 저 무렵의 아이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싶을 정도로 활발한 데다가 누구에게나 쉽게 살갑게 대할 줄 아는 그런 아이거든요. 형에게도 투닥투닥거리기도 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형에게 기대기도 하고 형에게 큰 의지를 하기도 합니다. 너무나도 착한 아이. 하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보호를 하려고 하지 않는 은호에게 민재는 가장 좋은 친구인 동시에 가장 큰 부모의 역할을 해주는 존재인 거죠. 끊임없이 민재에게 같이 베드민턴을 치자고 조르는 이 아이는 그다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형과 그저 잡기 놀이를 하는 것만으로도 까르르 웃으면서 즐거워하기도 하거든요. 이 두 사람의 여행기는 당연히 행복한 기운으로 가득 찹니다. 물론 누나 은주를 찾아야 한다는 다소 아픈 목적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죠. 두 남자의 로드무비는 오롯이 둘이기에 더욱 투닥이면서 귀엽습니다.

    

그런데 이 명랑하고 귀여운 느낌의 [셔틀콕]은 마지막을 향해 가면서 분위기를 바꿉니다. 일단 은주민재사이에서 벌어진 일이 무언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죠. 그냥 조금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남매. 그래서 유난히 더 친한 남매. 이런 느낌 정도이지만 후반부로 흐르게 된다면 두 사람 사이에 이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이야기가 됩니다. 그리고 메니큐어를 바르고 여성의 흉내를 내는 은호역시 이 영화의 분위기를 조금 달라지게 합니다. 그저 활발하고 머리띠를 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은 이 아이는 어쩌면 게이일 수도 있고, 어쩌면 여성인데 잘못 태어난 아이일 수도 있죠. 아니면 어린 시절 잃어버린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한 모성애의 잘못된 발현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것이 무엇이건 간에 가만히 극을 따라가면서 미소를 짓고 있던 관객에게는 일종의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 라면서 입을 떡 벌리고 잠시 멍하니 앤딩크레딧을 바라보게 되거든요. 가족의 또 다른 의미. 그것을 조금은 비틀어서 보여주는 [셔틀콕]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관련영화 : 셔틀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