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관상, 패밀리 아이스크림
Good – 사극 팬
Bad - 가벼운 영화 기다린 사람
평점 - ★★★☆
[관상]은 개인적으로 두 번 본 영화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다지 재밌다! 라고만 생각을 하기는 어려웠던 것이 생각 외로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천 만 가까이 다다른 또 하나의 영화인 [관상]은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수양대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다소 묵직하기도 하고 다소 아픈 느낌을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많은 배우들이 등장을 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바꿀 수 없는 역사라는 것 역시 분명한 부분이고 말이죠. 사실 바로 이 부분이 사극이 가지고 있는 가장 약한 고리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아무리 다른 것을 생각을 하려고 하더라도 이미 결론이 나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것을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결국 관객들이나 시민들이 이에 대해서 역사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 때문이죠. 그렇기에 사극은 어디까지나 역사에 기초해서 거기에 살을 덧붙여야 합니다. [관상]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이 부분을 잘 잡은 것 같아요. 실제 역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그 안에 관상가 한 사람을 넣으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었으니 말이죠. 물론 환상적인 배우들이 아니었더라면 이 영화 불가능했을 겁니다. [설국열차]에 이어서 두 번 연속 900만을 기록한 ‘송강호’는 [관상]의 척추와 같은 이입니다.
물론 다른 배우들 역시 모두 제 몫을 해냈기에 다소 묵직하고 지루한 이야기인 [관상]이 힘을 낼 수 있었을 겁니다. 아무래도 조금 긴 러닝타임이 불편했거든요. 하지만 김종서 대감 역을 맡아서 극 전체를 호령하고 이끌어나가는 ‘백윤식’이라거나 그 누구보다도 섹시한 수양대군 역을 맡아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이정재’ 그리고 그다지 큰 비중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배우로는 다소 힘든 부분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하면서 매력을 선보인 ‘김헤수’, ‘송강호’의 처남이자 주색을 즐기지만 그 누구보다도 조카를 사랑하는 착한 삼촌 ‘조정석’까지. 이 모든 배우들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관상]이라는 영화는 탄생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최근 들어서 멀티캐스팅 영화가 많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서 제 몫을 하는 영화는 찾기가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극이 변화를 함에 따라서 역할이 달라지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자신의 캐릭터 그대로. 그리고 그 어떤 캐릭터도 모나게 나오지 않는 것 역시 매력이죠. 그리고 다른 멀티캐스팅 영화에 비해서 감정을 터뜨리기에 유리한 영화라는 것 역시 이 배우들의 매력을 조금 더 살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답답하지 않고 폭발력 있는 연기가 있었기에 조금 더 속이 시원했거든요.
‘송강호’는 알아주는 관상가 ‘김내경’ 역을 맡았는데 그 어떤 영화보다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맡았습니다.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도 임팩트가 넘치는 역할인데요. 상황에 따라서는 유머러스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또 상황에 따라서는 한없이 진지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그의 역할이 [관상]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만큼 그가 이렇게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는 단 한 순간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거든요.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이 캐릭터가 간절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한 아이의 아버지라는 점 때문일 겁니다. 자신의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그 아이를 위해서 뭐든 다 하고자 하는 그런 아버지 말이죠. 조선 최고의 관상쟁이라고 하지만 그 어떤 수식어가 붙더라도 결국 평범한 한 아버지이고 말았을 ‘김내경’의 모습은 마냥 슬프게만 느껴집니다. 어딘지 모르게 노쇠하기도 하고 여리기도 한 그의 모습은 시대를 관통하는 그저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뭐 특별한 존재도 아니고 그저 그런 아버지로 남아있는 거죠. 이 안에서 ‘송강호’는 최선을 다해서 그저 아버지의 모습을 보입니다. 권력 앞에서 두렵기도 하고, 죽음이라는 것을 마주하면서 공포를 느끼기도 하겠지만 모든 것을 다 감내합니다. 오직 아버지라는 이름 아래에서 ‘김내경’을 설명할 때 이 역할은 더욱 완벽해집니다.
절대적인 악이자 [관상]안에서 가장 커다란 축을 담당하는 ‘수양대군’ 역의 ‘이정재’는 그리 많은 비중을 맡지 않았음에도 꽤나 커다란 느낌입니다. 사실 분량만 놓고 본다면 그를 굳이 주인공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나서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은 역할을 한 사람을 꼽으라면 당연히 ‘이정재’를 꼽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워낙 많은 배우들이 나오는 통에 제대로 자기 이야기를 하기도 어려울 판에 그는 모든 배우들을 이끌어나가는 또 다른 축이니까요. 사실상 절대악으로 모든 인물들과 대립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그는 그다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쪽하고도 부딪치고 동시에 저쪽하고도 부딪쳐야 하는 역할이니 말이죠. 하지만 ‘이정재’는 이것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모든 역할들과의 조화를 완벽하게 만들어냅니다. 특히나 죽은 형님의 상에 사냥을 하고 난 이후 피냄새를 풍기며 무리를 이끌고 나타나는 장면에서의 카리스마는 그가 보여주던 그간의 연기를 넘어서는 무언가 같더군요. 절대적인 악.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저 야망을 가진 인간임을 그는 동시에 표현합니다.
다소 긴 러닝 타임 시간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마지막까지 보게 되는 것은 배우들의 힘이었습니다. 스토리 역시 꽤나 쫀쫀하게 잘 짜이기는 했지만 다소 지루하거든요. 특히나 ‘수양대군’이 등장하면서 극의 분위기가 확연히 바뀌는 만큼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어집니다. 이건 당연히 감독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감독만 있어서 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수많은 배우들이 있기에 그 안에서 제대로 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거죠.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배우들은 그 상황에 맞는 자신의 역할을 선보입니다. 강아지를 끼고 사는 ‘조정석’이 조카를 위해서 절규하는 그 장면에서는 과연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일까? 싶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결국 조카에 대한 사랑이 기본이 되어있다는 사실에 납득이 가는 것도 사실이고요. 게다가 배우들이 감정적으로 부딪치는 것을 망설이지 않은 것 역시 이 영화가 잘 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배우들의 열연이 그 어떤 영화보다도 빛난 [관상]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닭 백숙에 서운해하는 조정석
둘 – 사냥을 마치고 상을 치르는 수양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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