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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권정선재 2013. 10. 30. 07:00

[행복한 책방]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는 조금 난해한? 그런 매력을 가진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 라는 것이 사실 그동안 하루키의 소설이 풍겼던 분위기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 하면서 가장 간절한 무언가를 찾자는 것 말이죠. 그런데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는 과거를 찾아 헤매는 느낌입니다. 다정했던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를 받는 누군가. 그리고 그 이유를 찾아 다니는 이유. 그 안에 담겨 있는 진실 같은 것 말이죠. 그러다 보니 사실 조금은 지루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금 더 현실에 뜨겁게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그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말이죠. 조금은 덤덤하고 담담하게 그렇게 사건 자체를 목격하는 듯한 느낌은 이것이 한 사람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어떠한 추리물의 한 가운데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말이죠.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3-07-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지금, 당신은 어느 역에 서 있습니까?모든 것이 완벽했던 스무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 같은 경우는 지금의 사건에 대해서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친구의 무리에서 사라진 주인공. 하지만 주인공은 먼 훗날이 지나고 나서야 친구들이 자신을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깨닫고 그것을 바르게 고치고 싶어하지만 그것이 사실 그다지 쉽지는 않아요. 약간 머뭇거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실 그의 모습은 답답합니다. 친구들에게 내가 안 그랬다고! 라고 화를 내지 않고 그냥 왜 그런 일이 생긴 것일까? 라고 약간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에요.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그런 느낌 말이죠. 그 느린 느낌.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은 지금 친구들하고 관계를 간절하게 다시 유지하고 싶어! 라는 느낌 보다는 그냥 내가 사건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밖에 있는 것 같아서 묘한 느낌입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에서 다자키군이 이미 죽어버린 여자친구를 성폭행했는지는 사실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닙니다. 그저 그 흔적을 쫓아가는 다자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사실 그다지 톡톡 튀는 매력 같은 것은 없는 느낌입니다. 조금 느리고 지루하기도 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그 안에 오히려 섬세한 감정의 묘사 같은 것이 두드리지는 것 같기는 해요. 이전까지의 하루키의 소설에 담겨 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 단순히 지금 이 순간을 탐닉하는 것이 전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의 경우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일까?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에 대해서도 독자들과 같이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 묘하더락요.

 

다만 결과적으로는 하루키도 결국 나이를 먹는구나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 책이기도 했습니다. 책을 참 많이 읽던 중학생 시절 사서 선생님이 하루키의 책은 별로. 라는 말을 하신 이후에 사실 하루키의 소설을 읽게 된 것은 거의 드문 일이었어요. 그리고 그다지 대단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이번 소설의 발간과 함꼐 읽었던 하루키는 매력적이었습니다. 딱 요즘의 인스턴트 사랑. 그것이 너무나도 가볍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서로를 갈망하고 그 소중한 시간에 더 상대에게 충실할 수 있는 그러한 관계라는 것 말이죠. 그런데 이번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 같은 경우에는 조금 나이가 든 아저씨가 설교를 하는 느낌인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라면서 마지막까지 궁금하게 하는 매력적인 책이라는 점은 분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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