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62
“원류환. 그게 뭐가?”
“뭐가?”
“그런 말 너무 오글거리지 않간?”
해랑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건넸다. 류환은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됐다.”
“왜?”
잠시 머뭇거리던 해랑은 이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류환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류환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꼬마 조장 때문이가?”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
“어차피 곧 죽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주제에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가? 원류환. 죽고 싶지 않은 거지?”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나? 그러는 너도 절실하게 살고 싶지 않나?”
“아니.”
해랑은 멀리 연기를 뿜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죽고 싶어.”
“뭐라고?”
“원류환.”
“왜?”
“너는 모르지?”
“내가 뭘?”
“나는 더 이상 노래를 하지 못해.”
류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해랑을 살폈다. 해랑은 뒤로 물러나더나 웃옷을 들추었다. 단단한 몸. 그리고 수많은 상처들.
“더 이상 노래를 하지 못한단다.”
“그게 무슨 말이야?”
“웃기지?”
“리해랑.”
“사실이야.”
해랑은 혀로 입술을 살짝 축이고 고개를 저었다.
“나도 지금 이런 상황이 말이 안 되지만 이게 현실이야. 나는 더 이상 노래를 하지 못하고 그저 평생 병신으로만 살아야 한다. 이런 내가 살 수 있는 곳이, 그리고 살아야 할 이유가 있겠나?”
“리해랑.”
“됐어.”
류환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해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저 멀리 연기를 뿜었다.
“원류환 너에게 무슨 동정을 받기 위해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니 말이야. 그런 것은 내 취향이 아니라고. 그냥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그냥 어떤 것인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말이야. 그래서 아. 이런 거구나. 이런 생각을 그냥 하고 있다. 그냥 말을 해주고 싶었어. 원류환 너를 위해서.”
“그게 무슨 말이지?”
“살고 싶잖아.”
류환의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렸다.
“너무나도 간절하게. 그것도 너 혼자서 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꼬마 조장이랑 둘이서. 두 사람이 같이 살고 싶은 거잖아.”
“리해랑.”
“왜 그렇게 솔직하지 못한 거지?”
“내가 솔직하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수가 있다고 생각을 하나?”
“꼭 달라져야 하는 거야?”
“뭐라고?”
“이미 우리들 우리가 생각을 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해왔다고 생각을 하는데? 더 이상 망설일 이유. 더 이상 겁을 낼 이유. 그런 것 하나도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내가 틀린 건가?”
“그건.”
“이제 인정하지 그래.”
해랑이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서 류환의 얼굴에 연기를 뿜었다. 류환은 표정을 묘하게 일그러뜨렸지만 피하지 않았다.
“네가 너의 마음에 대해서 제대로 인정을 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려고 하면 할수록 유일하게 인정을 한 꼬마 조장만 더 버겁고 힘들어질 거다. 꼬마 조장의 성격이 어떤지는 네가 더 잘 알 테니 말이야.”
“알고 있지.”
“그러니 말이야.”
“우리 동구는 괜찮은 거여?”
“괜찮습니다.”
“아이고.”
순임은 수혁을 보자 눈물을 흘렸다. 그런 그녀에 대해서 차가운 말을 하려고 했던 수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참말로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마워요.”
“아닙니다.”
수혁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십니까?”
“암. 암시렁도 안 혀.”
“그래도 혹시 불편한 것이 있으면 바로 말씀을 해주시기 바라빈다. 일단 전순임 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은 저희의 책임도 있으니까요. 그런 일을 겪게 해드려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아이고. 아니여.”
“그럼 저는.”
“그려요.”
수혁은 순임의 방을 나오며 한숨을 토해냈다.
“괜찮으십니까?”
“미안하다.”
“아닙니다.”
“그래도 내가 여기에 오면 안 될 텐데 말이야.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않아? 괜히 너도 나랑 얽히고 나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밖에 없을 텐데 말이야. 나도 그런 것은 내키지 않고.”
“아무도 모를 겁니다.”
“그래?”
수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여기에 온 것은.”
“당연히 비밀입니다.”
“고맙다.”
수혁은 가게를 나서려다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
“잘 지켜라.”
“네.”
“진심이다.”
“네. 팀장님.”
“괜찮으신가?”
“일단 겉으로 보기에 문제는 없는 것 같으니까. 내일 날이 밝으면 곧바로 의사에게 진찰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도 해뒀어.”
“고맙다.”
“고맙기는.”
류환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을 내려봤다.
“서수혁.”
“왜?”
“내가 살기를 바라면 욕심인 건가?”
“뭐라고?”
“나는 죽어야 하는 건가?”
“원류환.”
“살고 싶어.”
류환의 차분한 고백에 수혁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살고 싶다는 욕망. 이제야 겨우 원류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무조건 너희는 지킨다.”
“이미 너 하나도 못 지키고 있다며.”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류환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해진을 보고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해진은 그런 류환을 물끄러미 보면서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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