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63
“조장 일어나셨습니까?”
해진의 인사에도 불구하고 류환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머뭇거리던 해진은 그대로 류환의 앞에 앉았다.
“조장.”
류환은 고개를 숙였다.
“조장.”
“그만 둬라.”
뒤늦게 나타난 해랑이 퉁명스러운 눈으로 류환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해진의 옆에 앉았다.
“너도 잘 알지 않나? 이 녀석은 지금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라고. 네가 싫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야.”
“하지만.”
“그냥 두라니까?”
류환은 밥을 다 먹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진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리해진 왜 그러는 거야?”
“제 잘못인 겁니까?”
“뭐라고?”
“제가 조금 더 잘 했다면. 그랬다면 조장이 저를 조금이라도 좋아해주실 수 있는 건가요? 지금과 다를 수 있는 건가요?”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네 잘못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설마 아직도 리해진이 꼬맹이는 아니겠지? 너 이제 어른이잖아.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리 내 탓이 아니라고.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을 하고 또 하고 싶지만 그게 안 됩니다. 결국에 조장의 얼굴을 보고 나면 또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테니 말이죠.”
“리해진.”
“죄송합니다.”
해진은 하나도 먹지 않은 음식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었다. 해랑은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게 다인가?”
“미안하다.”
“젠장.”
류환의 입에서 낮게 욕설이 흘러나왔다.
“이 정도를 가지고 우리가 그 녀석들을 맞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제대로 된 무기가 없는 것을 넘어서.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고작 이 정도를 가지고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하지만 이 정도라도 가지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을 해야 할 거다. 너희들로는 아무 것도 못 하잖아?”
수혁의 적나라한 공격에 류환은 입술을 비틀었다. 뭐라고 한 마디를 하려고 했지만 사실이었으니까.
“그래서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지? 어차피 그 녀석들도 이제 나름의 준비를 할 텐데 말이야.”
“그렇겠지.”
“그게 다인가?”
“일단 살아라.”
“뭐라고?”
“아마 국정원이 뜰 거다.”
류환은 입술을 비틀었다. 이번 일을 통해서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다시 잡혀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결국 그냥 그 안에서 갇혀 살게 되라는 이야기인가? 남조선에게 잡혀서. 그냥 그렇게 누군가의 장난감이 되어서 말이야?”
“장난감이라는 이야기가 아니야.”
“그럼 뭐지?”
“원류환. 네가 살기 위해서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너희 같은 녀석들을 도대체 지구 어디에서 받아준다는 거야? 미국에 간다고? 미국에서는 뭐 너희들을 환영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너희들은 지금 이 순간 그 어디에 가도 환영을 받지 못할 존재라고.”
“그래서 그저 남조선에 남아서 너희들에게 조사를 받고. 이전처럼 그냥 이용을 당하라는 것인가?”
류환의 차가운 물음에 이번에는 수혁이 할 말을 잃었다. 보호를 해준다는 명목 아래에 그저 평범한 살인 병기로 이용을 한 것은 사실이니까. 이 사실에 대해서 부정하거나 부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건 미안하다.”
“아니.”
류환은 차분히 고개를 저었다.
“네가 사과를 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자고 한 것이 아니야.”
“알겠다.”
“다만.”
류환의 목소리는 가늘게 흔들렸다.
“남조선에 남고 싶지는 않아.”
“그렇다면 살 방법이 없어.”
“남조선에서도 희망은 없다.”
“원류환.”
“꼬맹이를 지켜야 한다.”
수혁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류환은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수혁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더니 류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정말로 죽을 거다.”
“뭐라고?”
“살 거라는 생각을 해.”
류환은 침을 꿀꺽 삼켰다.
“너 스스로도 지금 이 순간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는 주제에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일단 너부터 살 수 있을 거라고. 무조건 살아날 거라고. 그렇게 믿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살고 싶어.”
“그러니 살라고.”
“하지만 살 수 없다.”
“원류환.”
“우리들 중에서 한 사람만 살아남을 테니까.”
“더 이상 보낼 사람은 없다고 하디 않았디?”
“다 알고 있습니다.”
주현의 차가운 대답에 무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5446말고 내가 또 다른 부대라도 가지고 있다. 지금 뭐 그런 말을 하는 거라면 철저하게 오해디.”
“아니라는 것 알고 있습니다. 개인 부대를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들 말입니다. 그들이 있어야 남쪽의 연어들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 녀석들을 사냥하지 못하면 결국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거라는 것은 대장 동지께서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흐음.”
무혁의 얼굴이 구겨졌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대장 동지께서 가지고 계신 카드 중에서 하나 정도는 꺼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여기에서 머뭇거리시다가는 그나마 가지고 계신 것도 잃으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금 협박이라도 하는 거가?”
“사실을 말씀 드리는 겁니다.”
“내가 거절한다면 어찌 되는 거가?”
“이번 임무도 실패할 겁니다.”
“흐음.”
“그렇게 된다면 대장 동지께서도 위험하실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연어들. 그들은 이미 위협이 될 정도로 성장을 했습니다. 살아남은 연어가 만일 짝을 만난다면. 그래서 무리가 된다면. 두려울 겁니다.”
“그렇갔디.”
“막아야 합니다.”
“내래 생각 좀 해보겠다우.”
“알겠습니다.”
주현은 멀어지는 무혁을 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기회에 무혁까지 한 방에 끝을 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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