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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카운슬러, 달지 않은 사과

권정선재 2013. 10. 31. 12:27

[맛있는 영화] 카운슬러, 달지 않은 사과

 

Good 철학적 영화 좋아하는 사람

Bad 빵 터지는 스릴러 찾는 사람

평점 - ★★★★

 

[카운슬러] 시사회에 다녀와서 쓰는 리뷰입니다.

 

올 가을 관객들을 파격적인 드라마로 이끌 [카운슬러]는 한 남자의 파멸에 다다르는 묵직한 감성으로 이끌 영화입니다. 사실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봤던 영화입니다. 일단 리들리 스콧감독의 다른 영화 [로빈 후드]를 보면서 죽어! 차라리 죽으라고! 누군가가 로빈후드를 죽이면 이 지루하고도 괴로운 이야기가 끝이 나잖아! 라는 생각을 했던 터라 [카운슬러]의 미국 평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겁이 났던 것도 사실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흥미롭게 보기는 했지만 그 배경이 우주가 아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조금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었으니까요. 반면 [카운슬러]는 제가 생각을 한 것 이상으로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끊임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만 하는 느낌의 영화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이 정말 인간 그 자체에 대한 것이거든요. 풀어내는 방식이 비슷한 듯 다르기는 하지만 올해 개봉했던 [패션, 위험한 열정]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한 개인의 욕망의 끝에 결국 자기를 파괴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로 말이죠. 흔한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자기만의 완벽하게 다른 이야기를 펼치면서 관객들에 What?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내죠. 후덜덜한 배우진과 생각 외로 깔끔한 스토리는 지루한 듯 하면서도 묘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갑니다.

 


카운슬러 (2013)

The Counselor 
8.9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페넬로페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 하비에르 바르뎀, 브래드 피트
정보
스릴러 | 미국, 영국 | 117 분 | 2013-11-00
글쓴이 평점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더 많은 돈을 벌기 바라는 카운슬러는 위험의 끝에 다다르게 됩니다. 자신과 관련이 된 마약 운반 중에 실수가 벌어지게 되고 그에 대한 책임이 모두 그의 잘못이라고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단순히 한 남자의 쫓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와 관련이 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의 고난. 그리고 그들이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보통의 영화가 인물들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구조라고 한다면 [카운슬러]의 경우에는 이야기 안에 인물들이 들어있는 이야기입니다. 거대한 판에 결국 체스 말처럼 인물들이 움직임을 당하고 있는 거죠. 그들은 자신의 욕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고 있으면서 쉽게 거기에서 달아나지 못합니다. 이미 그것이 얼마나 짜릿하고 매력적인지에 대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죠. [카운슬러]는 사람이 산다는 것에 대한 꽤나 진지한 물음에 대해서 던집니다. 다만 매혹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마냥 마음 편하게 보기 어려운 이유는 이 영화가 다소 잔인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이클 패스밴더카운슬러역을 맡았는데 자신이 맡은 일의 위험함에 대해서 심각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그다지 심각하지 않게 생각을 하는 인물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역할은 하나도 나쁘지 않은 그저 희생양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가장 위험하고 동시에 가장 나쁜 역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약 운반이라는 것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 그리고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 일이 가지고 있는 위험함이나 그 무게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해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니 말이죠.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서 다른 사람이 위험에 빠져도 상관이 없다. 뭐 이런 느낌이 듭니다. 그는 위험을 경고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그 자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바라고 더 안정적인 무언가를 바라는 거죠. 분명 자신은 사랑하는 연인인 로라를 위해서라고 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정작 자신과 로라를 위험으로 빠뜨리고 있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미 그것을 깨닫는 순간은 너무나도 위험한 상황 그 안으로 발을 내딛고 난 이후가 되어버리는 거죠. 개인적으로 [카운슬러]가 조금 답답했던 이유는 카운슬러가 가지고 있는 선천적 찌질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려고 하지만 발버둥치지 않는 느낌. 우유에 빠진 개구리 중 절실하게 발버둥 친 쪽만이 버터를 만들어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 안에서 카운슬러는 그냥 익사 중입니다.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이 역할을 맡은 덕에 꽤나 자신만만한 사내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든 모습이 현실적이고 공감이 가게 그려지더군요. 자신의 욕망에 자신을 잡아먹으면서 무기력으로 빠져드는 모습은 매력적이지만 말이죠.

 

 

브래드 피트는 다소 까불까불하면서도 매혹적인 웨스트레이라는 역을 맡았는데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는 그다지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카운슬러에게 경고합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나쁜 놈이 아닐까 싶어요. 그 순간 경고를 하는 이유도 사실 정말로 그가 여기에서 멈추기를 바라기 보다는 조금 더 앞으로 다가가서 자신에게 위험을 경고할 수 있고 자신 대신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싶으니 말이죠. 꽤나 잔인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다지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브래드 피트가 이 역할을 맡았다는 것. 그리고 꽤나 세련된 옷차림을 했다는 것 때문이겠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뒤가 구린 느낌을 주는 느낌은 브래드 피트라서 완성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선해 보이지만 그 뒤에 어두운 이면을 가지고 있는 역할이죠.

 

 

말키나역을 맡은 카메론 디아즈[카운슬러]를 통해서 가장 반짝이는 역할일 겁니다. 개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로만 그녀를 만난 까닭에 입을 쩍 벌렸습니다. 뭐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그 동안 로맨틱 코미디 역할만 한 것이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녀에게 조금 더 강력하게 남은 잔상 같은 것이 있으니 말이죠. 그런데 [카운슬러]에서 그녀는 이러한 이미지를 모두 벗어버립니다. 그 누구보다도 강렬하고 아찔하게. 그리고 모두를 위험으로 빠뜨릴 수 있는 치명적 팜므파탈로 나오는 거죠. 사실 그러는 동시에 이 역할은 굉장히 불쌍한 역할이기도 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소위 말하는 관심병에 걸린 사람이니 말이죠. 영화 배급사에서 남자를 위한 영화라는 생각에 남자들만 시사를 했다고 하는데 그 누구보다도 여자들이 더 묘하게 끌릴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말키나때문이죠. 그 누구보다도 욕망에 솔직한 인물이니까요. 영화에 나오는 수많은 남자들은 겉으로 점잖은 척을 하기 위해서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말키나는 가장 적나라하고 가장 용감하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아무리 그것이 위험하고 아찔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가장 현명하고 아찔하게 그리고 섹시하게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말키나[카운슬러]를 관통한 화살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영화 자체가 기승전으로 끝이 나는 까닭에 What? 이라는 느낌을 주지만 그 자체가 결국 인생이다.라는 것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매혹적인 영화인 이유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덧없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말이죠. 그리고 조금 모호한 느낌을 주는 대사들도 있는 것 역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을 해보면 결국 그들 중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산 쪽은 아무도 없었겠구나. 그러한 생각이 드니까요. 더 많은 것을 바라는 만큼 늘 더 위험한 순간이었고. 자신이 누군가의 목숨을 노리는 만큼 반대로 누군가에게 노려지기도 하는. 그 잔인한 고리 안에서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약하고 덧없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말이죠. 지나치게 잔인한 부분들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결국 인간 그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카운슬러]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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