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응징자, 뭔가 어설픈 흉내
Good – 양동근과 주상욱 팬
Bad – 절절한 드라마를 찾는 분
평점 - ★★
어릴 적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에게 복수를 한다는 설정은 요즘처럼 학교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아픈 소재일 겁니다. 그런데 [응징자]는 이것을 살려내지 못합니다. 보는 내내 지루하고 불쾌한 느낌. 이 영화가 매력적이어야만 하는 포인트는 다른 부분이 아니라 바로 ‘양동근’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 그리고 ‘주상욱’이 얼마나 아픈지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응징자]는 이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합니다. ‘양동근’이 맡은 ‘창식’이나 그에게 응징을 해야 하는 ‘주상욱’이 맡은 ‘준석’ 모두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우리가 이런 류의 영화를 보게 되는 이유는 영화를 보고 나서 통쾌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아프기는 하지만 그 만큼 악역을 선명하게 설정하고 더욱 더 악독하게 그려내야 하죠. 하지만 [응징자]의 아역이 맡은 ‘창식’의 경우에 용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정작 ‘양동근’이 맡은 성인 배역은 아쉽기만 합니다. 정말로 악독하고 악랄한 없애야 할 존재라는 느낌이 풍기지 않거든요. 조금 더 악독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합니다. 복수 영화에서 가장 나쁜 놈이어야 할 악역이 찌질한 모습을 보이면서 영화 자체의 복수가 힘을 잃습니다.
게다가 이야기의 속도감이나 그러한 것 역시 꽤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복수 영화의 경우에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빠른 속도감으로 관객들을 매혹시켜야 할 겁니다. 그래야 관객들 역시 그 속도 안에 빠져들어서 더 제대로 공감할 수 있을 텐데요. 이야기가 늘어지다 보니 차라리 둘 중 하나라도 죽어버렸으면.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심합니다. 게다가 보통 피해자가 나중에 복수를 할 경우에 완벽한 이야기를 짜고 나서 복수를 하죠. 그래야 완벽한 복수를 할 수 있고 반대로 역공을 당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적어도 [응징자]라는 영화 안에서는 이런 것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사실 복수 영화를 보는 이유는 딱 한 가지일 겁니다. 그 복수가 가장 짜릿하다는 것. 그래서 죽이고 싶을 정도로 나쁜 놈에 대해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진다는 것. 이게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응징자]와 같은 영화들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미덕일 겁니다. 하지만 정작 [응징자]는 이러한 미덕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분명히 ‘양동근’이 맡은 배역은 나쁜 놈입니다. 하지만 그 놈에 대해서 분노할 정도로 무언가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주상욱’의 복수 방식과 그 절박함이라면 말이죠. ‘주상욱’의 아역을 맡았던 배우는 [명왕성]이라는 영화도 나왔었는데 거기에서 악역이 양동근보다 훨씬 더 매혹적인 아역이었습니다.
‘주상욱’은 ‘준석’이라는 역할로 어릴 적 여자친구가 ‘창식’에 성폭행을 당한 후 자살하게 되어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일단 여기에서는 공감이 갑니다. 저 정도 일을 당했다면 당연히 복수를 해야죠. 더군다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복수를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일단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하게 될 [더 파이브]의 경우에 만화만 봤지만 웹툰에서는 꽤나 철저하게 모든 것이 다 짜여져 있습니다. 완벽한 복수를 위한 준비를 하는 거죠. 그 누구도 닿을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게. 그리고 아찔하게. 그 과정에서 복수가 성공을 할 수 있을지는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누군가를 증오하기에 그를 위한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는 것. 그래서 절대로 밀리지 않을 정도로 준비를 하고 또 준비를 한다는 것. 그 모든 것이 복수를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죠. 이 정도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복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어설픈 준비를 한 상태에서 복수를 한다는 것은 거꾸로 나에게 그 이상의 피해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을 해야만 하는 거죠.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복수를 준비하고 예씁해야 하는 거고 말이죠. 하지만 ‘준석’은 그러지 않습니다. 그의 복수에 이유와 결말은 있지만 과정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복수는 심심하고 허탈합니다.
‘양동근’은 비열한 느낌의 ‘창식’을 맡았는데 오히려 아역 배우보다 임팩트가 적은 느낌입니다. 물론 이것은 그가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아니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양동근’은 그리 길지 않은 분량 안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자신의 연기를 선보입니다. 특히나 이미 나쁜 짓을 어릴 적에 다 하고 나서 나름 겉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한 성인으로 흔들리면 안 되는 위치를 매력적으로 소화합니다. 최대한 약점을 잡히고 싶지 않은 만큼. 그래서 위태로우면서도 그 과정 자체에서 자신의 악을 찾는 모습. 이 모든 것이 오직 ‘양동근’이라는 배우이기에 가능한 느낌이거든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평범하고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악마를 숨기고 있는 그 누구보다도 잔인한 인간의 본성을 ‘양동근’은 완벽하게 소화합니다. 그의 그 끈적이면서도 사악한 눈빛과 그러한 것들이 그래서 매혹적인 거죠. 다만 매혹적이라는 ‘양동근’ 배우 그 자체에 비해서 역할 자체는 너무나도 아쉬운 느낌입니다. 이토록 심심하고 매력이 없는 악역이 있을 수 있을까요? 양동근이라면 [감시자들]의 ‘정우성’이라거나 [관상]의 ‘이정재’ 정도는 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느낌과 살짝 심심함이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그리고 많은 이슈를 불러일으킬 영화가 될 뻔 했으나 [응징자]는 아쉽기만 합니다. 학교 폭력 피해자의 복수담이라는 것은 참 흥미롭죠. 그리고 그 문제가 꽤나 큰 편인 만큼 그 복수도 그 무엇보다도 짜릿하게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짜릿하고 아픈 복수를 담아내지 못합니다. 복수의 정도는 높아지고 그 악랄한 학생의 괴롭힘도 커졌을 때. 그제야 관객들은 정말로 이 복수가 정당한 것이고 그의 복수에 대해서 만족을 하고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 영화의 복수는 마냥 심심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그냥 좀 심심하고 아픈 느낌. 그래서 보는 내내 불편하기만 한 느낌이에요. 분명히 이 아이가 아프고 많이 괴로웠겠다. 싶기는 한데 그게 전부거든요. 정말 많이 아팠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그 이상을 풀어내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수많은 여성 캐릭터들 역시 그저 소모품으로만 사용이 되는 것이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조금 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죠. 물론 두 남자가 이끌어나가는 이야기인 만큼 다른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겠지만요.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 자체는 나쁘지 않고 소재도 괜찮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꽤나 심심합니다. 조금 덜 절실한 복수. 그래서 불편한 복수. [응징자]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 문화 > 맛있는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맛있는 영화] 코알라, 스팸 버거 (0) | 2013.11.01 |
---|---|
[맛있는 영화] 카운슬러, 달지 않은 사과 (0) | 2013.10.31 |
[맛있는 영화] 배우는 배우다, 진지하게 훅 (0) | 2013.10.30 |
[맛있는 영화] 밤의 여왕, 한국식 햄버거 (0) | 2013.10.29 |
[맛있는 영화] 롤러코스터, 짭쪼름 달콤 땅콩 (0) | 2013.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