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더 퍼지, 불편하고 또 불편하다.
단 하루 모든 범죄가 허용이 된다면? 이라는 생각은 두려우면서도 또 용납이 가는 상상입니다. 만일 일년 중 단 하루 열두 시간의 범죄 용인으로 범죄율이 낮아진다면? 너무나도 잔인하고 너무나도 아픈 사실이기는 하지만 나름의 동의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워낙 잔인한 존재들이니 말이죠. 자신들은 아무리 고고한 척을 하더라도 결국 그들의 무리 안에 있을 수도 있고 말이죠. 아무튼 이 영화는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이 실제로 있으면 너무나도 두려운 것이겠지만 그래도 영화이기에 가능한 거겠죠. 그리고 그 어떤 것보다도 인간 본성에 대해서 다루는 것이기에 더욱 흥미로운 것입니다. 인간들은 사실 지금 자신의 잔인함을 모두 꾹꾹 누르고 살고 있을 겁니다. 법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인한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우리 주위에 평범하게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중에서도 누군가는 그런 잔인함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죠. 게다가 이 영화는 다시 한 번 이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꼬아놓습니다.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을 하는 내 집에서 가장 친근하다는 이웃들이 살인을 벌이는 거죠.
하지만 이 안전한 공간이라는 집 안에서만 이야기가 펼쳐지는 통에 반대로 지루하기도 합니다. 가장 안전하다고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반대로 위험한 공간인 집.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반대로 누군가를 죽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너무나도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거죠. 사실 [더 퍼지]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그것일 겁니다. 당신은 당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괴물이 될 수 있겠는가?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서 안달이 난 잔혹한 짐승들을 맞서기 위해서는 결코 사람의 방법만으로 싸워서는 안 되겠죠. 결국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괴물이 되어야만 하는 한 아버지의 모습은 사실 밖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이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은 온갖 점잖은 척을 하기는 하지만 정작 그의 본성도 다른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거죠. 다만 그 본성을 단순히 자신의 재미만을 위해서 깨우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깨운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은 거죠. 결국 인간은 누구나 다 괴물이 될 수 있는 존재고 그것을 어느 순간에 터뜨리냐가 바로 차이점이라는 거. 한정된 공간에 한정된 사람들이 보이는 이야기는 소재만으로는 약간 끌고 나가기에 버거워보입니다.
‘에단 호크’는 한 가정을 지키기 위한 가장 역을 맡았는데 그의 직업은 이 날을 위한 경호 시스템을 판매하는 일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살인에 대해서 찬성하는 입장인데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그 안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을 죽이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의 이중성은 참 난해한 느낌이 들기도 하죠. 분명히 그는 이 시스템에 동의하고 있지만 정작 자녀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느냐고 묻는 순간이 되면 아무 것도 아닌 척, 결국 모르는 척 그렇게 뒤로 무러서고 마는 거죠. 갈등을 겪으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마냥 순해보이기만 하는 이 아버지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괴물이 되는 순간은 오직 ‘에단 호크’가 있기에 가능한 겁니다. 사실 그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설명이 가능한 인물이기도 하죠. 낯선 이를 집으로 들여 위험을 자초하는 ‘찰리’라거나 남자친구를 집으로 들여서 피를 부르는 큰 딸. 그리고 패닉에 빠진 아내. 이 모두를 추스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니 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캐릭터라는 사실에는 그 역시 피할 길이 없을 겁니다. 다른 가족들이 워낙 말도 안 되는 민폐 캐릭터라서 이 역할이 나름 납득이 가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정작 이 역할도 그다지 납득이 안 가는 것은 사실이니 말이죠. 평범한 중산층에 타인의 아픔을 누르고 사는 인간이니 말입니다.
[더 퍼지]는 굉장히 독특한 소재를 통해서 매혹적이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 매력을 제대로 못 살립니다. 일단 한정된 공간이라는 것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있을 텐데 이걸 생각 외로 조이지 못하더라고요. 아무래도 흔하디 흔한 공포 영화가 아니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그런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폭행과 그 끝을 마무리 짓는 방법 역시 다소 모호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우리가 믿는 정부라는 것이 하자고 한다면 우리는 그저 따르기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과연 우리의 잔인함에 대해서 풀어주게 된다면 모두 악마가 될까? 아무튼 보면서도 찝찝하고 보고 나서도 찝찝한 영화입니다. 영화가 지루해서도 불편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편하기도 하죠. 다소 잔인하다는 것 역시 아쉽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은 지루한 이야기라는 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잔인함을 우리의 공간으로 끌고 왔다는 점에서 독특하지 않나 싶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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