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
Good – 꽤나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Bad – 나는 동성애가 싫어!
평점 - ★★★☆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 시사회에 다녀와서 쓰는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동성애에 대해서 찬성하는 만큼 동성애자 주교에 대한 이야기라는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은 참 궁금했습니다. 과연 어떠한 느낌일까? 다만 이 영화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특히나 모든 종교를 다 믿고 그에 따른 가치가 있다고 믿지만 제대로 종교 기관에 다니지 않는 사람으로 말이죠. 적어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카톨릭, 그러니까 신부나 주교의 지위에 오르는 사람은 결혼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 성공회, 우리로 치면 카톨릭과 같은 곳은 결혼이 가능하더군요. 아무튼 여기에 대한 관점의 차이 때문에 뭐지? 라는 시선을 계속 가지면서 영화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카톨릭이나 불교가 다른 종교보다 우수한 것이 바로 금욕적 수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아무리 본인이 깨끗하게 살고자 마음을 먹더라도 결국 가족이 존재하게 된다면 그 가족이 아무래도 우선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만큼 금욕적으로 수도 생활을 하는 분들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결혼이라니? 라는 사실에 당황. 그리고 동성애자인 것 까지는 좋지만 굳이 남편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까지 주교의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내내 들었습니다.
‘로빈슨 주교’는 뉴 햄프셔 교구의 주교이면서 동시에 두 딸의 아버지이고 한 남자의 파트너입니다. 참 특이한 구성이죠?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면 이러한 것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초반에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다르기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는 눈으로 영화를 바라보게 되는데 영화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되게 되면 이 사람이 동성애자라 하더라도 자신이 믿는 신에 대해서 배신을 하는 것이 아니구나. 오히려 신의 이름으로 더 올바르게 자신이 사랑하는 이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사랑하고 자애로운 신의 품 안에서 안기기를 바라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범한 주교의 삶을 살면서 신의 뜻을 사람들에게 알리기를 원하는 그는 게이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하고 동시에 다른 주교들로부터 존중을 받지 못합니다. 몇 년에 한 번씩 영국에 모여서 모든 주교들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에서도 그는 공식적으로 초대를 받지 못합니다. 성경에 나온 말씀으로는 동성애가 죄악이라 이야기를 하는데 그는 그 죄악을 따르고 있으니 결국 성서의 가르침대로 살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여기에서 이 다큐멘터리는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동성애가 죄악인가? 신의 말씀을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닐까? 2000년 후 다른 상황을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 아닐까? 하고요.
과거에는 흑인이 백인과 결혼을 하는 것이 죄악이라 이야기를 했고, 여성에게는 참정권이 주어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 미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지금은 우리에게 동성애라는 것이 그러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들은 동성애에 대해서 몇 가지 오해를 하고 있는데 동성애자라면 모든 동성에게 다 성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거죠. 그런데 이 생각 정말로 말도 안 됩니다. 우리들도 모든 여자들이 다 좋은 건 아니잖아요. 그 사람의 스타일을 보고 나서 이야기를 하는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동성애라는 것을 그릇되게 바라봅니다. 그들이 두려운 존재로 남게 되는 거죠. 그것이 왜 잘못이라고 생각을 하는지 본인의 생각은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그저 성경에 그리 나왔으니. 이렇게 나와있습니다. 그렇다면 여성 인권 신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는 걸까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 자유로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민주주의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 모든 것은 우리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소수로 인해서 다수가 위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요? 겨우 소수라고 하면서 왜 그들을 그렇게 밀어내지 못해서 안달인 걸까요?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은 소수의 정의를 다수가 포용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당연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 영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지니고 있다 보니 90분이 채 안 되는 시간임에도 한 시간 정도가 되면 살짝 지루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한 주교에 대한 미국 성공회의 반응에 대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가 해야 하는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영화는 맞지만 결국 동성애 인권에 대한 것을 포괄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만큼 조금 많은 이야기를 억지로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오히려 더욱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히 주교에 대한 탄압으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수많은 이들의 자신의 성적 취향을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못하며 자꾸만 벽장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거니 말이죠. 그리고 영화에서도 나온 것처럼 ‘로빈슨 주교’의 부모는 아들의 커밍아웃 이후 오히려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차별을 겪기도 하는데 이것은 우리들이 얼마나 우스운지 보여주는 단적인 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게이였고 그들이 사랑할 적에도 게이였지만 단순히 게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나서 친구의 자녀가 무섭고 친구가 기피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리는 것이니 말이죠. 보면서도 편안하게 볼 수 있고 보고 나서도 많은 생각에 빠지게 되는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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