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수현우 팬픽 [완]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82

권정선재 2013. 12. 20. 19:00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82

이거 놔!”

반항은 안 좋을 거다.”

해진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지만 단단히 묶여있는 통에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뭐 하는 거야?”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아.”

싸늘해 보이는 사내가 해진에게 다가와서 가만히 그의 턱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도 지금 네 녀석을 그냥 죽여버리고 싶다고. 하지만 너를 죽이지 않기로 이미 약속을 해버려서.”

뭐라고?”

해진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무슨 말인지 이야기를 해줄 이유는 하나도 없고. 우리는 너를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살 수 있게 도우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전부다. 나는 그런 것이 너무나도 불쾌하고 짜증이 나지만.”

사내는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굶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너처럼 역겨운 간첩 새끼에게 돈을 주어야 한다니.”

종간나 새끼.”

닥쳐.”

사내는 가만히 해진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너라도 살게 된 거니까.”

뭐라고?”

다들 미친 거지.”

사내는 벽에 기대 담배를 물었다.

도대체 너 같은 꼬맹이가 뭐라고 너 하나 살리고 다른 사람은 모두 죽으러 갈 수가 있느냐는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해진의 눈에 핏발이 섰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이냐고!”

다들 그리로 갔다.”

뭐라고?”

미친 녀석들이지.”

사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면서 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참 다행이야.”

뭐가 다행이라는 거야?”

그곳에 간 녀석들이 알아서 다 죽어준다면 우리가 할 일이 그 만큼 줄어든다는 이야기이니까 말이야.”

누가 죽으러 갔다는 거야?”

정말 모르는 건가?”

사내가 곧바로 해진에게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해진은 아랫입술을 세게 내밀었지만 그를 피하지 않았다.

모두라니?”

서수혁 팀장. 흑룡 조장 리해랑. 그리고 오성 조장 원류환까지. 모두 다 죽으러 그리로 갔다고.”

그런데 너는 여기에서 뭐 하는 거야?”

해진은 이를 악 물었다.

그들이 도대체 누구이건. 너희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려고 하는데 너희가 가보지 않아도 되는 건가?”

당연하지.”

뭐라고?”

내가 거기를 왜 가야 하는 거지?”

그게 무슨?”

그곳에 간다면 정말로 죽으러 가는 거야. 아무런 것도 얻을 것이 없이 정말로 죽으러 가는 거라고.”

그래서 그들이 죽는 것을 그냥 기다린다는 건가?”

그래.”

그럼 나라도 놓아주라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명령이다.”

사내는 입술을 비틀며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서수혁의 명령이라면.”

그 자의 명령은 더 이상 듣지 않아. 그 자는 하늘소로 북에 다녀온 이중 간첩일 따름이니까. 나는 단 한 순간도 그 녀석을 믿지 않아. 적군의 하늘 아래에 있었던 녀석이니 더러워졌겠지.”

뭐라고?”

이 나라에서 너를 지키려고 하고 있다.”

해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 나라에서 자신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는 찾기 어려웠지만 머리가 지끈거렸다. 복잡한 게임이었다.

 






정말로 리해진을 지켜줄 거라고 믿나?”

물론.”

수혁은 담배를 입에 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나라도 그 녀석이 필요하거든.”

젠장.”

류환의 입에서 낮게 욕설이 흘러나왔다.

그저 살인 병기인 건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나라에서 그 녀석에 살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럴 테지.”

류환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잔인하게 이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일단 살아있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나는 남조선을 믿지 않는다. 그러다가 다시 또 그 녀석에게 해를 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러니 네가 살아야지.”

뭐라고?”

네가 살면 되는 거다.”

서수혁.”

당연한 거 아니야?”

소변을 누고 온 해랑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유쾌하게 반문했다. 류환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너희 같은 이들을 두고 지금 뭘 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군. 내가 차라리 혼자 움직이는 것이 더 나을 거다.”

그건 나도 찬성.”

수혁은 손을 들며 유쾌하게 말했다.

나는 죽기 싫거든.”

저런 배신자 간나 새끼. 서수혁. 그러니 남조선 아새끼들이 안 된다는 소리를 듣는 기야? 알간?”

그러는 리해랑 너도 살고 싶잖아. 이 나라에서 너에게 가수로의 삶을 준다고 하는데 말이야.”

그래도 그건 아니디.”

해랑은 입에 담배를 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으로 피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그래도 이 남조선에 오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훈련을 했는데.”

그렇지.”

이곳에서 나의 안정적인 삶을 건드리는 녀석들 정도는 내가 손을 봐줘야 뭐가 시원하지 않갔어?”

그렇군.”

류환은 짧게 심호흡을 했다.

정말로 슈퍼집에는 안 가봐도 되는 건가?”

그래.”

다시는 못 갈 거다.”

이미 알고 있어.”

그 정도 각오는 되었다는 건가?”

물론.”

대단하군.”

나는 대단하지.”

수혁은 담배를 바닥에 버렸다. 해랑도 마지막으로 담배 연기를 깊숙이 빨아들이고는 바닥에 버렸다.

이제 정말로 끝이가?”

류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