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쇼를 사랑한 남자, 인생이란.
Good – 평범한 사랑 이야기가 좋은 사람
Bad – 퀴어 영화가 싫은 사람
평점 - ★★★☆
천재적인 게이 피아니스트와 그의 곁을 머문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는 단순히 게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더 나은 삶을 원해서 늙은 게이의 곁에 머문 남자도 결국 그와 닮아가고, 자신과 같은 것처럼 그의 곁에 다른 게이가 나타날까 두려워하거든요. 사실 이건 비단 게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가장 사랑하지 않을까봐 두려워하는 것은 결국 모든 인간의 본성이니 말입니다. 지금 내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나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까? 그 혹은 그녀의 마음이 바뀌지 않을까? 그러한 불안은 누구나 다 느끼는 거니까요. 게다가 이 영화가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것이 바로 실화라는 점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천재적인 피아니스트 ‘리버라치’와 ‘스콧’의 러브스토리를 그대로 담아두고 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무조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만 그려놓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평범한 두 사람이 욕망으로 서로를 갈망하다 결국 한쪽의 변심으로 헤어지게 되는 이들의 이야기이니 말이죠.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평범한. 그래서 단순히 게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그런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그 누구보다도 화려한 삶을 사는 남자와 그런 그를 동경하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는 사실 러브스토리에서 흔한 소재입니다. 수많은 신데렐라 스토리가 바로 여기에 기인하고 있으니까요. 그것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를 사랑한 남자]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그 안에 담겨 있는 어떠한 욕망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콧’이 자신의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을 완벽하게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빠진 ‘리버라치’는 그를 자신과 닮게 만들도록 주문하고, 결국 자신도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스콧’은 ‘리버라치’의 곁에서 떠나지 않아도 되도록 약물에 의존하게 되니 말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기에 서로가 서로를 파멸하고 있지만 그것도 제대로 모르는 채로 그들은 조금씩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절대로 곁에 두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가버립니다. 서로가 서로를 결국 죽여버리고 있는 거죠. 지금까지의 자신들과 다른 너무나도 낯선 존재가 되어가면서도 두 사람은 쉽게 서로를 놓지 못합니다. 지금 이 순간 떠나게 되면 모든 것을 다 잃게 되리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두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릇될 정도로 서로를 갈구하고 닮으려고 하는 기이한 두 남자의 이야기는 기이해서 매력적입니다.
‘마이클 더글라스’가 맡은 ‘리버라치’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재능을 가졌고 사랑도 소유할 수 있다고 믿는 남자입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불안해하기도 하죠. 쉴 새 없이 새로운 사랑을 갈구하는데 그것은 지금 사랑하는 사랑에게 마음이 식어서라기 보다는 그 사람에게 자신이 먼저 버려지기 전에 버리자라는 마음이 조금 더 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버려지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니 말이죠. 지금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나름의 방법을 지키는 것인데 그것이 결국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더 오래 곁에 두는 방법이 아닌 거죠. 그리고 한 번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정말로 그 사람을 소유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불쌍한 사람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믿음 같은 것을 전혀 가지지 못하는 거죠.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착각을 합니다. 누군가를 소유하는 것은 절대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죠. 그리고 사랑하는 이가 마치 자신처럼 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이 무조건 자신을 이해를 해줄 수 있기를 바라죠. 여리디 여리지만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사랑을 받기를 원하지만 제대로 사랑을 할 줄 모르는 그런 이기적인 인간인 거죠.
‘멧 데이먼’이 맡은 ‘스콧’ 역시 기형적인 사랑에 빠져 있는 인물로 집착에 빠지는 인물입니다. 자신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더 이상 ‘리버라치’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같지 않자 점점 그에게 더 집착을 하고 더 사랑을 해달라 갈구하는 인물이죠. 처음에는 ‘리버라치’와 닮은 꼴로 성형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지만 점점 더 오히려 그가 더 상대를 닮고 싶어하고 그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다 못해 약물에 중독되는 모습 등을 보이곤 합니다. 그리고 점점 더 추하게 변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이 오직 자신의 것이라고만 착각을 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거죠. 더 이상 그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하는 쓸쓸한 존재가 되어 가면서도 말입니다. 자신의 사랑을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어하면서도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기대지 못한 채로 약물에만 의지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여리고 약하기만 한 모습입니다. 그러면서도 ‘리버라치’에게 버림을 받고 나서는 다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다시 가지기 위해서 소송을 거는 모습 등을 통해서 그 누구보다 이기적인 어떠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 뒤에는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녹아있지만 말이죠. 그 누구보다도 약한 존재이면서도 가장 큰 사랑을 갈구하기만 하는 여린 존재입니다.
결국 [쇼를 사랑한 남자]는 자신이 사랑받기만을 원해서 무너져버리는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줘야 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사랑을 주지도 않은 채로 끊임없이 상대방에게 새로운 사랑을 원하고 받기만 하고자 하는 이들의 모습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그려져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라기 보다는 우리 모두에게 묻는 질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당신이 더 많은 사랑을 주는가? 아니면 더 많이 받기만을 원하는가?에 대한 것으로 말이죠. 실화라서 더 매력적인 이야기. 그리고 결국은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상대방 그 자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조금 더 괜찮은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물론 동성애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지 못하시는 분들이라면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실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나 나이 차이가 꽤나 나는 커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어느 정도 불편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질문하는 영화 [쇼를 사랑한 남자]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약에 중독 되어 뭐든 다 내놓는 ‘스콧’
둘 – 마지막 순간 전화를 하는 ‘리버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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